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이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보험 판매수수료가 단기적으로 급감하는 형태의 개편방안을 내놓자 보험대리점(GA) 이익을 대변하는 GA협회가 이례적으로 반발했다. 판매수수료 일부를 떼 운영하는 GA들의 존속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보험업계는 GA가 들고 일어선 건 그만큼 판매수수료를 통해 큰 경제적 이익을 봤다는 방증이라고 은근히 맞서고 있다.
GA협회는 전일(18일) 다섯 페이지 분량의 보도자료를 통해 "보험 판매수수료 개편은 보험소비자 권익 보호와 함께 GA의 지속가능한 경영이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금융당국 개선안에 반발했다. 협회가 내놓은 자료에는 고정비용, 유지·관리비용 등 비용 부담을 내포하는 단어가 15번 넘게 언급됐다.
당초 협회는 이날 오후 2시 기자회견을 예고했다가 약 3시간을 앞두고 돌연 취소했다. 대신 오전 11시 협회 입장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하지만 오후 2시 이마저도 회수하며 내용을 수정한 2차 자료를 내놨다.
수수료 줄면…GA운영 어떻게?
새 자료에는 보험 판매수수료 개편에 대한 GA업계의 5대 원칙 제안이 6대 원칙으로 바뀌었다. 'GA의 계약 유지·관리 역할에 대한 공식화 필요성'이 추가됐다. GA협회는 "판매수수료 추가 규제가 보험산업 발전의 한축인 GA산업의 건전한 성장을 가로막는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수수료 및 시책으로 설계사 판매수수료를 지급한 후 남는 비용으로 GA를 운영하는 현실을 정확히 이해하고 반영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사·감독권을 가진 당국에 금융협회가 공개적으로 반기를 드는 건 이례적이다. 그럼에도 GA협회가 나선 건 업계 내부의 초조함을 반영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판매수수료 수입을 단기 급감시키는 조치가 회사 존립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전날 금융당국은 판매채널 유지·관리 수수료를 현행 선지급에서 3∼7년간 매월 분할 지급하는 방안을 내놨다. 보험 유지율을 높이고 부당승환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더불어 1200%룰 적용 대상을 GA 소속 설계사로까지 확대키로 했다.▷관련기사 : 보험대리점 설계사도 초년도 수수료 1200% 제한(12월17일)

IFSR17 이후 사업비 '5조' 증가
이 같은 안이 나온 건 정부·당국 주도로 도입된 새 회계기준(IFRS17) 이후 판매수수료 등 사업비 상각기간이 전체 보험기간으로 확대되면서 보험사들간 비용 경쟁이 격화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어서다.
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보험사 사업비 집행은 39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조9000억원 증가했다. 올해 증가폭은 작년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도적으로라도 보험 유지율을 뒷받침시키지 않으면 향후 보험사 손익이 크게 출렁일 것이란 쓴소리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수입보험료(매출)는 전년 대비 15조1800억원(6%) 감소했다.
보험업계는 GA업계 주장에 은근한 반감을 표출하고 있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당국 안을 보면 GA가 판매수수료에서 운영비용을 충당하는 점을 고려해 매년 월 보험료 3% 등 일정한도는 1200%룰 적용을 예외키로 했다"며 "운용비용은 범위내에서 자체충당 하는것이 당연하며 추가 부담을 요구하는건 부당한 전가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