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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한국판 뉴딜' 발벗고 나서긴 했는데…

  • 2020.09.08(화) 09:00

70조원 달하는 추가 금융지원 방안 내놔
쏠림현상·좀비기업 양산 등 부작용 우려도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이 한국판 뉴딜사업을 위해 70조원에 달하는 추가 금융지원 방안을 내놨다.

기존 지원안까지 합하면 300조원이 넘는 규모다. 우리나라 내년 예산의 절반이 넘는 금액을 향후 4~5년간 시중에 풀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보니 쏠림현상 내지는 좀비기업을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대출이나 투자가 일부 우량기업에 집중되거나 그 반대로 허울뿐인 기업들로 흘러들 수 있어서다.

◇ 대출이 65%…가이드라인이 없다 

신한지주와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NH농협금융 등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지난달 3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한국판뉴딜 전략회의'에 참석했다. 정부가 지난 7월 14일 발표한 '한국판 뉴딜' 정책을 구체화하기 위한 자리다.

5대 금융지주들은 이날 회의를 전후로 '한국판 뉴딜'의 양 축인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 사업을 위한 69조 8000억원 규모의 추가 금융지원 방안을 내놨다.

이 가운데 65%는 대출 방식으로 지원한다. 데이터 댐과 지능형 정부 등 디지털 환경 변화에 초점을 맞춘 디지털 뉴딜 사업체 그리고 신재생 에너지 보급 확대, 저탄소 분산형 에너지 확산 등 그린 뉴딜 사업체 등에 대출이 이뤄질 예정이다.

금융지주 입장에선 일단 나쁘지 않다. 정부가 그동안 추진해온 '생산적 금융'의 연장선에서 '한국판 뉴딜'에 초점 맞출 수 있어서다. 당장 시중은행 위주로 금리 우대와 보증기관의 담보비율 확대, 보증 수수료 감면 등의 혜택을 준비 중이다.

3일 홍남기 경제부총리(사진 오른쪽)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한국판 뉴딜 펀드'에 대해 브리핑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문제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점이다. '디지털'과 '그린'을 내세워 큰 틀을 잡았지만 범위가 워낙 넓다 니 업종을 구분짓기 쉽지 않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은행 관계자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으면 어쩔 수 없이 우량기업으로 대출 쏠림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면서 "대출 계획을 내놔도 골고루 수혜가 돌아갈지는 장담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자칫 '뉴딜 펀드'에 무임승차하는 좀비기업을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른 관계자는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분야를 정부가 특정하긴 했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면서 "정부가 최대한 대출 문턱을 낮추도록 압박할 경우 일부 경쟁력 없는 기업들이 연명하면서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라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는 "뉴딜 투자는 물론 뉴딜 펀드까지 예산안을 통해 사업 내역을 제시한 만큼 금융회사가 충분히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 대출보다 더 아리송한 투자안

지원액 중 나머지 35%에 해당하는 23조 8500억원은 투자 방식으로 지원한다. 다만 직접 투자 규모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대신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뉴딜펀드'에 출자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직접 투자 금액은 전체 투자액 중 소규모에 그칠 것"이라며 "대부분은 정책기관이 출자하는 모펀드의 자펀드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구상에 따르면 정책형 뉴딜 펀드는 정부와 정책금융기관 등이 7조원을 출자해 모펀드를 만들고, 여기에 민간에서 13조원을 투자해 오는 2025년까지 20조원 규모의 자펀드를 만들어 뉴딜 기업이나 프로젝트에 투자하게 된다.

문제는 이 경우 일부 대기업 위주로 쏠림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면 뉴딜산업의 허리기업 육성이란 '한국형 뉴딜 펀드'의 목적과 멀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해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소재·부품·장비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NH아문디 필승 코리아 증권투자신탁'의 투자 내역을 살펴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네이버 등 대기업 계열사 비중이 45%에 달했다.

'한국형 뉴딜 펀드' 역시 비슷한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관제 펀드지만 어찌됐든 시장에서 안정적이란 평가를 받으면서 수익도 내야 한다"면서 "그만큼 대기업으로 자금이 쏠리는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진다"라고 말했다.

당장 정부가 한국형 뉴딜 계획을 발표한 지난 4일 대기업 계열 상장사들의 주가가 일제히 오르면서 이런 기대감을 반영했다. 또 다른 금융지주 관계자는 "뉴딜펀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면서 "뉴딜 펀드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부 상장사들의 주가가 급등한 현상을 보면 정부가 내세운 펀드의 목적을 제대로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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