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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스톰 경고음]②'빚'이 문제다

  • 2022.04.21(목) 06:10

코로나19의 역설…가계도 기업도 '빚' 잔치
'증액'된 청구서 예고…상환능력 여부가 '열쇠'

한국경제에 총체적 위기, 즉 '퍼펙트 스톰'이 닥쳐올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2022년 다시 퍼펙트 스톰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이유, 그리고 우리 경제의 체력 등 전반을 점검해본다.[편집자]

현재 국내 경제의 최대 뇌관으로 꼽히는 것은 '빚'이다. 가계는 두말할 것도 없고 소상공인부터 중소기업까지 모두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려다 썼다. 코로나19라는 역대 최악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정부가 시장에 돈을 적극적으로 풀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갚아야 할 시기가 왔다. 코로나19 당시 적극적으로 빚을 받을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했던 정부도 이제는 빚을 갚을 시기가 왔다고 강조하고 있다. 

문제는 그 규모가 커졌다는 점이다. 빚은 갚으면서 그 대가로 이자를 함께 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주요국이 긴축으로 돌아서면서 기준금리를 연이어 올리거나 올릴 예정이다. 당연히 갚아야 하는 돈의 규모도 커졌다. 

빚의 규모가 커지더라도 살림살이도 동시에 나아졌다면 괜찮다. 하지만 물가는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그나마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종료되면서 경기의 활력이 되살아 날 것이란 관측도 있지만 예전으로 돌아가기 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분석이다. 빚이 '빛'이 아닌 '어둠'으로 바뀔 가능성이 커지는 모습이다. 

가계도 기업도 코로나19에 빚잔치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가계신용(가계대출+판매신용)은 1862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가계가 금융회사로부터 대출을 받거나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아직 결제하지 않은 대금 규모가 1862조라는 얘기다.

코로나 대유행 이전인 2019년말 1600조원이었던 가계신용은 2년 만에 262조나 늘었다. 그전까지 가계신용 증가율이 연간 60~70조원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코로나19 대유행 기간동안 가계신용 증가 수준이 두배로 훌쩍 늘어난 셈이다.

여기에는 낮은 금리로 인한 주택매수심리 증가와 코로나19로 인한 생활고를 감당하기 위해 금융회사로부터 자금을 조달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이 기간 정부가 연이어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며 대출을 규제하고 집값 상승세가 꾸준히 이어졌지만 주택담보대출 수요는 꾸준히 늘어났다. 기준금리가 0%대까지 낮아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지난해말 기준 전체 가계대출중 주택담보대출은 982조4000억원으로 전체 대출액의 55.9%를 차지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연간 주택담보대출액 증가량이 30조 후반대이었지만 연간 70조원선으로 급증했다.

신용대출 등을 의미하는 기타대출 증가도 두배가 됐다. 지난해말 기준 기타대출 잔액은 773조4000억원으로 2019년말 661조6000억원과 비교해 111조8000억원 늘었다. 코로나19 이전 연간 증가율 20조원보다 두배 늘어난 연간 50조원 수준으로 증가했다.

한 금융회사 연구위원은 "금리가 낮았기 때문에 대출에 대한 접근성이 높았고 주택구매수요 증가, 주식시장 과열, 코로나19로 인한 생활비 충당 등 다양한 요인이 모두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기업들 역시 적극적으로 금융회사로부터 돈을 빌렸다. 지난 3월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1093조9000억원으로 2019년말 869조원보다 224조9000억원 증가했다.

일단 코로나19로 가장 타격이 컸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여기에 정부가 정책자금을 편성하면서 금융회사에게 적극적으로 자금공급을 주문한 영향도 더해졌다. 실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빌린 대출액은 908조9000억원으로 전체 기업대출중 90%가량을 차지했다.

이 관계자는 "기업대출중에서 상당부분이 사세를 넓히거나 새로운 창업을 위한 시설자금 보다는 기존의 사업을 이어나가기 위한 운영자금으로 쓰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잘 갚을 수 있나

가계나 기업이 금융회사로부터 융통하는 자금은 경제규모가 커지면 동반해 증가하는 측면이 있다. 부채가 늘어나더라도 경제여건이 동시에 좋아졌기 때문에 상환여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최근 경제상황이 불투명한 가운데 가계와 기업이 빌린 돈의 규모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 빚의 무게는 점점 더 무거워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 0.50%였던 기준금리를 이달까지 4차례 올리며 1.25%까지 끌어올렸다. 이 행보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역시 19일 있었던 인사청문회에서 인기가 없더라도 가계부채 문제와 물가상승 압력을 눌러 앉히기 위해서는 기준금리를 지속해서 인상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은행 관계자는 "일단 이창용 후보자가 기준금리 인상 시그널은 줬지만 동시에 속도를 빨리 내지 않겠다고 했다"면서도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빠르게 금리인상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서더라도 대외 여건상 대출금리가 인상되는 기조는 이어질 것이란 얘기다.

이어 "경제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가계나 기업이 빚을 잘 갚아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지켜봐야 한다"며 "부실화되는 대출이 상당부분 증가할 것으로 보여 금융회사들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아직 현재 금융회사들이 내어준 대출을 회수할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건전성 지표등은 양호한 상태다. 연체율, 대손충당금적립비율 등 모두가 코로나19 이전보다 좋아진 것이 이를 뒷받침 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일종의 '착시현상'이 있다는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대출을 받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대출만기연장, 이자상환유예 등의 금융정책 등을 펼친 영향이다. 

실제 주요 은행들은 부실대출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충당금 적립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 역시 이를 적극 주문한 상태다.

당장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주요 금융협회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앞으로 누적된 잠재무실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어 선제적인 위기 대응능력 확보가 필요하다"며 "다양한 위기상황을 가정한 충분한 대손충당금 적립 등을 통해 금융권 손실흡수능력을 강화하고 선제적인 채무조정 프로그램 등을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른 은행 기업여신 관계자는 "부실화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을 추리고 있는 추세"라며 "일단 회생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는 은행이 대출액을 늘리고 경영에 개입해 이를 회수하는 방법이 있지만, 현재 진단으로는 이조차도 불가능한 한계기업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고위 관계자는 "과거에는 위기가 닥쳐오면 시장에 돈을 풀어서 해결했지만 지금은 돈을 더이상 풀 수 없는 상황"이라며 "충격에 잘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 본부차원에서 올해 경영계획을 수립하면서 핵심성과지표중 리스크 관리부분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설정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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