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보험대리점(GA)의 협찬을 받아 제작한 보험상담 방송 프로그램의 불법 논란이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이어 방송통신위원회가 보험방송을 적극적으로 기획한 리치앤코와 키움에셋플래너에 대해 잇달아 조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GA보다 보험사들이 더 떨고 있다. 현행 보험업법상 GA의 부실 모집행위에 따른 배상 책임이 모두 보험사에 있기 때문이다. GA가 보험시장의 공룡으로 급성장했음에도 여전히 불완전판매에 따른 모든 책임을 보험사에 지우는 보험업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부당 승환계약에 개인정보 유용 의혹까지
6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7월부터 리치앤코와 키움에셋플래너에 대해 보험방송 관련 현장검사(부문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번 검사에선 보험방송 등을 활용한 보험 영업 과정에서 불법이 있었는지를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보험상담을 악용한 부당한 승환계약이 있었는지가 집중 검사 대상이다. 기존에 가입 중이던 보험을 해약한 뒤 새로운 보험으로 갈아타는 승환계약은 납입한 보험료보다 적은 금액을 돌려받거나 보장 범위가 줄어드는 등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중도해지에 따른 금전적 손실에 대해 소비자에게 제대로 설명했는지 등도 쟁점이다.
최근엔 방통위도 조사에 가세했다. 방통위는 지난달 말 EBS 머니톡을 비롯해 총 27개 방송사의 편성 실태를 점검한 결과 GA의 협찬을 받아 제작한 보험상담 방송이 시청자 개인정보를 유용하는 등 피해가 크다고 지적했다.
보험상담 프로그램은 보통 GA가 제작비를 대고 접수된 보험상담을 이 GA가 담당하는 구조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얻은 시청자의 개인정보를 GA들이 보험설계사들에게 유상으로 판매하고 있다는 데 있다. 방통위는 이러한 행태가 방송법 위반 소지가 크다고 보고 있다.
특히 EBS 머니톡의 경우 키움에셋플래너의 보험설계사가 직접 출연해 방송 진행을 맡기도 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GA를 직접 검사하거나 제재할 권한이 없어 금감원과 공동 대응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미 보험방송과 관련한 검사를 진행하고 있어 방통위의 지적사항을 더 들여다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업계 "GA, 규모에 맞는 책임 지워야"
그런데 더 떨고 있는 건 보험사들이다. 부실 모집행위로 보험계약자에게 손해를 입힐 경우 보험업법에 따라 일차적인 손해배상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세한 GA는 배상 여력이 부족한 만큼 보험사가 소비자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는 게 법의 취지다.
물론 보험사가 추후 GA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긴 하지만 대형 GA의 경우 채널 장악력이 막강해 실제로 청구하는 사례는 극히 드문 게 현실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금감원이 GA 주도로 기획된 보험방송을 금융소비자보호법 위반으로 판단하면서 지금은 방송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며 "사실 보험방송은 편법 영업 의혹이 꾸준히 제기된 '시한폭탄'이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500명 이상 대형 GA에 대해선 불완전판매에 따른 배상 책임을 지워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소법 시행으로 금융권 전반의 소비자보호 기조가 강화되고 있다"면서 "GA도 규모와 비례한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