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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금워치]①-2 세금 1조 지원하는데…관리 허술

  • 2018.01.26(금) 14:06

지정·해제 허술한 지정기부금단체…전담 공무원 1명
검증 시스템도 부실...국세청도 손 못대는 곳 다수

▲ 그래픽 : 김용민 기자 /kym5380@
 
국가에서 정한 기부금 단체는 세금 지원을 받는다는 점에서 지정, 관리, 검증 등이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기부금 단체로 일단 지정되면 관리 사각지대에 놓이는 게 현실이다.
 
개인이나 법인이 기부금 단체에 기부를 하면 소득세(법인세)의 일부를 돌려주는데, 이는 세금으로 기부의 일부를 대신 해주는 것이어서 기부금 단체를  지정하는 문제는 중요하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의 한 축인 미르·K재단(지정기부금 단체)이 문제가 된 것도 이렇게 지원된 세금이 사적으로 유용됐다는 점에서다.
 
실제 기부에 지원되는 세금 규모는 막대하다. 2017년 기준 기업들이 법정기부금 단체나 지정기부금 단체에 기부를 해서 절감한 법인세만 6215억원으로 추산되며 개인이 기부로 환급 받은 소득세는 7347억원 가량이다. 국가가 세금으로 대신 낸 기부금이 연간 1조3500억원을 넘는다는 얘기다.
 
# 법이 정해 놓은 법정기부금 단체
 
그렇다면 기부금 단체는 어떻게 결정될까. 세제 지원을 받는 기부금 단체는 크게 법정기부금 단체와 지정기부금 단체로 나뉘는데, 법정기부금 단체는 법에서 정하고 지정기부금 단체는 대통령령인 시행령이 정하거나 시행령을 근거로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정한다. 
 
법정기부금 단체는 말 그대로 각 법률에서 정해 놓은 기부단체다. 그래서 세제혜택을 규정한 법인세법에는 법정기부금 단체의 범위가 각 법률에 근거해 명시돼 있다.
 
사립학교법에 따른 각급 사립학교, 근로자직업능력개발법에 따른 기능대학, 평생교육법에 따른 평생교육시설, 국립대학병원설치법에 따른 국립대학병원, 암관리법에 따른 국립암센터, 대한적십자사조직법에 따른 대한적십자사, 독립기념관법에 따른 독립기념관 등 80여개 개별 법률에 근거한 200여개 기부금 단체들이 포함된다.
 
여기에 국가와 각 지방자치단체, 지방자치단체조합 등도 법정기부금 단체에 해당한다. 법에서 정한 단체이기 때문에 추가지정이나 지정해제를 위해서는 국회에서 법을 바꿔야 한다. 이런 이유로 법정기부금 단체는 잘 바뀌지 않는다.
 
# 기재부가 정하는 지정기부금 단체
 
지정기부금 단체는 좀 복잡하다. 일부는 정부 등의 인허가와 동시에 지정되며 일부는 각 기관에서 추천을 받아 기획재정부가 지정한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허가나 인가를 받은 학술단체나 장학단체·기술진흥단체·문화예술단체·환경보호운동단체, 그리고 문화체육관광부나 지자체의 허가를 받은 종교단체 등은 허가나 인가를 받음과 동시에 자동으로 지정기부금 단체로 지정된다.
 
민법상 허가대상인 비영리법인이나 사회적협동조합 등은 주무관청이 기획재정부에 추천을 하고 이후에 기재부의 지정을 받는데 주무관청의 추천을 통해 기재부의 지정을 받은 지정기부금 단체만 4000여개에 달한다.
 
기재부의 지정기부금 단체 지정 및 해제는 매년 3월말, 6월말, 9월말, 12월말 등 분기마다 이뤄지는데 가장 최근인 2017년 12월 29일 지정명단을 보면 270개 단체가 신규로 지정됐고, 67개 단체가 해제되면서 전체 지정기부금 단체는 3919곳으로 9월말보다 203곳이 늘었다.
 
그밖에 인허가 등에 따라 자동으로 지정되는 종교법인(1만9000개), 사회복지법인(3500개), 의료법인(1000개), 학술·장학법인(4500개), 교육법인(1800개) 등이 3만여개에 달한다.
 
 
# 요건 맞으면 사실상 자동 지정
 
세금을 지원 받는 지정기부금 단체로 지정 받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요건을 갖춰야 하지만 별로 까다롭지 않다. 지정기부금 단체는 민법이나 특별법에 따라 설립인가나 허가만 받으면 자동적으로 지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허가 조건이 곧 기부금 세제지원 조건이 되는 셈이다.
 
기재부가 지정하는 지정기부금 단체도 ▲정관에서 수입의 공익지출 목적을 명확히 밝히고▲수혜자가 불특정다수이고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연간 기부금 모금액과 활용실적을 공개하고 ▲특정인이나 특정정당을 위한 선거운동을 한 사실이 없는 등의 요건을 갖추면 된다. 
 
요건 확인도 형식적이다. 추천하는 기관에서는 별다른 실사 없이 서류중심으로 평가해 추천을 하면 기재부에서도 서류만 훑어보는 정도다. 기재부에서 지정기부금 단체 지정 및 해제를 전담하는 직원은 세제실 법인세과의 주무관급 1명뿐이며 기부금 단체 지정을 위한 별도의 위원회나 회의체는 없다.
 
# 사후 검증시스템도 부실 
 
지정기부금 단체의 지정요건을 사후에 검증하는 기관은 국세청인데 기부금 모금 및 활용실적, 재무신고 내역 등을 점검해 지정취소사유가 발생하는 경우 기재부장관에 지정취소를 요구한다. 또 각 주무관청에서도 소관 단체의 지정취소 사유가 발생하는 즉시 국세청에 통보할 의무가 있다. 지정취소가 되면 취소일로부터 3년간 재지정이 제한된다.
 
하지만 이것도 어디까지나 기재부가 지정하는 지정기부금 단체(3919곳)에 한정된 내용이다. 기재부가 지정하지 않고 각 기관의 인허가에 따라 자동으로 지정기부금 단체가 되는 3만여개의 지정기부금 단체들은 국세청의 검증대상에서 비껴나 있다. 각 부처나 지자체 등에서 인허가를 받은 사회복지법인이나 종교법인, 의료법인, 장학재단 등이다.
 
기재부가 지정하는 지정기부금 단체들은 매년 기부금 모금액과 활용실적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국세청에 구체적인 명세서를 제출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하지만 자동지정 단체들에게는 공시의무가 없다.
 
기재부 세제실 출신의 한 세무사는 "기재부가 일부 지정기부금 단체 지정 권한을 갖고 있지만 각 부처에서 추천하고 기준만 맞으면 기계적으로 지정해 주는 방식"이라며 "외국에 비하면 지정·해제 등 관리시스템이 매우 허술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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