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지주가 금융지주 호실적 대열에 합류했다. 올해 상반기 1조2800억원 가량을 벌어들이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순익을 3700억원가량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농협금융의 양날개 NH농협은행과 NH투자증권이 톡톡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아쉬운 대목도 분명하다. 규모 면에서는 국내 최대의 NH농협은행을 보유하고 있지만 NH농협은행이 올해 상반기 벌어들인 순익은 1조원을 넘어서지 못했다. KB국민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은 모두 1조원이 넘는 순익을 거둔 것과 비교된다.
농협금융지주는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를 늘 뒤쫓아 왔다. 한단계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맏형 NH농협은행에서 더 많은 수익창출을 위한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23일 농협금융지주는 지난 2분기 6775억원의 순익을 올렸다고 밝혔다. 올해 1분기 순익 6044억원을 더하면 상반기 벌어들인 순익은 1조281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3717억원 늘었다.
기여도 1위 NH농협은행 1등공신 NH투자증권
농협금융지주의 실적 상승은 주력계열사인 NH농협은행과 NH투자증권이 이끌었다. 규모 면에서는 NH농협은행이 맏형 노릇을 톡톡히 했고 NH투자증권은 순익을 두배 가량 끌어올리며 NH농협금융지주 실적 상승의 1등공신이 됐다.
먼저 NH농협은행은 올해 상반기 8563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95억원 상승한 수준이다. 시장금리 상승으로 이자이익이 늘어난 가운데 지난해 선제적인 코로나19 충당금 전입을 단행한 결과 올해 상반기에는 충당금전입액을 작년의 2분의 1가량만 적립하는데 그친 효과가 컸다. 이 덕분에 지난해 상반기보다 1000억원이나 줄었든 비이자이익 부문의 부진을 상쇄했다.
구체적으로 NH농협은행의 상반기 이자이익은 2조853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12억원 늘었다. 비이자이익은 1247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2312억원보다 1065억원 줄었다. 동시에 신용손실충당금전입액은 지난해 2369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729억원으로 줄였다.
NH투자증권은 반기 기준 순익 최대치를 경신하며 NH농협금융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NH투자증권의 올해 상반기 순익은 5279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2617억원 보다 두배 가까이 늘어났다. 농협금융지주가 가지고 있는 NH투자증권의 지분을 감안하면 2435억원의 순익을 기여했다.
특히 NH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 6193억원의 수수료수익을 올리며 농협금융지주 비이자 이익 1조1780억원 중 절반 가까이를 책임졌다. 은행위주, 이자이익 위주의 사업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역할을 수행했다는 얘기다.
비은행 포트폴리오 중요성 재확인
농협금융지주의 이번 실적은 전 금융권에 탄탄한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상기시켜준다는 평가다. 농협금융지주의 비은행 계열사들 모두 균형적인 순익 성장을 이끌어 내면서다.
보험계열사인 NH농협생명과 NH농협손해보험은 올해 상반기 각각 982억원, 573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NH농협생명은 순익이 578억원 늘었고 NH농협손보는 154억원 증가했다. 두 손해보험사의 올해 상반기 순익은 1555억원으로 농협금융지주 전체 순익의 12%에 해당한다.
NH농협캐피탈은 583억원, NH저축은행은 115억원의 순익을 거뒀다. NH농협캐피탈은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298억원, NH저축은행은 14억원 많은 순익을 내며 제2금융권의 포트폴리오 경쟁력도 확인했다.
NH투자증권을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들이 벌어들인 순익만해도 2313억원이다. NH투자증권의 순익(지배지분 기준)까지 더하면 4775억원 수준이다. 농협금융지주는 이를 바탕으로 비은행 계열사 순익 비중을 지난해 25.5%에서 35.8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농협금융지주가 국내 금융지주 회사 중 증권, 생보, 손보, 제2금융권 등 가장 다변화된 금융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췄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나금융지주가 지난해 부족했던 보험사를 M&A를 통해 계열사로 맞아들이긴 했지만 아직 확실하게 자리잡았다고 보기 힘들다. 신한금융지주는 손해보험사가, 우리금융지주는 증권사와 보험사가 없어 전 금융권을 1커버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즉 올해 상반기 농협금융지주의 실적은 경쟁 금융지주들에게 은행에 기대서만은 안된다는 점을 다시금 상기시켜줬다는 평가다.
NH농협은행이 해줘야 한다
올해 상반기 NH농협금융지주 역시 호실적을 냈지만 여전히 NH농협은행의 순익에 대해서는 안타깝다는 분석이다. NH농협은행은 규모는 경쟁 시중은행에 밀리지 않지만 순익 규모에서는 아쉬운 수준을 지속해서 기록하고 있어서다.
NH농협은행은 올해 상반기 8563억원의 순익을 냈다. 경쟁사인 KB국민은행은 상반기에 1조4226억원, 하나은행은 1조2530억원, 우리은행은 1조2793억원의 순익을 냈다. 다음주 실적을 발표할 예정인 신한은행 역시 1조원이 넘는 순익을 올렸을 것으로 점쳐진다. 5대은행 중에서는 유일하게 반기 순익 기준 1조 클럽에 들어가지 못한 셈이다. 농협은행만의 특수성 탓에 매번 내는 농업지원사업비를 부담하기 전 순익도 1조원이 넘지 못하는 순익을 낸 것이 농협은행의 현실이다.
NH농협은행의 총자산은 357조원 가량으로 경쟁은행인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에 비해 100조원 가량 적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지만 NH농협은행은 국내 은행중 국내 네트워크가 가장 탄탄하다. 게다가 타 업권과 시너지를 내기 좋은 환경도 보유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비이자이익 상승을 위한 재전략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올해 NH농협은행의 비이자이익은 1247억원으로 지난해 2312억원보다 46.1%나 줄어들었다. 유가증권 및 외환파생 부분에서 지난해에 못미치는 결과를 냈고 수천억대의 손실이 이어지고 있다. NH농협은행의 비이자이익 중 기타부분 손실은 올해 상반기 4698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3739억원의 손실에 비해 25.6%나 늘었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가계대출, 집단대출이 늘어나면서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지역신용보증기금 등에 내는 출연금이 늘어나는데 이것이 비이자이익에 반영되면서 비이자이익 성장세가 많이 꺾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