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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의 보험 인사이트]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시대에서 펼쳐질 위험 대비

  • 2020.09.14(월) 09:30

코로나19가 촉발한 여러 변화로 인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적 기술이 우리 삶에 빠르게 정착할 것이란 전망이 높다. 이제 사람 간 적절한 거리감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것으로 이해된다. 비대면을 기반으로 한 여러 서비스와 이를 뒷받침하는 기술이 급격하게 성장 중이다. 관련 주가가 급등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에 대한 투자 유치도 활발하다. 미국의 아마존과 한국의 쿠팡 등 비대면 유통채널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배달의 민족과 같은 배달 대행 서비스도 주문량이 폭주하고 있다.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다보니 넷플릭스 유료 구독자가 늘어나고 모바일 게임회사의 공모주에는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약 2배에 이르는 자금이 몰렸다.

이처럼 세상이 급변하고 있기에 보험 산업도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손해보험의 비대면 보험 가입 비율은 직전 5년 평균보다 약 2%가 상향된 14%까지 높아졌다.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은 올 상반기 다이렉트 가입률이 전년 대비 30~50%까지 성장했다. 눈여겨 볼 것은 비대면 채널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던 장기보험의 가입률도 전년 대비 2배 이상 높아진 점이다. 보험을 직접 가입하기 위해서는 '검색'이라는 능동적인 과정을 시작해야 하는데, 감염병 공포로 인해 보험 소비자는 비대면으로 직접 진입하는 수고로움을 감내하고 있다. 이런 소비자 경험이 지속적으로 쌓이게 되면 보험사의 사업비 방향과 모집 전략 그리고 중개 채널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쳐 거대한 변화를 야기할 수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혁신적인 기술까지 침투하면 보험 계약을 모집하는 방법이 완전히 달라질 가능성도 높다.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도 미래의 불확실한 위험을 담보로 현재의 소비를 강요하는 금융인 보험은 누군가의 위험 환기 없이는 자발적인 가입이 어려운 영역으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대면채널의 위험 환기 없이도 자발적 '검색'으로 보험에 가입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으며, 이를 시작으로 보험사나 금융 플랫폼이 맞춤형 위험 대비를 '추천'해주는 방식으로 진화될 수 있다. 타인의 '설득'이 아닌 소비자의 직접적인 '검색'을 넘어 위험 대비를 '추천'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한 의구심도 크지만 다른 산업의 예를 참고해 볼 때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데이터를 활용한 개인화된 맞춤 추천에서 가장 성공한 사례 중 하나로 넷플릭스를 살펴볼 수 있다. 넷플릭스는 접속자 개개인이 시청한 영상에 대한 경로와 평점 등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했다. 물론 시작은 지금의 스트리밍 형태와는 다르다. 연체료를 받지 않는 DVD를 봉투에 담아 보내면서 반납 시 평점을 줄 수 있는 평가표를 넣는 방식이었다. 이때부터 쌓이기 시작한 데이터를 활용하여 추천 시스템을 발전시켰다. 이런 노력을 통해 넷플릭스는 만들어진 영상을 유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를 직접 만드는 제작사로 성장한다. 제작사로서 넷플릭스의 성공 비결은 '소비자가 어떤 것을 원하는지 높은 확률로 예측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인간은 본 것만을 욕망할 수 있지만 욕망할 것은 예측하고 보여줄 수 있는 능력은 산업 전체를 압도할 위력을 지니기에 충분하다.

전통적으로 보험 산업은 새로운 위험 영역과 이를 대비할 방법이 나오면 대면 채널을 통해 알렸다. 하지만 '검색'을 통해 소비자가 보험사와 직접 연결되는 경험이 쌓이고 관련 데이터가 축적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검색을 넘어 '추천'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면 모집과 관련된 모든 전략이 수정되어야 한다. 더 발전하여 소비자가 인지하지는 못하지만 알게 될 경우 대비하고 싶은 새로운 위험을 예측하여 관련 보험을 만들 수 있다면 모집 수단을 굳이 활용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물론 현재 보험사의 보수적인 성향과 민감 정보를 다루는 관련법의 장벽으로 인해 보험 산업의 혁신은 멀게 느껴진다. 하지만 미국의 한 생명보험사는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전송된 생체 데이터를 통해 심사할 수 있는 상품만을 출시할 것이라 선언한 후 실제 상품 구성을 모두 IT기반 한 것으로 대체했다. 이런 변화가 가속화되고 보험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가 발전한다면 보험 산업에도 급격한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현재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위험을 대비하는 보험이 전부다. 하지만 인지하지 못한 위험을 추천해주고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인지하진 못하고 있지만 대비하고픈 위험을 예측하여 만들어진 보험 상품의 등장이 멀지 않은 느낌이다. 전통적으로 보험 상품의 모집에는 공포마케팅이 주를 이뤘다. 위험을 인지하지 못한 소비자가 타인을 통해 보험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주된 흐름이다. 하지만 본인이 느낀 위험을 대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보험 상품을 검색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으며, 이는 불가능해 보이는 보험 산업의 발전을 가능하게 만드는 시작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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