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의 부채 부담을 덜기 위해 도입한 ‘공동재보험’ 제도가 도입 후 단 1건의 계약체결 이후 개점휴업 상태다. 제도 활성화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도 도입 1년을 맞아 공동재보험 시장 현황과 문제점, 개선 요구방안 등을 짚어봤다. [편집자]
보험업계는 공동재보험 활성화와 함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제도 개선책을 요구하고 있다.
준비되지 않은 시장
전문가들은 공동재보험 활성화가 어려운 이유로 가격을 비롯해 활용방식의 제한 등도 있지만 보험사 내부의 인식 부족을 가장 큰 문제로 꼽는다. 계약 체결을 위한 최종 결정은 결국 경영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공동재보험, 도입 후 단 1건…개점 휴업 이유(6월8일), 공동재보험, '높은 가격'의 벽 허물어야(6월9일)
공동재보험은 미래의 부채 즉 책임부담금의 변동성을 낮춰 장기적인 손익 변동성을 줄이고 경영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당장 비용을 들어가는 만큼 손익에 미치는 영향을 감수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을 떠나 공동재보험은 B to B 계약이어서 개별회사 차원에서 필요성을 인지하고 비용 부담을 감수하기까지 이해와 공감의 과정이 쉽지 않다"면서 "그동안 부채 준비금 변동을 겪어본 적도 없고 손익계산서에 미치는 영향을 뽑아본 회사도 많지 않아 제도에 대한 이해와 필요성 인식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위험 고정해 변동성 낮추는 장점
공동재보험 이외에도 유상증자, 후순위채·신종자본증권 발행 등 자본조달을 통해 변동성에 대비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공동재보험은 금리변동의 영향을 받지 않고 '위험량을 고정'해 부채 변동성을 헤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금리 변동 때마다 출렁이는 손익에 일희일비하는 걱정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공동재보험 활성화가 필요한 이유는 현시점에서 위험을 고정할 수 있는 헤지 수단이기 때문"이라며 "각 사의 경영전략에 따라 결정이 다를 수는 있지만 금리에 따른 변동성을 그대로 두는 것보다 위험을 고정하면 자본 변동성을 줄여 다음 단계 사업전략을 짜는데도 더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IFRS17, K-ICS 도입 시 충격 대비는 물론 이후 회계적 변화와 재무적인 혼란 시에도 이를 헤지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여서 공동재보험 수요는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다"라며 "제도를 더욱 알리고 개별회사에 맞게 다양하게 접목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보험자산 해외 반출? 국내 수용여력 높여야
공동재보험의 제도적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규모가 작으면 지급여력에 미치는 영향도가 미미한 만큼 제도적 실효성을 높이려면 거래 규모를 키워야 해 수용 여력이 큰 글로벌 재보험사들과 거래할 유인이 높아진다"면서 "이 경우 규모에 따른 가격도 가격이지만 국내 보험자산이 대규모로 해외로 반출된다는 우려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해외로 나가는 국내 보험자산이 늘어나면 규제나 감독에 대한 당국의 부담도 높아지기 때문에 이를 국내 시장에서 흡수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 마련도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국내 시장에서 흡수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보험증권화(ILS, Insurance Linked Securities)'를 통한 유동화가 거론된다.
보험증권화는 개별 보험사의 신용위험과 분리된 포트폴리오를 기초자산으로 해 자본을 조달하는 방법이다. '보험증권화 특수목적법인(SPRV)'을 세우고 원수사의 자산과 포트폴리오를 공동재보험을 통해 SPRV에 넘기는 방식이다.
그러면 총 자본비용 절감은 물론 재보험이나 후순위채 발행 등 해외 자본조달로 유출되는 보험권 이익을 국내 자본시장을 통해 일차적으로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국내 자본시장 활성화로 실현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전문가는 "금리상황, 법령, 상품구조가 매우 달라 사실상 해외 벤치마크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기존 제도 안에서는 다양한 케이스를 만들고 시도하기 어려운 만큼 도입 취지에 맞게 공동재보험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 확장을 위한 소통채널이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공동재보험 제도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업계 의견을 듣고 금감원과 소통하며 개선할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라며 "업계에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데 기존 재보험 방식을 비롯해 상위법과 정합성 등 다방면의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