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QR코드 간편결제 서비스 확대에 밴 대리점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QR코드 서비스가 늘어날수록 기존 카드전표 매입과 승인중계 업무를 전담해 수수료를 챙기던 밴 대리점 역할이 작아지기 때문이다.
웰컴저축은행은 지난 10일 QR코드를 활용한 간편 결제 서비스를 내놨다. 앱으로 오프라인 가맹점이 미리 비치해 놓은 QR코드를 스캔하거나 사용자가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생성하면 가맹점이 이를 스캔해 결제가 이뤄진다.
저축은행 업계에서 QR코드를 활용한 간편결제 서비스를 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8년 10월 QR코드를 활용한 간편결제 앱 페이북을 출시한 이후 꾸준히 QR코드 서비스 확대에 주력하고 있는 BC카드와 협업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QR코드 간편결제 서비스 제공 업체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현재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 등 기존 전업계 카드사뿐만 아니라 네이버와 카카오와 같은 정보통신(IT) 기업들도 각각 자사 페이 앱에서 별도의 QR코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QR코드는 사용편리성으로 이미 중화권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새로운 소비세대가 QR코드에 익숙해지면 도입률 자체가 빠르게 증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QR코드를 이용하는 결제 방식이 대세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드사와 카드 가맹점 사이에서 카드전표 매입과 승인중계 업무를 처리하는 밴 대리점과의 관계 설정이 대표적이다.
QR코드 간편결제는 가맹점이 사전에 비치해 놓은 QR코드를 사용자가 스캔해 결제를 진행하는 방식과 사용자가 스마트폰으로 즉석 QR코드를 생성해 가맹점에 제시하는 방식으로 나뉜다. 현장에서는 QR코드 스캔 방식이 좀더 많이 알려져 있다.
사용자가 가맹점 QR코드를 스캔해 결제하는 방식은 가맹점이 사용자 QR코드를 스캔하는 방식과 달리 개인 간 송금 형태로 처리가 된다. 밴 대리점의 카드전표 매입과 승인중계 업무가 개입될 여지가 없다는 뜻이다.
기존 카드 결제에서 사용자와 가맹점, 카드사 간 연결고리 역할을 했던 밴 대리점 역할이 사라지면 카드사는 수수료 부담을 낮출 수 있고 가맹점도 기기 설치와 운영에 따르는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밴 대리점 입장에선 그만큼 수수료가 줄어들기 때문에 달갑지 않다. 과거 서울시가 제로페이를 내놨을 당시에도 밴 대리점 반응은 지금과 비슷했지만 현재는 업권을 불문하고 QR코드 서비스가 확산하면서 위기감이 전례없이 커졌다.
한국신용카드조회기협회 관계자는 "QR코드가 기존 카드 결제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대리점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카드 전산망 운영에 따른 수수료 단가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상생을 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는 밴 대리점 측과 카드사 간 협의체를 구성하기 위한 움직임조차 관찰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QR코드 서비스가 가진 장점을 살리면서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며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