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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의 보험 인사이트]이슈에 기댄 매출의 한계

  • 2020.12.28(월) 09:30

내년 실손의료보험 표준약관 개정을 앞두고 해당 이슈를 선점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예정이율 인하로 인한 보험료 상승, 약관 및 관련 법률 개정, 언더라이팅 정책 변경 등은 신계약 제안 명분을 만들기에 관심이 높다. 특히 이전과 비교 불리한 변경이 있다면 절판영업까지 성행한다. 변경 후 가입을 하면 기존과 비교 유리하지 못하기에 변경 전 신계약 체결을 강조하는 형태다.

이슈에 기대 신계약 매출을 높이는 활동은 편하다. 실제 2013년 3월 31일 3년 갱신 100세 만기 실손의료보험을 가입할 수 있던 마지막 시기 한국 보험 역사상 가장 큰 절판 이슈 바람이 불었다. 당시를 떠올려보면 한 달에 100건 넘는 신계약을 체결하는 설계사가 흔할 정도로 대대적인 계약 활동이 발생했다. 하지만 이후 착한 실손의료보험이 나오고 내년 또 한 번의 약관 개정을 볼 때 당시 소비자에게 '무조건 지금 가입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던 말이 무색해진다. 이처럼 특정 이슈는 당장 매출에는 유리해도 너무 강조할 경우 상품설명 부실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근 2년을 돌아보면 대면채널의 활동은 작은 이슈의 연속에 기댄 느낌이다. 70세 미만 한국인의 사망원인 1~3위인 암과 심장질환 그리고 뇌혈관질환을 중심에 둔 진단과 수술비 이슈가 끊임없이 발생했다. 암의 경우 유사암 인수금액을 높여 특정 시기 이슈를 만들어 냈다. 인수 금액을 높일 때도 지금 가입해야 함을 강조했고, 이후 손해율 관리를 위해 줄일 때도 절판이 강조되었다. 표적항암약물허가치료제 특별약관 출시 이슈도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심장질환과 뇌혈관질환도 유사한 방식의 이슈가 발생했다. 급성심근경색진단비와 뇌출혈진단비의 좁은 보장범위를 넓히는 특별약관과 수술비가 출시되면서 포화되고 경색된 시장의 목마름을 해소했다. 이슈 중심의 상품 전략은 수술비로 확대되었다. 종별 수술비와 특정 부위 및 질환 수술비의 확대와 축소가 반복되면서 신계약을 강조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런 움직임은 크게 보면 제3보험의 누적한도를 우회하는 전략이다. 제3보험은 한 명의 피보험자에게 가입할 수 있는 총량이 제한되기에 기존에 없던 특별약관의 출시는 새로운 제안 명분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이런 이슈에 기댄 방식은 당장 매출 성과를 높일 수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개별 설계사의 컨설팅 역량 저하와 시장 축소를 야기할 수 있다.

우선 누적한도 우회를 고민하는 것은 신규 가망고객 발굴보다는 기존 보유 고객에게 업셀링(up-selling)에 집중하는 것이다. 현재 표적항암약물허가치료제 특별약관을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해당 특별약관을 포함한 신계약 성과에서 기존 고객의 비중이 높은지 신규 고객의 비중이 높은지는 따져 물어야 한다. 만약 출시 후 몇 개월 간 매출이 높아졌지만 대부분이 기존 보유 고객에게서 나온 것이라면, 설계사의 장기적인 성장을 보장할 수 없다. 또한 업셀링을 위해 보유계약의 해지 및 감액이 발생한다면, 승환계약의 비율이 높아져 보험사 입장에서도 비용이 높아진다.

다른 문제로 작은 이슈에만 매몰되어 신계약을 집중하면 컨설팅 역량이 저하된다. 보험이 담보해야 할 것은 빈도는 적지만 발생 시 대규모 손해가 예상되는 위험이다. 골절진단비나 경미 교통사고에서 몇 십만원을 더 받거나 적게 받는 것이 과연 중요한지는 의문스럽다. 최근 이슈가 3대 진단과 수술 중심으로 진행되었기에 진단 이후나 사망에 대한 컨설팅 역량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수술 시 적은 비용을 더 받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중대 질병과 이로 인한 후유증 그리고 사망이다. 하지만 보험의 본질에서 벗어나 당장의 매출만 쫓는 이슈가 계속 생산되는 상황에서 개별 설계사의 컨설팅 역량 부족은 장기적인 성장을 방해한다.

결국 이슈 중심의 매출 확보 전략은 대면채널의 장기적 성장을 방해하며 소비자 피로도를 증가시킨다. 또한 보험의 본질에서 벗어난 이슈도 많기에 채널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이슈가 없더라도 매출을 높일 수 있도록 신규 시장을 개발하는 활동이 전제된 상태에서 소비자 만족을 높이는 컨설팅 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등한시하고 누적한도를 우회하는 이슈만을 강조하면 개별 설계사와 대면채널의 장기적인 성장을 보장할 수 없다. 이슈가 있을 때 매출을 못하는 것은 바보지만 이슈가 없을 때도 지속적으로 활동량과 체결률을 높이는 것이 진짜 실력임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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