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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스톰 경고음]①2008년 재현? 같은 것과 다른 것

  • 2022.04.20(수) 06:10

금융위기 당시 고물가·성장률 하락…'완화'로 해결
최근 유사한 상황 지속…시장 유동성이 난제

한국경제에 총체적 위기, 즉 '퍼펙트 스톰'이 닥쳐올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2022년 다시 퍼펙트 스톰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이유, 그리고 우리 경제의 체력 등 전반을 점검해본다.[편집자]

지난 14일 이종화 한국경제학회장(고려대학교 교수)는 "한국 경제가 최악의 퍼펙트 스톰에 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높은 물가상승률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경제의 성장률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금융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부채의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종화 한국경제학회장보다 앞서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한국 경제에 '퍼펙트 스톰'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연일 경고했다. 정은보 금감원장은 금융회사 감독당국의 수장답게 금융회사의 부채 부실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의미였으나, 이는 곧 한국경제 전체에 충격이 금융회사로 전이될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겼다는 평가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는 어땠나

통상 전 세계적인 '퍼펙트 스톰'이 지나갔던 시기는 1929년 대공황 시기와 2007~2008년 국제금융위기 시절을 꼽는다. 유례가 없을 정도로 전 세계경제에 미친 충격파가 컸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인 글로벌금융위기 당시 우리나라의 경우도 퍼펙트 스톰의 여파는 피해가지 못했다. 1997년 외환위기를 빠르게 극복한 이후 2000년대 초반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연간 전년대비 4~5%씩 성장했다. 하지만 국제금융위기가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 2008년 들어서는 3.0%대로 하락하더니 이듬해에는 0.8%성장하는데 그쳤다. 

물가상승률도 치솟았다. 우리나라의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제시하는 한국은행은 당시 연간 물가안정목표를 3%로 설정했다.

국내 주요 경제주체의 체감도가 가장 높은 소비자물가지수는 2007년 9월까지는 매월 전년 동기 대비 2%대의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몰아치자 2008년중 5.9%(2008년 7월)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후 2009년에는 0%대 성장률을 보인 달도 있긴 했지만 2008년에 이미 물가가 크게 올라간 탓에 기저효과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경기는 침체되는데 물가가 고공상승하면서 가계와 기업들 역시 형편이 어려워졌다. 일례로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2008년 들어서는 1% 이상으로 치솟았다. 벌어들이는 수익으로 빚을 갚지 못하는 기업과 가계가 늘어났다는 얘기다. 이는 2009년 12월까지 이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시 한국은행은 5.25%에 달했던 기준금리를 연이어 인하했다. 당시 한은은 2008년 10월 5.25%였던 기준금리를 5.00%로 인하하는 것을 시작으로 2009년 2월까지 2.00%로 5개월 만에 3.25%포인트나 낮췄다. 기업과 가계의 이자부담을 줄이고 시장에 돈을 풀어 경기 활력을 되찾기 위함이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그때와 지금, 같은 것과 다른 것

현재 국내외 경제상황은 지난 국제금융위기 당시와 비슷한 점도 다른점도 분명하다.

일단 물가가 고공상승하는 가운데 한국경제의 성장률이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제 공급망 붕괴, 러시아 우크라이나간 전쟁 등으로 인해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최근 발표된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1%나 증가했다. 4%대 물가상승률을 보인 것은 지난 2011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3월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해 9월 3%대에 올라선 이후 연이어 3%대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행이 내건 물가안정목표는 2019년에 설정한 2%다. 

문제는 이러한 물가상승률이 이어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는 점이다. 통계청이 소비자물가지수가 4%대를 보였다는 통계가 나오자마자 한국은행은 물가 상황점검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서 한은은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다른 원자재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당분간 4%대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연간으로는 지난 2월 전망치 3.1%를 크게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 경제성장률도 과거와 비슷하다. 뒷걸음질 칠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라는 길고 어두운 터널을 이제 막 벗어날 듯한 참이지만 높은 원자재가격,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의 장기화, 세계 주요국의 긴축 정책 시작 등 대외 상황이 녹록지 않다.

올해초 정부와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각각 3.1%, 3.0% 제시하며 3%대 성장을 점쳤지만 대외여건 악화로 하향조정 가능성이 커졌다. 당장 연초 우리나라 성장률을 3%대로 점쳤던 세계 주요 기관들 역시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대 후반으로 조정하고 있다.

국제 금융위기와 현재가 다른점은 시장에 풀린 돈의 양이다. 코로나19로 정부는 시장에 적극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했다. 경기침체를 막기위해 이미 시장에 돈을 풀었다는 얘기다. 기준금리를 사상 처음으로 0%대까지 낮춘 것이 대표적이다. 풍부한 유동성은 가계와 기업의 현재를 버티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했지만 부동산, 주식시장 등 투자처로 흘러들어 갔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전국 주택(아파트·단독주택·연립)평균 가격은 4억8479만원으로 코로나19가 막 발생하기 시작한 2020년 1월 3억5401만원보다 36% 증가했다. 한국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주식시장 일평균 거래량은 252만7549주로 전년 129만5693주의 두배가 됐다. 지난해에는 일평균 279만 5792주가 거래되면서 더 활발해졌다. 자연스럽게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간 자금도 많았다.

현재 가장 큰 고민거리도 여기에 있다. 지난 국제금융위가와 달리 현 상황은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시장에 유동성을 적극 푼 상황이다. 국제금융위기 당시에는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시장에 유동성을 풀어 경기 회복을 기대할 수 있었지만, 현 시점에서 시장에 돈을 더 풀 경우 부작용이 더욱 클 것이란 분석이다.

당장 현 상황에서 유동성을 더욱 풀 경우 물가가 더욱 치솟을 가능성도 있으며 이미 상향조정된 부동산 가격 등이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실제 한국은행이 지난 14일 있었던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융통화위원회의 의장인 한국은행 총재 공석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도 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에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측면이 강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이날 금통위 의장 직무대행을 수행한 주상영 금통위원 역시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물가 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겠다는 판단아래 물가 상방 리스크에 좀 더 중점을 둘 수 밖에 없었다"라며 기준금리 인상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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