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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푸라기]가계빚 1800조 시대…신용보험 아시나요?

  • 2021.09.04(토) 11:00

영끌·빚투로 가계부채 사상 최대
빚 대신 갚아주는 신용보험 '주목'

[보푸라기]는 알쏭달쏭 어려운 보험 용어나 보험 상품의 구조처럼 기사를 읽다가 보풀처럼 솟아오르는 궁금증 해소를 위해 마련한 코너입니다. 알아두면 쓸모 있을 궁금했던 보험의 이모저모를 쉽게 풀어드립니다.

부동산과 주식, 가상화폐까지 투자 열풍이 불면서 가계부채가 1800조원을 훌쩍 넘어섰습니다.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과 빚투(빚내서 투자)로 가계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칼을 빼들었습니다. 금융당국도 강도 높은 대출 규제에 나서고 있어 대출로 코로나19 상황을 버텨온 가계의 신용위험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데 이런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보험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바로 신용생명보험(신용보험)입니다. 신용보험은 사망과 장해, 암 등 우발적인 사고로 돈을 빌린 사람이 스스로 갚을 능력이 없어질 경우 보험사가 대출 잔액 또는 가입 시 약정한 금액을 대신 갚아주는 상품입니다.

일종의 '대출상환보장 보험'으로 생각하면 쉬운데요. 보험금으로 남은 부채를 탕감할 수 있어 빚의 대물림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특징입니다. 혹시나 생길 수 있는 구상권 청구도 채무자 본인이나 유족에게 하지 않는다는 이점도 있다고 하네요.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국에선 보편화된 이 보험은 국내에선 BNP파리바 카디프생명이 유일하게 판매하고 있습니다. 2002년 방카슈랑스(은행에서 보험상품 판매)를 시작으로 보험대리점(GA) 등을 통해 신용보험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부터는 금융상품 소개 플랫폼 '핀다'의 대출고객을 대상으로 무료로 단체신용보험을 제공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는데요.

이 보험은 만 19세부터 65세까지 가입할 수 있고, 40세 기준 월보험료는 갱신형 1년 만기, 가입금액 1억원 기준 남자 9800원, 여자 5900원입니다. 비갱신형일 경우 만기에 따라 40세 남자 기준 3만3000원까지 늘어나기도 합니다. 보험 가입금액은 가입시점의 대출금 한도로 500만원~10억원 이내로 설정할 수 있습니다. 

이런 노력에도 2017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신용보험 누적 판매 건수는 5466건에 그쳤습니다. 어떤 보험인지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일 정도로 국내 시장에선 외면받고 있는 셈입니다. 왜 그럴까요?

주된 이유로는 우선 복잡한 가입 과정이 꼽힙니다. 대출을 대신 상환해주는 보험의 특성상 방카슈랑스가 주된 판매 창구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은행 내 대출 창구와 보험 가입 창구가 분리돼 있다 보니 상품 안내와 판매가 원스톱으로 연결되지 않는 불편함이 있다고 합니다.

최근 금융당국이 신용보험 판매는 불법영업의 한 형태인 이른바 꺾기(구속성 보험계약)가 아니라는 해석을 내놨지만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여전히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활성화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시장 자체의 파이가 크지 않다 보니 수익성도 떨어집니다. 비교적 싼 보험료로는 남는 게 별로 없기 때문인데요.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신용보험 수입보험료 규모는 4억8000만원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보험에 가입한 뒤 빌린 돈을 갚지 않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를 비롯해 다양한 도덕적해이에 대한 위험도 큽니다. 

하지만 최근 가계부채가 크게 늘면서 신용보험의 필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BNP파리바 본사가 올초 진행한 글로벌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이미 경험했거나 경험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은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4분의 3인 82%가 적어도 한 가지의 "경제적 문제를 겪었거나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이경희 상명대 글로벌경영학부 교수는 관련 보고서를 통해 "신용보험을 활용해 가계부채에 내재된 잠재 위험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는데요. 코로나19라는 위기가 걷히고 난 후 그동안 미뤄왔던 채무상환이 이뤄질 때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는 신용보험에 관심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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