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1일부터 고향사랑 기부제가 시행된다. 지역인구 감소와 재정자립도 추락 등 이른바 '지방소멸'의 위기대책으로 기부가 선택된 것이다.
지자체를 통한 법정기부는 지금도 가능하지만, 법정기부액은 지자체가 직접 사용할 수 없고, 불우이웃시설 등에 전달하는 역할만 한다. 고향사랑 기부금은 지자체가 직접 모집과 운영을 할 수 있다.
고향사랑 기부는 개인 납세자가 거주지 이외의 지역에 기부하는 경우 기부금액 10만원까지 전액 세액공제하고 10만원 초과 기부금은 16.5%를 세액공제해 주는 제도다.
또한 기부자에게는 기부금액의 30%상당에 해당하는 지역 특산품도 답례품으로 제공된다.
기부자 입장에서 10만원을 기부하면 10만원 전액을 소득세액에서 공제받고, 3만원어치 답례품까지 덤으로 받을 수 있는 일석이조의 혜택이다.
기부금액은 연간 최대 500만원으로 제한되는데, 500만원을 기부한다면 90만8500원의 세액공제와 150만원 상당의 답례품을 제공받을 수 있다.
재정 어려운 곳만 주자 → 사는 곳만 아니면 전국에 주자
고향사랑 기부제는 2007년 대선 공약에 등장하면서 논의되기 시작했고,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관련 법안까지 만들어 내면서 15년만에 그 빛을 보게 됐다.
당초 재정자립도 20% 미만 지역에 10년 이상 거주했던 사람이 기부하는 경우만을 대상으로 하는 등 제한적인 제도 도입이 논의됐지만, 거주지역 외 모든 지역에 기부할 수 있도록 보완됐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에만 기부혜택을 줄 경우 수도권 등에서 역차별을 받는다는 반대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득세 세액공제 방식은 소득세액의 10%로 지자체에서 걷는 지방소득세액이 자동적으로 함께 공제되는 문제가 생긴다.
납세자가 집중돼 있는 수도권 지자체 입장에서는 자동으로 들어오던 세수입 일부를 강제로 떼어 지방에 나눠주는 불리한 구조다.
결국 고향사랑 기부제는 수도권 역차별 논란까지 불렀고 제도 도입까지 15년의 세월이 소요됐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고향사랑 기부제는 이런 논란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됐다. 납세자의 거주지역 광역자치단체만 아니면 전국 어디든 기부하고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경기도 수원에 사는 사람이면, 경기도만 아니면 전국 어디든 기부해도 된다.
물론 인구비례로 생각한다면 수도권 밖의 지자체에서 혜택을 더 많이 볼 수 있지만, 다른 지역에서 서울특별시 강남구에도 기부할 수 있다는 점은 선택의 폭에서 큰 차이다.
이름은 고향사랑 기부제이지만, 사실상 타지사랑 기부제인 셈이다. 서울에 사는 사람이 고향은 아니지만 자주 여행가는 곳이라서 애착이 간다면 강원도 양양에 기부해도 세액공제와 답례품을 받을 수 있다.
전국을 대상으로 기부할 수 있다보니 지자체별로 기부금 유치경쟁이 과열될 수도 있다. 정부는 제도 시행에 앞서 기부금 유치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완책도 마련했다.
우선 지자체가 기부금 모금을 강요하거나 적극적으로 권유, 독려하는 행위를 할 수 없도록 막았다. 개별적으로 전화나 우편, 전자메일 등을 통한 모금행위도 금지된다.
지자체 공무원이 집집마다 방문하거나 전국 각지의 향우회, 동창회 등 사적모임을 활용해 모금하는 행위도 할 수 없다. 불법 기부금 모집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으며, 불법 모집된 기부금 역시 기부자에게 반환조치 된다.
지자체는 모집된 기부금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고향사랑기금을 설치해야 하며, 사회취약계층 지원, 지역주민 복지증진 등 법률에 정해진 사용처에만 기금을 사용할 수 있다.
한국지방세연구원 김홍환 연구위원은 "고향사랑기부금 모집이 성공하려면, 우선 기부금과 세액공제 제도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가 필요하며, 기부플랫폼의 편리성 등도 확보돼야 한다"면서 "지자체 개별적으로 활동하기보다는 공동활동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