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보험(외화보험)이 기로에 섰다.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사전규제안이 그대로 적용되면 시장 확대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달러보험은 지난해 이후 저금리와 약달러 흐름에 편승해 수요가 급증했다.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 달러보험 등 외화보험 매출(수입보험료)은 7575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연간으론 1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17년 3230억원과 비교하면 4배나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외환 투자 경험이 있는 실수요자로 가입 대상을 제한하고, 상시로 원화 전환 옵션까지 부여할 경우 얘기가 달라진다. 가입 대상 자체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고, 전환 옵션에 따라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새로운 규제안이 나올 때까지 상품 출시를 미뤘던 보험사들이 대거 신규 상품을 내놓더라도 여러모로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원화 전환 옵션 비용 관건
새로운 규제안은 환손실 차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금융당국은 애초 보험사 스스로 환헤지 방안을 마련하고 비용도 자체적으로 부담하도록 주문했지만, 보험업계는 10년 이상 장기보험인 만큼 환헤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그러자 대신 원화 전환 옵션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소비자가 적립금의 일부나 전부를 원하는 때에 해당 시점 환율로 원화상품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옵션을 부여해 환손실 위험에 따른 선택권을 넓힌다는 취지다. 환율이 상승한 경우에도 보험계약을 유지하면서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처음에 원화와 외화를 오가면서 언제든 전환할 수 있는 통화 전환 옵션을 제시했지만 보험업계가 환투기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면서 원화로 전환하는 옵션만 부여하는 쪽으로 정리가 되고 있다.
문제는 비용이다. 환헤지 방안만큼은 아니지만 원화 전환 옵션 역시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언제든 원화로 전화할 수 있는 옵션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긴 하지만 이에 따른 비용도 발생하게 된다"라며 "이 옵션에 따른 리스크 헤지 방안은 보험사들이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달러보험 매력 떨어질 수밖에
달러보험의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보험사들이 원화 전환 옵션에 따른 비용을 어떻게 반영하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보험사는 또 금융소비자보험법상 설명의무 등에 따라 이 사실을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려야 한다.
설령 보험사가 이 비용을 보험료에 반영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부담한다고 해도 달러로 미국 회사채 등에 투자해 국내보다 높은 투자수익을 노리는 달러보험의 장점이 희석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굳이 환손실 위험을 떠안으면서 달러보험에 가입할 이유가 사라진다는 얘기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환손실 위험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불완전판매가 문제라면 이 부분만 해결하면 되는데 상품의 구조까지 바꾸는 것은 과한 처사"라며 "보험 전 기간 보험사 스스로 환헤지 방안을 마련하라는 요구 자체가 말이 되지 않고, 시장 자율화 측면에서도 말이 안된다"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원화보다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안전자산 상품으로 달러보험을 판매하면서 환헤지를 도외시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라며 "특히 환율은 금리와 달리 변동성이 크고, 달러예금과 달리 소비자가 손실 시점에 이익을 고정하는 것도 불가능해 제대로 안내하고 보호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