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금융서비스 등 자회사형 보험대리점(GA) 소속 설계사들이 결국 생명보험협회의 '우수인증설계사 인증을 받게 됐다. 거스를 수 없는 제판분리(상품 제조와 판매 분리) 흐름을 수용해 자회사형 GA 설계사들에게도 '문'을 개방하기로 한 것이다. 분담금을 많이 내는 대형사와 생명보험협회의 관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다수의 생명·손해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GA 특성에 맞게 우수인증설계사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라이나금융서비스, 메트라이프금융서비스 등 기존 자회사형 GA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한화·미래에셋생명 자회사 GA 설계사, '우수인증' 획득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생보협회와 손해보험협회는 보험사(자회사형 GA 포함) 소속 보험설계사 21만5000명 가운데 3만2757명을 올해 우수인증설계사로 선정했다. 우수인증설계사 제도는 보험상품의 완전판매와 건전한 모집질서 확립을 위해 지난 2008년 마련됐다. 우등생 설계사에게 주는 일종의 훈장인 셈이다.
우수인증은 △동일 회사에 3년 이상 등록을 유지하고 △13개월 이상 계약 유지 고객 비율이 90% 이상이며 △불완전판매 '0'건 등의 요건을 모두 충족한 보험설계사에게 주어진다. 생명보험 보험설계사는 25개월 이상 계약 유지 비율이 80%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건도 있다.
문제는 지난 3, 4월 미래에셋생명과 한화생명이 출범한 자회사형 GA인 미래에셋금융서비스,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소속 설계사들에게도 우수인증설계사 자격을 부여하면서 발생했다. 기존 규정에는 보험사 전속 설계사와 전속 개인보험대리점 소속의 설계사들만 우수인증설계사를 획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7일 생보협회는 서면 이사회를 통해 '우수인증설계사 인증관리 규정' 개정안 안건을 의결했다. 개정안에는 생보사 판매자회사(자회사형 GA) 소속 설계사를 인증대상에 포함할 수 있도록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생보협회 측은 "생보사가 채널전략의 일환으로 판매자회사를 설립하고 전속채널을 일괄전환하는 사례가 발생했다"며 "이에 따라 올해까지는 전년도 모집실적을 기준으로 한화생명금융서비스와 미래에셋금융서비스 소속 설계사를 우수인증설계사에 포함했다"라고 설명했다.
업계 "명확한 규정 필요"…형평성 논란도
업계에서는 생보협회가 충분한 고민 없이 자회사형 GA를 받아들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 자회사형 GA 설계사들은 지난해까지는 미래에셋생명과 한화생명의 전속 설계사였기 때문에 생보사 1곳을 기준으로 우수인증을 받을 수 있었다. 앞으로는 얘기가 달라진다. GA인 만큼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판매하게 되고, 현행 우수 인증기준과 어긋나게 된다. 하지만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예컨데 자회사형 GA에 속한 A라는 우수인증설계사가 내년이나 내후년에 보험사 1곳 외에 다른 여러 보험사의 지표가 좋지 않을 경우, 우수인증을 박탈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남아있다"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앞서 라이나생명, 메트라이프, ABL생명 등의 전속 설계사가 자회사형 GA로 이동한 사례가 있었다. 그렇지만 이들에게는 우수인증설계사를 부여할 것인지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생보협회가 분담금을 많이 내는 한화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도 "이를 지켜보는 일부 보험사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생보협회 관계자는 "향후 판매채널 변화 트렌드를 반영할 수 있도록 추후 유관기관과 협의해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인증기준 등 제도 전반에 걸쳐 개선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