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김진수의 보험 인사이트]수수료가 아닌 상품 비교로 돌아가야 할 때

  • 2020.12.07(월) 09:30

무형의 상품을 두고 돈이 오가는 금융 산업은 법의 규제가 까다롭다. 특히 보험은 법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자동차보험처럼 특정 보험은 관련법으로 의무가입을 강제한다. 운전자 비용손해 약관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의 개정에 따라 변한다. 이처럼 법은 보험 상품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상품 외적인 부분에서도 변화를 일으킨다.

내년 관련법의 개정을 통해 보험 사업비가 개편된다. 초년도 신계약 수수료가 1200%를 넘지 못하는 것이 핵심이다. 해당 변화를 유리하게 느끼는 집단도 불리하게 느끼는 쪽도 존재할 것이다. 어찌되었건 시행이 예고되어 있기에 누구든 적응해야 한다.

초년도 신계약 수수료를 규제하는 표면적인 명분은 소비자보호에 있다. 보험 상품 모집 시 보험사가 모집인에게 지급하는 수수료는 선취구조다. 이 때문에 계약의 유지나 관리보다는 신계약을 체결하는데 더 큰 역량이 집중된다. 따라서 불완전판매 및 상품설명 부실 그리고 부당승환계약의 위험이 높다. 실제 금융 민원 1위가 보험이기에 소비자 보호는 산업의 영속을 위해서 중요하다. 사업비 개편안이 시행되어 초년도 모집수수료의 최대치가 통제되면 계약체결보다는 관리 및 유지로 중심축이 조금은 움직일 것이라 기대된다.

소비자 보호라는 명분을 제외하고 중개 시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관련 변화에 대한 불만도 상당하다. 장기보험 모집에 있어 절대적인 영향력과 실적을 올리고 있는 대면채널의 설계사는 당장 1차년 지급 수수료가 줄어든다. 이는 올해와 비교 동일한 신계약을 체결해도 소득 감소가 예상된다는 얘기다. 이와 같은 불만의 목소리는 전속보다는 GA쪽에서 더 높게 관찰된다. 개별 GA로 유입되는 초년도 수수료가 규제되면 운영 자금 등 여러 측면에서 유동성 부족 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모든 변화에는 명암이 존재하기에 시행 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보완이 필요할 것이며 수수료를 받는 주체들의 불만도 이해된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할 여지도 충분히 존재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GA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 이유는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모두 취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보험은 대면채널을 제외한 타 채널에서 유통시키기 어려운 구조다. 특히 장기보험에서 발생하는 계속보험료는 보험사 수익의 원천이 된다. 따라서 보험사 입장에선 소비자와 연결된 GA가 자신의 상품을 많이 판매해주길 바란다.

이 때문에 그간 과도한 수수료 경쟁이 발생했고 이는 사업비 증가로 이어져 보험료 상승의 원인이 되었다. 또한 선취수수료 구조에서 신계약 체결이 곧 이익을 얻는 유일한 방법이기에 소비자 민원과 관련된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이를 다르게 설명하면 모집채널인 GA가 내세워야 할 가장 큰 명분은 '비교'다. 소비자 편에 서서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비교하여 최선의 효율을 찾아내는 것이 가능한 채널이 GA다. 하지만 최근까지 GA는 상품을 비교하지 못했고 수수료를 비교하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상품을 비교하면 소비자에게 더 큰 효용이 돌아가며 중개 시장에서 보험사를 긴장시키는 좋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상품이 아닌 수수료를 비교하면 수수료를 통제하는 보험사에게 종속될 수밖에 없다. 이런 잘못된 비교가 관행처럼 굳어졌기에 사업비 개편안에 대한 불만이 강하다. GA 입장에선 여러 가지 불리한 측면에 예상되지만 해당 변화는 곧 시행될 것이다. 따라서 이를 계기로 수수료가 아닌 상품을 비교하고 진짜 컨설팅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 전속채널만 설계의 권한을 독점하던 시절에서 벗어나 GA가 중개 시장에서 올바른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본연의 존재 이유인 제대로 된 상품 비교로 돌아가야 한다.

초년도 1200%가 적용되면 대면채널 내 수수료 차이는 거의 없어진다. 따라서 상품 비교를 통해 경쟁 시장에서 소비자 이익을 극대화 하기 좋은 기회가 생긴 것이다. 또한 2차년 수수료는 규제 대상이 아니기에 올바른 설계 및 상품 설명을 통해 계약 체결한 후 관리하는 장기적인 컨설팅 역량을 배양하기에도 좋은 시기다. 결국 모집 채널의 흥망은 신계약의 주도권을 가진 소비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소비자를 만족시켜 선택을 받는 쪽은 살아남을 것이며, 거부당하는 쪽은 도태될 것이다.

대면채널 내부뿐만 아니라 비대면채널의 부상으로 인해 모집 수단의 경쟁이 본격적으로 펼쳐질 전망이다. 결국 포화된 중개 시장에서 한정된 소비자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따라서 소비자의 선택은 각 채널의 생존력을 좌우할 것이다. 이런 중대한 시기에 사업비 개편안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수수료가 아닌 소비자를 위한 상품의 비교로 체질을 개선한다면 GA는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위기를 위기라고 생각하는 쪽과 기회라고 인식하는 쪽은 큰 차이를 보인다. 당장의 수수료에 집착하면 결국 소비자를 잃어버릴 수 있다. 상품 비교를 통해 소비자 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계기가 펼쳐졌다. 변화 속에서 무엇을 선택하는지가 중요하다. 수수료가 아닌 상품 비교로 돌아가야 할 때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