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환테크 상품으로 인기를 끌었던 외화보험에 대한 판매절차를 대폭 강화한다. 가입자가 해외 이주나 유학 계획이 있는 외화 실수요자인지 확인절차를 명확히 하고, 환율변동으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알리기로 했다. 논란이 됐던 보험사의 환차손 보상은 의무화하지 않기로 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2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외화보험 제도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외화보험은 보험료 납부와 보험금 지급이 달러, 위안화 등 외국통화로 이뤄지는 상품이다. 주로 달러로 가입하는 경우가 많아 '달러보험'으로 불린다. 실제 판매는 보험사의 환전특약서비스를 통해 원화로 진행돼 달러를 가지고 있지 않아도 가입할 수 있다.
올해 9월말 기준 8개 보험사(메트라이프·푸르덴셜생명·AIA생명·ABL생명·DGB생명·신한라이프·KB생명·삼성생명)가 판매하고 있는데,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최근 판매량이 급증했다. 2017년 3046억원에 그쳤던 외화보험 판매규모는 지난해 1조4256억원 등으로 4배 넘게 몸집을 키웠다. 올해도 9월말까지 9742억원어치가 팔렸다.
외화보험은 만기시 환율에 따라 환차손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판매과정에서 보험사들이 환차익만 지나치게 강조하는 등 불완전판매에 대한 소비자피해 우려가 제기됐다. 달러보험이 먼저 유행한 일본과 대만에서는 환차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고령 가입자들이 원금손실을 보면서 민원이 잇따랐다.
실제 국내에서 60대 이상 고령층의 비중이 누적 판매건수 기준으로 9.2%인 가운데, 보험 불완전판매 사례중 외화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8년 0.7%에서 2020년 3.2%까지 증가했다.
금융당국은 외화보험이 환율변동으로 지급금액(보험료)이 회수금액(보험금)을 초과할 수 있으므로 투자적 성격을 띄고 있다고 본다. 때문에 '동일상품-동일규제' 원칙에 따라 외화보험에 변액보험 등 투자성 상품에 준하는 규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외화보험에도 금소법상 적합성과 적정성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다. 적합성원칙이란 소비자의 재산상황, 금융상품 취득‧처분 경험 등에 비춰 부적합한 금융상품 계약체결의 권유를 금지하는 것을 뜻한다. 적정성 원칙은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구매하려는 금융상품이 소비자의 재산 등에 비춰 부적정할 경우 이를 고지·확인해야 하는 것을 말한다.
대만 등 해외사례를 고려해 적합성 원칙 적용시 실수요 여부(보험가입목적, 외화투자경험 등) 확인절차를 강화하기로 했다.
설명의무도 강화한다. 외화보험 가입시 환율변동(±10~50%)에 따른 보험료, 보험금, 해지시점별 해지 환급금 등을 수치화해 설명해야 한다. 보험계약 중에도 판매 시점의 환율과 분기 말 환율을 비교해 보험금과 해지환급금을 안내해야 한다.
불완전판매에 대한 책임도 더 부과하기로 했다. 대표이사 책임 아래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점검하고 예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임원급으로 구성된 외화보험상품위원회를 만들어 판매 여부 등을 심의하고 결정하도록 했다. 고령자가 외화보험에 가입할 경우 가족 등 지정인에게 손실위험, 보험금 지급 등 중요사항을 안내해야 한다.
더불어 모집수수료 한도도 낮춰 무리한 영업을 하지 못하게 했다. 모집수수료가 표준해약공제액 대비 100%를 초과할 경우 계약체결비용 등을 공시토록 했다. 현재는 140%가 넘어야 공시의무가 부과된다. 모집수수료가 낮아지면서 고객들이 내야 하는 보험료도 인하될 것으로 보인다.
관심을 모았던 보험사의 환차손 보장은 이번 개선안에서 빠졌다. 수십년을 납부하는 장기보험에 환차손 비용을 산정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업계가 반발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는 환차손 보장비용을 산출한다 해도 그 비용만큼 보험료가 크게 인상될 수 있고, 결국 소비자 보호 명목으로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내년 상반기까지 시행령 개정 등을 마무리하고 관련 내용을 적용하기로 했다. 판매절차 강화와 판매책임 제고는 법령 개정 전 모범규준을 마련해 추진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