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대리점(GA)의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0년 GA 수입 수수료는 7조1851억원이다. 이는 전년 6조9521억원 대비 2330억이 증가한 것으로 비율로는 약 3.4% 성장했다. 신계약 모집의 대가로 지급받은 수수료 총량이 7조원이 넘어가는 상황에서 GA를 보험 유통의 공룡이라 부르는 목소리도 높다. 외형적 규모가 대형화되고 수수료 수입에서 볼 수 있듯 신계약 모집 시장에서의 영향력도 확장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형화된 GA의 효율을 살펴보면 공룡의 성장에 몇 가지 의문스러운 점이 존재한다. 2020년 기준 매출 2000억원 이상의 대형 GA의 영업이익률 불과 1% 내외다. 부채도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기에 이자 등 영업 외 비용도 증가해 당기순이익률은 더욱 낮은 상태가 대부분이다. 심지어 마이너스인 상황도 관찰된다. GA 본사의 효율이 낮은 이유는 매출이 높아지면 비용도 함께 증가하는 구조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오래 전부터 GA는 독자적인 설계사 양성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기에 보험사 전속 채널의 경력 설계사를 리크루팅하는 것으로 성장했다. 이 때문에 매출액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신계약 모집 수수료를 소속 설계사에게 다시 내려야 하는 구조로 발전했다. 또한 GA 간 경쟁이 치열해지며 리크루팅 비용도 증가했다. 여기에 소속 설계사의 수가 많아질수록 본점 직원의 인건비, 사무실 임차료 등 유지 비용이 크게 증가한다.
매출증가를 위해서는 비용도 동일 비율로 증가하는 구조에서 대다수의 GA의 영업이익률은 제자리걸음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비용을 통해 공룡처럼 거대한 몸집을 키워왔기에 규모의 저주에 걸려 성장 후 효율을 찾기 어렵다. 특히 올해 시작된 초년도 수수료 제한, 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 특수고용직 고용보험 의무화 등 비용 증가 요인이 계속 겹쳐 이익 증가나 효율 개선을 도모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결국 다른 GA보다 수수료를 더 많이 주거나 리크루팅 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확장된 규모를 유지하는 제로섬 게임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된다. SNS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GA 설계사 모집 광고에 '투명한 수수료 공개 및 지급'이 모두 관찰되는 것은 그만큼 수수료가 불투명하다는 반증으로 여겨진다. 매출이 곧 보험사로부터 지급받는 수수료이고 고정 비용이 높아진 상황에서 보험대리점이 생존하는 길은 수수료를 최대한 많이 남기는 전략 이외 없기 때문이다.
물론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경력 리크루팅보다는 신입 설계사 양성에 과감하게 투자하여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고 경력 설계사를 유치할 때에도 개별 설계사의 효율을 정확하게 판단하여 양보다는 질을 우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자체 교육이나 모집 과정의 지원을 통해 다른 GA와 완벽한 차별화 전략을 펴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장기적인 투자를 할 여력이 보험대리점의 재무제표나 손익계산서 어디를 살펴봐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결국 비용 증가의 요인이 더욱 많아질수록 GA 본사의 영업이익률 개선은 요원하며, 생존을 위해서라도 소속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수수료를 줄이거나 설계사를 선별하는 등의 방법만이 가능하다. 이럴 경우 GA가 외형적으로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고 소속 설계사의 처우도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GA가 보험 모집 시장에서 영원한 공룡으로 남을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극단적으로는 GA본사의 당기순이익률이 마이너스를 지속적으로 기록하여 운영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도 고민해야 한다. 이럴 경우 신계약을 멈추고 모든 비용을 줄여 계속 보험료 수금 수수료 등으로만 생존하는 출구전략 등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 소속 설계사가 고아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이런 상황이 대규모로 발생하면 소속 설계사를 받아줄 효율 높고 체력 좋은 대형 GA가 존재해야 하지만 현재 상황만 보더라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결국 GA도 외형적 성장세에 취해있을 것이 아니라 비용을 줄이고 효율을 높이는 출구전략을 계획하고 빠르게 실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개별 설계사나 관리자는 소속 보험대리점의 재무상황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신중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향후 특정 시기가 되면 수수료를 얼마 더 준다는 것보다 설계사의 장기적인 활동을 탄탄하게 지원해줄 수 있는 본점의 안정성이 더 큰 이익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룡의 멸망을 놓고 여러 가설이 존재하지만 소행성 충돌 후 변화된 기후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크게 지지를 받는다. 규모가 크면 변화에 둔감해진다. 또한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더라도 체질을 개선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외적 규모의 성장만을 두고 달려온 GA가 향후 신계약 모집 시장에서 주되고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내실을 다지는 것이 필요하다. 금융에서 규모는 곧 책임을 수반한다. GA를 통해 보험 계약을 체결한 소비자를 위해서라도 탄탄한 재무를 바탕으로 건전한 교육과 설계사 양성을 도모하는 GA가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
<김진수 인스토리얼 대표 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