• 검색

[김진수의 보험 인사이트]대체 불가능한 피보험목적물

  • 2020.11.02(월) 09:30

일상에서 일반인이 보험이란 단어를 생각하는 일은 드물다. 모든 자동차소유자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자동차보험의 갱신 주기는 1년이다. 따라서 최소 365일마다 한 번은 보험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은 사람의 경우 자발적으로 보험 가입을 고민하는 일은 흔치 않다. 물론 본인 또는 주변인이 사고를 경험하면 다르다. 특히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신체에 발생한 사고인 질병은 의미가 남다르다.

신체는 대체 불가능한 피보험목적물이다. 재물보험의 성격을 지닌 자동차보험이나 화재보험은 사고 후 피보험목적물인 차와 건물을 대체할 수 있다. 여름철 완전 침수된 차는 자기차량손해와 단독사고를 확대 보상하는 특별약관으로 전손처리 후 다른 차로 피보험자동차를 변경할 수 있다. 건물 또한 화재사고 후 지급된 보험금을 사용하여 사고 전 상태로 돌릴 수 있다. 하지만 70세 미만 한국인의 사망원인 1~3위인 암과 심장 및 뇌혈관질환이나 만성질환인 고혈압 또는 당뇨가 진단된 신체는 보험금을 통해 사고 전 건강한 상태로 완벽하게 돌아가는 것을 보장할 수 없다.

피보험목적물을 대체할 수 없기 때문에 질병을 보장하는 보험을 설계하고 가입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질병 사고 이력을 숨기고 보험에 가입할 경우 상법 제651조 계약 전 알릴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이는 보험금 지급을 둘러싼 여러 문제를 남긴다. 알릴의무를 정확하게 이행하면 보험 가입이 거절될 수 있다. 보험 계약은 계약자 일방의 요청으로 성립되지 않는다. 보험자가 계약자의 위험을 인수할 때만 체결될 수 있다. 거절이 아닌 인수를 하더라도 건강한 신체와 비교 보험료가 할증되거나 특정 신체 부위의 사고를 보장하지 않는 부담보 등 제한적으로 인수될 확률이 높다.

살펴본 이유로 인해 신체가 피보험목적인 보험은 질병 사고 후 신체에 미칠 영향을 미리 고려해야 한다. 뇌혈관질환을 예로 들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최근 과거 가입된 뇌출혈진단비에 대한 관심이 높다. 전체 뇌혈관질환 중 뇌출혈의 진단비율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뇌출현진단비에 가입된 피보험자는 뇌혈관질환으로 쓰러질 경우 약 1/10의 확률로 보험금 지급이 결정된다. 이 때문에 가입 중인 보험에서 뇌출혈진단비를 찾아 뇌혈관질환진단비로 변경할 것을 권하는 마케팅이 성행이다.

하지만 뇌혈관질환은 대체 불가능한 신체를 전제하고 고민했을 때 진단영역의 대비만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뇌혈관질환으로 쓰러진 후 수령한 진단비로 수술 등 치료를 하여 회복할 수 있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뇌혈관질환은 자주 신체 마비 등의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 이 때문에 직접 치료 비용 외 소득 상실, 재활, 간병 등의 간접 치료 비용이 많이 필요할 수 있다. 실제 후유증으로 인해 소득 계층이 추락한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따라서 간접 치료비용까지 고려한다면 뇌혈관이 막힌 뇌경색과 터진 뇌출혈 등 뇌혈관질환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남다른 준비가 필요하다.

특히 심장 및 뇌혈관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손꼽히는 고혈압과 당뇨 유병자 비율이 높아지고 진단 연령대가 낮아지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만성질환의 유병 연령이 낮아지는 것은 해당 질병과 동거하는 기간이 길어짐을 의미한다. 이는 곧 당뇨 망막증으로 인한 실명, 궤양으로 신체 일부의 절단, 만성신부전증으로 인한 신장 투석 등 다양한 합병증을 경험할 위험률을 높인다. 또한 암과 심장 그리고 뇌혈관질환의 진단 영역 이외 질병사고의 준비가 필요함을 상기시킨다. 3대 질병의 진단비만 가입한 피보험자는 신장투석이나 실명 등을 제대로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체 불가능한 신체에 질병이 방문한다는 것은 복합적이고 연쇄적인 피해를 남길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보장분석 후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살펴보면 진단 영역에만 머물기에 진단 이후 연쇄적인 질병의 악영향을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 후유증을 대비하는 장해영역이나 장기 간병 등을 위한 특별약관의 미가입률이 높다. 또한 사망원인 1~3위 질병의 진단비 가입률은 높지만 질병사망에 대한 대비는 부족하다. 이는 특정 수준의 진단비를 가입하기 위해서 일정 부분의 사망담보 가입을 전제하는데, 이 때 보험료가 저렴한 상해사망의 선택이 우선되기에 관찰되는 현상이다.

모두가 동의하는 보험 가입의 목적은 사고 후 보험금이다. 대체 가능한 피보험목적물은 보험금을 통해 사고 전 상태로 되돌릴 수 있지만 신체는 다르다. 이 때문에 신체를 다루는 보험을 설계하고 사용할 때는 남다른 고민을 해야 한다. 또한 질병 사고의 연쇄 작용을 고려한 복합적인 컨설팅이 필요하다. 사고 후에 누구나 보험을 찾는다. 누군가는 불행 중 다행임을 확인하고 안심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절망한다. 한 번 망가진 신체는 되돌릴 수 없기에 진단 이후의 상황까지 대비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함을 기억해야 한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