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이 보험설계사 조직을 따로 떼내 자회사형 보험대리점(GA)을 설립하면서 보험상품의 제판 분리(제조와 판매 분리)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그전에도 전속 설계사 일부를 자회사형 GA로 이동시킨 경우는 있었다. 하지만 기존 설계사 전부를 이동시켜 본사와 판매채널을 완전 분리한 사례는 처음이라는 데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GA의 시대가 오래가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 대체적이다. 보험상품 판매도 결국 디지털 금융플랫폼으로 수렴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GA의 시대 열렸다
바야흐로 GA의 시대다. GA는 생명보험은 물론 손해보험 상품까지 모두 취급하면서 다양한 판매전략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보험사 입장에선 상품 개발과 고객서비스, 자산운용 등의 업무만 집중할 수 있어 잇달아 자회사형 GA 설립에 나서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위상이 계속 하락하는 전속 판매채널을 고집하는 것보다 GA화로 전속채널의 고정비를 절감하고, 다양한 상품 판매로 판매수수료를 챙기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과거에는 회사별로 보험상품의 차이가 별로 없었고, 소비자들도 다양한 정보를 얻기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브랜드 인지도나 전속 설계사 수가 판매 경쟁력을 좌지우지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방카슈랑스와 텔레마케팅(TM) 등 다양한 판매채널이 등장하면서 전속채널의 비중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GA의 약진이 특히 두드러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해 소속 설계사 수와 매출 모두 전속 설계사를 뛰어넘은지 오래다. 보험상품 판매 주도권이 이미 GA로 넘어갔다는 얘기다. 신한생명과 NH농협생명, 현대해상 등 다른 보험사들이 잇달아 자사형 GA 확장이나 신설을 검토하는 배경이다.
결국 금융 플랫폼으로
하지만 GA는 결국 과도기 역할에 그치고, 금융 플랫폼이 보험상품 판매채널의 종착점이 될 전망이다. 지금은 GA가 대세처럼 보이지만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며, 채널의 비대면·디지털화는 시간문제라는 분석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와 함께 불완전판매 근절을 내건 금융소비자보호법 도입 등으로 채널의 비대면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생산가능인구 감소도 무시 못 할 변수다. 인구가 줄면서 설계사 확보가 어려워지면 그만큼 대면채널에 따른 비용 상승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들이 잇따라 보험시장 진출을 노리면서 거대 플랫폼이 새로운 판매 채널로 각광받고 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비대면 채널은 궁극적으로 금융 플랫폼으로 수렴될 수밖에 없다"면서 "소비자들은 보험상품은 물론 자산관리를 비롯한 재무적 도움까지 기대할 수 있는 금융 플랫폼을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면 디지털화 아직은 일러
다만 보험업계는 전면적인 디지털화를 논하기엔 아직 너무 이르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보험상품은 적극적으로 가입을 권유해야 하는 푸시(Push) 마케팅에 의존하는 특성이 강해서다.
'2018년 생명보험 성향조사'를 보면 소비자 대부분이 보험상품 정보획득 경로로 보험설계사(84.4%)를 꼽았다. 특히 지난해 생보사 초회보험료의 경우 대면채널이 차지하는 비중은 98.6%에 달했다. 반면 디지털 전환 핵심인 사이버마케팅(CM)채널은 0.3%에 불과했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 판매가 비대면·디지털 쪽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아직은 온라인 보험 판매가 유의미한 수준에 도달할 만한 숫자를 확보하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