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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의 보험 인사이트]이직을 고민하는 설계사에게①

  • 2021.03.02(화) 09:30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초년도 1200%

'행복한 가정은 사는 모습이 모두 비슷하다. 그러나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다른 사연으로 불행을 겪는다.'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은 모든 것이 충족된 행복한 가정의 모습과 다양한 이유로 무엇이든 결핍되었을 때 불행한 가정을 대비시키며 시작한다. 이 문장은 모든 사람의 행복과 불행의 조건에 대입할 수 있으며 보험설계사란 직업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

보험 모집 시장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면채널은 곧 보험설계사를 의미한다. 수많은 소비자가 설계사를 통해 보험 상품에 가입하고 관리를 받는다. 설계사는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생명보험사나 손해보험사 전속 조직 또는 보험대리점(GA)에 소속되어 활동한다. 다양한 보험사의 전속 조직만큼 더 많은 보험대리점이 존재하기에 소속에 따라 설계사는 행복할 수도 있고 불행해질 수도 있다. 물론 소속된 조직이 설계사의 행복감을 측정하는 절대적 기준은 아니지만 매우 중요한 측면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또한 개별 설계사의 매출에도 중요한 영향을 준다.

대면채널이 매출을 높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소속 설계사의 인당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나머지 하나는 새로운 설계사를 유치하는 일이다. 도입, 리쿠르팅, 증원 등으로 불리는 유치활동은 과거 설계사 경력이 없는 사람이 대상이었다. 하지만 GA가 성장함에 따라 경력 설계사의 이직도 주요한 유치전략 중 하나로 인식된다. 경력 설계사를 유치하면 즉시 매출 가능 인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전 소속에서 관리하던 고객이 존재하기 때문에 정착에 실패할 확률도 낮다. 무엇보다도 자격시험을 포함 기초 교육에 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선호된다.

최근 소속이 어디든 불만을 호소하는 설계사의 목소리가 높다. 작년 대비 수수료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사업비 개편안으로 인해 초년도 수수료 총량이 1200% 이하로 규제된 것이 원인이다. 수수료는 보험사 입장에선 마케팅 수단이고 설계사에게는 매출의 근간이다. 따라서 수수료와 관련된 제도 변화는 개별 설계사에게 큰 영향을 준다. 이 때문에 수수료 개편안으로 변화된 대면채널의 분위기를 활용하여 경력 설계사 이직 시장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현재 소속된 곳에서 사업비 개편안이 적용된 수수료를 확인한 후 이직을 적극적으로 고민하는 설계사 비율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현재 조직에서 몇 가지 조건이 불만스러워 이직을 고민하는 설계사에게 '눈 폭풍이 몰아치는 한 겨울에는 집밖으로 나가지 않는 것이 현명'함을 알려 주고 싶다. 우선 초년도 수수료 1200% 규제는 모든 모집 채널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제도다. 따라서 '나만 불리하게 적용받고 있다'는 착각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현재까지 드러난 것을 볼 때 해당 제도 변화는 GA보다 전속채널이 조금 더 유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A가 수수료가 더 높다'라는 잘못된 소문을 접한 전속 설계사가 이직을 고민하는 모습도 자주 목격된다.

GA의 조직 형태는 굉장히 다양하여 GA 간에도 다양한 대리점 코드 아래 활동하는 설계사의 수수료 편차가 존재한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보험사가 GA대리점에게 지급할 수 있는 초년도 수수료는 1200%를 넘을 수 없다는 것이다. 어떻게 1200%보다 많은 초년도 수수료를 지급하는 GA가 존재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는 존재해서도 안 되고 있다면 명백한 불법행위다. 작년 감독기관은 13차월 이후 수수료를 초년도에 당겨 지급하거나 추가적인 수수료를 지급하는 행위가 불법임을 재차 확인했다.

따라서 경력 설계사가 작년 대비 줄어든 수수료를 확인하고 이직을 고민할 때 달콤한 말에 가려진 불법에 기대서는 장기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없다. 감독기관의 모집 채널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고 3월 25일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 불법적 행위는 빠르게 단속되고 근절될 것이다. 특히 초년도 수수료 규제의 큰 방향은 장기적으로 분급 유도에 있다. 따라서 정상 유지 계약의 13회 차에 지급되는 2년 차 수수료를 지급받고 판단하는 것이 현명하다. 만약 올 1월 신계약을 수납하면 내년 2월 13회 차에 대한 추가 수수료를 확인하여 현재 소속된 조직과 다른 조직을 명확하게 비교하는 것이 필요하다.

2021년은 1200% 규제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한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그리고 특수고용직 고용보험 확대 등의 다양한 변화가 시행되고 예정되어 있다. 이런 변화가 실제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모두 관찰하고 이직을 천천히 고민해도 늦지 않다. 특히 경력 설계사 이직 시장은 개인의 말이 앞서는 경우가 많다. 장담할 수 없는 누군가의 달콤한 말에 이끌려 이직을 급히 실행한다면 향후 다양한 변화에 치여 후회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단기 이익에만 눈이 먼 철새 설계사가 아니라면 1200% 규제가 정착되는 모습을 충분히 관찰하고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수수료 규제로 인해 작년 대비 당장의 수수료 매출이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보험 상품은 어떤 금융 상품보다 호흡이 길다. 따라서 이를 설계하고 관리하는 설계사도 긴 호흡 속에서 활동해야 한다. 당장 수수료가 줄어 불만일 수 있지만 신규 가망 고객 발굴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고객 접점을 지속하기 위해 꾸준히 활동 중인지, 고객 만족을 위해 전문성과 컨설팅 역량을 강화하고 있는지를 먼저 되돌아 봐야 한다.

초년도 수수료가 규제되더라도 신계약 총량이 늘어나면 개별 설계사가 받는 수수료는 늘어난다. 또한 정상 계약이라면 13회 차 이후 유지 계약에 대한 추가 수수료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보험 모집 시장에 불어 닥친 겨울이 꽤 길 것이다. 겨울잠을 통해 봄을 기다리며 계절의 변화에 순응하는 자연처럼 충분히 관찰하고 결정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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