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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성과급은 10년에 걸쳐 나눠 받으세요!

  • 2021.07.12(월) 15:03

[보험사 단기 성과주의 NO]②
보험업계, 민간 자율성 훼손한다 '불만'
강제보단 자율 개선…이연성과급 화두

금융당국이 보험사 임원의 보상체계에 메스를 가하면서 향후 개선 방향에 관심이 모아진다. 

당국은 일단 강제 규정보다는 공시 확대를 비롯한 자연스러운 컨센서스를 통해 단기 성과주의 개선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성과·보수체계는 개별 회사의 특성이 강하게 작용하는 영역인 데다 법적으로 강제할 규정도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오는 2023년 새로운 회계기준인 IFRS17을 도입하면 단기 성과주의가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보험업계, 과도한 개입 '불만' 

보험업계는 임원의 성과·보수체계 개선의 취지와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당국의 과도한 개입이 자율성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보수 체계의 구체적인 내용은 개별회사가 결정해야 할 문제"라며 "당국이 배당, 성과급 지급에 이어 임원 보수체계까지 간섭하는 건 과도한 개입"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회사마다 각기 상황이 다른 만큼 어떤 성과보수 체계가 좋을지는 다를 수 있다"라며 "성과급 이연 지급 확대 등 구체적인 방식을 적용하는 과정에선 어느 정도 자율성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공시만 강화해도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며 "현재 지배구조법상 정해진 것 이상을 요구할 경우 법적으론 문제가 없지만 종합검사 등으로 불똥이 튈 수 있어 눈치만 보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화·메리츠 도입한 장기 이연성과급 '화두' 

이미 자율적으로 성과·보수체계 개편에 나선 보험사들도 있다. 한화와 메리츠그룹이 대표적이다. 한화와 메리츠는 그룹 차원에서 단기 실적주의 개선을 위해 CEO 성과보수에 대한 장기 이연체계를 마련해 반영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성과급 제도를 도입해 성과급의 상당부분을 회사 주식으로 지급하고 양도 조건을 장기로 둬 CEO가 자연스럽게 장기적인 주가부양을 위한 경영에 나서도록 했다. 

실제 한화손해보험은 올해 초 강성수 대표이사에게 성과급으로 주식 11만8000여주를 지급하면서 양도 제한기간을 10년으로 뒀다. 한화생명과 한화투자증권, 한화자산운용 등도 비슷한 성과급 제도를 도입했다. 

메리츠화재는 앞서 지난 2017년 그룹 차원에서 CEO에 대한 성과보수를 10%만 현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90%를 9년에 걸쳐 이연 지급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대형사를 포함한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40~60%를 현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를 3년에 걸쳐 이연 지급하는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이연성과급제도는 특정연도에 낸 성과급을 한번에 주지 않고 시기를 나눠 지급하는 방식을 말한다. 중장기 경영을 유도하고, CEO에 대한 장기 연임을 약속하는 의미도 담겨 있어 책임경영을 유도할 수 있다. 국내 실정 맞는 방안 마련 필요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의 이연성과급제도가 해외와 비교해 기간이 짧고 CEO의 보수체계 기준과 평가방식 등에 대한 정보도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성과보수 및 주식 기반 보상 비중 확대 △이연지급 보수 비중과 이연기간 확대 및 기업가치 훼손 시 성과보수 환수 △보험 특성에 맞는 비재무적 지표 활용과 평가 결과 등에 대한 공시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험사의 경영 자율성 침해 등에 대한 논란을 알고 있다"라며 "법상 공시 규정이 있는 만큼 우선적으로 이를 세분화하면서 강제보다는 협의를 통해 컨센서스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연성과급제는 법률로 강제하긴 쉽지 않다. 성과급 이연기간은 지배구조법상 3년으로 정해져 있어 보험사만 별도로 기간을 늘리는 건 형평성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단기 성과주의에서 벗어나려면 필연적으로 CEO의 임기 보장도 중요해 업계의 이해와 다양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해외 벤치마크에 앞서 국내 사정에 맞는 성과·보수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단기 실적주의 개선 TF 민간의원으로 참여한 이젬마 경희대 교수는 "해외에서는 10여년 전부터 보상체계에 대한 공시 강화와 함께 많은 연구가 이뤄졌지만 국내는 그렇지 못했다"라며 "회사의 가치 상승과 주주가치 제고에 따른 보상은 당연한 만큼 보상이 많고 적음이 아니라 주주들이 그 금액이 정당한지 판단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 제공이 우선적으로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회사별로 공시 기준이 달라 단순비교가 어렵고 지배구조나 소유구조 등이 달라 무조건 해외사례를 받아들이는 것은 맞지 않다"라며 "공시 기준을 강화하고 국내 특성에 맞는 기준을 마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IFRS17 도입하면 자연스레 사라질까

IFRS17이 도입되는 2023년 이후면 단기 실적주의가 자연스레 해소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IFRS17은 그동안 원가로 평가했던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내용이 골자다. 보험수익은 보험료를 받는 시점이 아닌 위험보장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간을 나눠서 인식해야 하고, 반면 손실은 발생 즉시 인식해야 한다.  

그러면 당장의 매출 확대를 위한 경영전략은 접을 수밖에 없고, 자연스럽게 단기 실적주의에 기초한 보상체계도 개선이 이뤄질 것이란 얘기다. 특히 절판 마케팅처럼 특정 이슈로 당장 매출과 시장점유율(MS)을 끌어올리는 마케팅 전략은 상당부분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절판 마케팅은 단기간의 MS엔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부정적인 경우가 많아 절판 마케팅이라는 말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라며 "IFRS17 도입 이후에는 회계상 지표가 달라지는 만큼 더 투명해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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