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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의 보험 인사이트]복지정책 확대와 민간보험의 긴장감

  • 2021.01.25(월) 09:30

'한국 보험의 역사 : '연고 복지'와 '각개약진 복지'가 만든 세계 6위'란 제목의 소논문이 존재한다. 2007년 강준만이 '인물과사상'에 발표한 것이다. 중심 주제 중 한 축인 '각개약진 복지'는 한국 전쟁 이후 공공복지정책의 부재로 인한 불안감에 기댄 민간보험의 발전을 되짚는다. 2021년 언급한 논문을 재독하면 격세지감이다. 북유럽 복지국가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부족함이 많겠지만 과거 우리나라의 상황을 현재와 비교하면, 사회안전망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4대 보험으로 상징되는 공보험도 진화를 거듭한다. 국민건강보험만 살펴보더라도 과거 비급여 항목이 지속적으로 급여화 되는 중이다. 예를 들어 난임은 부부 개인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 치부되었지만 보조생식술에 대한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연령제한의 폐지와 시술 횟수의 확대 등이 지속되고 있다. 치매도 한 가족의 고통에서 벗어나 사회가 공동 책임을 지는 방향으로 나가는 중이다. 건강보험 및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지속적으로 개선하여 치매 환자 및 간병 가족의 고통을 경감시킨다. 본인부담상한제와 산정특례 및 국가 건강검진의 확대 등은 사후적 조치에 대한 사회 안전망 확대 및 사전 예방으로 인식이 전환됨을 살펴볼 수 있다.

고령화와 저출산이란 인구 구조 변화를 지칭하는 단어 앞에 '초(超)'라는 관형사가 붙는 상황을 고려하면, 향후 공보험의 손해율과 복지예산을 둘러싼 세대 갈등도 예상된다. 그럼에도 사회 안전망 확대는 분명 반길만한 일이다. 하지만 보험 산업의 측면에서 살펴보면 복지정책 확대에 따른 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 복지정책 확대가 민간보험의 손해율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올해 표준약관 개정을 통한 4세대 실손의료보험이 새롭게 등장할 예정이다. 해당 조치는 앞선 세대 실손의료보험의 높은 손해율을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의료복지정책 및 건강보험의 급여 확대가 큰 영향을 주었다.

국민건강보험과 실손의료보험은 이란성 쌍둥이로 서로의 손해율에 밀접한 영향을 준다. 이와 유사한 관계가 노인장기요양보험과 장기요양지원(급여)금 특별약관(LTC, Long Term Care)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요양급여인정 기준을 그대로 준용하여 면부책을 판단하는 것이 장기요양지원금이기 때문이다. 2017년까지 국민건강보험료의 6.55%로 책정되던 노인장기요양보험료가 올해 11.52%로 4.97% 대폭 인상되었다. 2019년 인정자가 약 77만명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는 2015년 약46만명과 비교 30만명 이상 증가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인정자가 급증할수록 이와 연동된 장기요양지원금의 손해율 또한 높아질 우려가 있다.

국가건강검진 확대도 진단이나 수술비 손해율을 견인할 수 있다. 과거 건강검진은 기업복지정책으로 인식되었고 자영업자나 주부 등은 건강검진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정부의 복지정책이 사후적 조치에서 사전적이고 예방적인 방향으로 전환되면서 국가건강검진이 확대되고 있다.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으면 중증질병을 초기 또는 경증 상태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진단이나 수술비의 손해율 인상으로 이어진다.

암 통계를 예로 들면 암의 진단율과 5년과 10년 상대 생존율이 동반 상승한다. 양 지표 상승은 건강검진 보편화로 인한 암의 조기 진단 영향이 크다. 따라서 암 진단비뿐만 아니라 진단 후 행해지는 수술, 입원 등과 관련된 담보의 손해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커진다. 손해율 증가는 암보험의 변화를 야기할 수 있다. 암 병기별 보험금을 차등하는 스테이지(stage) 암보험, 한도 내 실제 치료비를 보장하는 실손 암보험 등의 보편화가 예측된다.

또한 계약 전 알릴의무가 강화되어 현재 마케팅이나 컨설팅 용도로 활용 중인 가족력 등이 필수 고지사항이 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진단 기술이 발달하고 기회가 증가하면 심장이나 뇌혈관질환 등에서도 사망에 이르는 기간이 길어지고 진단 후 과정에서 청구할 수 있는 여러 생존담보 손해율이 높아질 것이라 전망된다.

이처럼 복지정책 확대는 단기적으로 민간 보장성 보험 손해율을 높이고 상품 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다. 또 장기적으로 시장 축소를 야기한다. 공보험이 강화되고 복지정책이 확대될수록 민간보험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가 낮아질 수 있다. 앞서 강준만이 지적한 '각개약진 복지'에서 탈출하는 상황은 사회안전망 미비라는 시대상에 기대 성장한 한국 보험 산업에 침체를 예고한다. 특히 손해보험사까지 사람이 피보험목적인 제3보험 질병담보로 성장했기에 복지정책 확대는 보험 산업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또한 공보험 확대는 곧 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 등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가계 소비 지출에서 준조세 및 조세 부담을 가중시켜 민간보험의 지출을 축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각개약진 복지'의 다른 축은 '연고 복지'다. 설계사의 인맥(연고)을 유통망으로 활용하여 성장한 한국보험 산업이 극복해야 할 난관은 여러 가지다. 2019년 1인 가구는 614만7516가구다. 전체 가구 구성 중 30.2%를 차지한다. 파편화된 개인의 증가로 연고에 기대기도 어렵고 그런 개인을 국가가 나서 챙기기에 각자도생이란 공포에 호소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유지 중인 계약의 손해율 상승 요인도 곳곳에서 감지된다.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제3보험 중심의 질병 담보에만 기댄다면 보험 산업의 현재 규모를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산업의 지속과 성장을 위한 새로운 길을 시급하게 찾아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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