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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정책+]'1200%룰' 사실상 무용지물…탁상행정 도마 위

  • 2021.07.29(목) 07:30

[보험 1200%룰 논란]①
전체 절반 넘는 GA 설계사는 무풍지대
GA 부작용 고친다더니 정작 GA는 제외

보험설계사들에 대한 과도한 수수료 경쟁과 이에 따른 보험상품 불완전판매를 막기 위해 도입한 '1200%룰'이 사실상 무용지물로 전락하고 있다.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법인보험대리점(GA) 소속 보험설계사들이 사실상 1200%룰을 적용받지 않고 있어서다. 실제로 최근 대형GA들은 공공연하게 1200%를 넘는 수수료를 선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탁상행정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대형GA들이 보험설계사들에게 수수료를 과도하게 선지급하면서 불거진 문제를 개선하려고 규제를 도입하고도 정작 이들은 무풍지대로 남겨뒀기 때문이다. 

1200%룰은 보험설계사에게 주는 첫해 모집수수료를 월 납입보험료의 1200% 이하로 제한하는 규제를 말한다. 가령 월 보험료가 10만원인 계약을 체결했다면 그해 지급하는 수수료가 120만원을 넘겨선 안된다. 수수료 위주의 영업과 이른바 철새·먹튀설계사 양산을 막기 위한 조치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하지만 대형GA에 속한 보험설계사들은 여전히 규제 사각지대에 있다. 1200%룰은 보험사가 GA에 지급하는 수수료만 규제 대상이다. GA들이 보험사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다시 소속 설계사들에게 지급하는 수수료는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얘기다. GA가 독립적인 판매조직으로서 개별 보험설계사와 같은 지위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GA들이 소속 보험설계사들에게 1200%가 넘는 선지급 수수료를 지급해도 현재로선 막을 방법이 없다. 1200%룰 자체가 GA들이 수수료를 과도하게 선지급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도입한 규제인데 정작 이들은 규제 대상에서 빠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된 셈이다.  

실제로 GA 소속 설계사는 전체 설계사의 54%를 차지하면서 보험 판매시장에서 보험사들보다 더 큰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중대형GA들이 지난해 거둬들인 신계약수수료는 7조1851억원, 계약 건수만 1439만건에 달한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보험업계는 1200%룰 도입 전부터 제도적 허점을 수차례 제기했다. 지난해 하반기엔 보험업계의 요청으로 금융당국이 GA 소속 설계사도 똑같이 1200%룰을 적용해야 한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관련기사: [보험정책+]설계사 수수료 '1200% 룰' 벌써 실효성 논란(10월14일) ,[단독]모집수수료 개편…설계사 GA 대이동 우려 종식(8월28일)

하지만 현장에선 전혀 말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1200%룰 도입 초기인 올해 상반기만 해도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있었지만 따로 제재 규정이 없다 보니 지금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다.

일부 GA는 보험사로부터 수수료 총량이 더 많은 분납으로 수수료를 받고, 늘어난 금액만큼 설계사들에게 선지급 수수료를 몰아주는 방식을 사용하기도 한다. 선지급 방식을 분납으로 유도하려던 당초 의도와는 아예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금융당국도 문제점을 잘 알고 있지만 추가적인 제도 개선 없이는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아직까지 제도 개선에도 미온적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제도의 취지상 GA 소속 설계사들도 1200%룰을 지키라고 권고하고 있지만 규정에 없는 권고사항이다 보니 지키지 않아도 제재를 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규정을 정비하더라도 GA들이 첫해 수수료를 1200% 넘게 지급했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1200%룰은 연 단위로 수수료를 제한하는 만큼 보험사들도 연말 결산 전까지만 이 기준을 맞추면 된다.

다만 보험사들의 경우 수수료를 그때그때 다르게 적용하면 이에 따른 부작용이 더 크고, 수수료를 바꾸면 보험료 분석보고서에 이를 기재해야 하는 등 업무 부담이 커 변칙적인 운영이 쉽지 않다. 자칫 연말 판매량 조절에 실패하면 규정 위반으로 몰릴 수도 있다. 

반면 GA들은 상대적으로 이런 부담에서 자유롭다. 따라서 대형GA들이 앞으로도 과도하게 수수료 경쟁에 나설 가능성이 높고 그러면 GA의 대형화를 가속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보험 판매채널 대형화는 자체적으로 수수료 경쟁력을 갖출 수 있어 유리하지만 판매력을 무기로 보험사에 과다한 수수료를 요구하는 등 다양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현재 설계사 수 500인 이상 대형GA는 61개사에 달하며, 작년에만 4곳이 늘었다. 반대로 100명 이상 500인 미만 중형GA는 121개사로 12곳이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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