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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인증설계사가 뭐길래…딜레마에 빠진 생보협회

  • 2021.05.27(목) 07:00

한화·미래에셋 자회사형GA 협회에 인증 신청 등록
형평성 논란 등으로 생보협회 아직도 "규정 개정 중"
당국승인 필요한 준회원 가입에도 영향 미칠까 주목

보험 '제판분리(상품 제조와 판매 분리)'로 촉발된 보험사 자회사형 보험대리점(GA)의 생명보험협회 '우수인증설계사' 인증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보험사의 전속 설계사를 대상으로 한 인증인 만큼 기존 보험사나 GA 소속 설계사들과 형평성 문제 등이 불거질 수 있는데다, 보험대리점협회(이하 GA협회)와 대형 GA들과도 미묘한 갈등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회사형GA의 생보협회 우수인증설계사가 인정될 경우 별도로 진행 중인 생보협회의 자회사형GA의 준회원 가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목된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재 판매조직을 본사와 완전히 분리한 미래에셋생명과 한화생명의 자회사형GA 소속 설계사들이 생보협회 우수인증설계사 인증을 신청한 상태다. 

생보협회는 현재 해당 설계사들을 포함해 우수인증설계사 심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결과는 오는 31일 발표된다. 우수인증설계사 인증이 6월부터 시작해 1년간 유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보협회는 아직까지 우수인증설계사에 대한 규정 개정 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다. 보험사 소속이 아닌 GA소속 설계사에게 우수인증설계사 자격을 부여할지 여부는 오는 31일 심사 결과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는 얘기다. 

생명보험협회 ‘우수인증설계사’ 자격 기준/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우수인증설계사는 보험사 소속 설계사의 전년도 실적과 계약유지율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우수한 성적을 기록한 설계사에게 부여하는 일종의 훈장이다. 근무기간, 소득 수준, 불완전판매 여부 등 자격 기준이 까다로워 신뢰받는 설계사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 영업 활용에도 매력적이다. 

하지만 제판분리 움직임으로 자의가 아닌 회사의 결정으로 갑작스레 자회사형GA 소속이 된 설계사들의 불만이 높아졌고 이에 따라 자회사형GA의 생보협회 우수인증 설계사 논란이 불거졌다. 

협회의 규정 개정 없이는 우수인증설계사 인정이 어려운데 쉽사리 결저을 내리기는 어렵다. 협회 준회원 가입과 달리 우수인증설계사는 금융당국의 승인을 필요로 하지 않고 협회 내부에서 결정하면 되지만 여러가지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있어서다. 

우선 우수인증설계사 인증관리 규정에서 △생명보험 자회사 보험설계사를 자격 기준에 추가해야 하고 △2개 이상 보험사와 계약을 체결할 경우 인증 효력이 자동으로 상실되는 규정 △우수인증설계사 자격을 연속으로 받은 설계사의 경우 차별화된 등급인 '골든펠로우' 계승이 가능할지 등도 논의해야할 사안이다.

다른 생보사 전속 설계사와 GA 소속 설계사, 제판분리가 아닌 형태의 자회사형GA 소속 설계사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부분이다. 동일한 보험사에 3년 이상 근무(등록)해야 한다는 규정도 문제다. 설계사들이 이동한 것은 아니지만 물적분할 형태의 제판분리를 진행하면서 설계사들의 소속회사가 변경됐기 때문이다. 

GA협회에서도 이미 우수인증설계사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GA로 위상이 동일한데 우수인증설계사 인증은 각기 다른 협회에서 받게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GA협회에는 이미 보험사 자회사형GA인 라이나금융서비스, 메트라이프금융서비스, 에이아이지어드바이저가 정회원으로 등록한 상태다. 

GA협회 관계자는 "원론적으로 GA는 당연히 GA협회에 등록해 우수인증설계사 자격을 받는 것이 맞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생보협회 딜레마

생보협회 입장에서도 우수인증설계사 규모가 갑자기 줄어들어 제도 위상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미래에셋금융서비스 설계사는 3300여명, 한화금융서비스 소속 설계사는 2만여명에 달한다. 특히 한화생명의 경우 기존 우수인증설계사 규모가 3000명 정도인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전체 우수인증설계사 규모가 1만3800여명인 점을 감안하면 한화생명의 자회사형GA 분사만으로 우수인증설계사 규모의 5분의 1이 줄어드는 셈이다. 

갑작스레 우수인증설계사 규모가 줄면 회비로 우수인증설계사 제도를 운영하는 생보협회에 미치는 금전적인 타격도 무시할 수 없다. 생보협회로서도 명확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생보협회 관계자는 "아직 규정개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라며 "고민해야할 부분들이 많아 심사가 마무리돼야 상황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대리점협회 관계자는 "GA협회 우수인증 설계사는 생보와 손보 실적을 모두 포함하는데 이들 생보사 자회사형GA들은 현재 이런 기준 충족이 어렵고, 처음 제판분리가 이뤄지다 보니 여러 과도기적 혼란이 발생하는 상황이라고 본다"라며 "앞으로 GA협회에서도 관련한 규정들을 정비해 나가야 하고 양 협회와도 논의가 필요한 부분들이 있다면 합의점을 찾는 등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특히 이들의 우수인증설계사가 인정되면 자회사형GA의 생보협회 준회원 가입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향후 이어질 보험사들의 제판분리 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GA협회에서도 쉽게 방향설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제판분리 움직임이 이어질 경우 어느 협회에 등록하느냐에 따라 협회 규모 확대나 분담금 등 민감한 문제들이 얽혀있는데 기존 협회에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대형GA들이 보험사의 입김이 닿는 대형 자회사형GA가 GA협회로 들어오는 것을 달가워하지만은 않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만 자회사형GA의 준회원 가입은 금융당국의 승인이 필요한 협회의 정관 개정 사안인 만큼 현재 구두로 당국에 의견이 전달되기는 했지만 정식적인 정관 개정 요구를 신청한 상황은 아니어서 조금 더 시간일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우수인증 설계사를 넘어서 협회 준회원 문제는 대형 GA들 역시 기존 GA협회나 업계 내 기득권이 대형 자회사형GA들의 유입으로 흔들릴까 견제하는 분위기가 있다"라며 "여러 이해관계와 민감한 부분들이 얽혀 있어 당국에서도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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