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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금워치]③-3 '키'를 쥔 국회...싫은 건 모른 척

  • 2018.02.12(월) 16:30

정치자금 필요하지만 모집·지출 투명성 담보돼야
20대 국회 개정안, 후원금 더 걷을방안만 골몰
후원자 직업공개, 정치자금 실시간 공개 모두 외면

▲ 그래픽= 김용민 기자 kym5380@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이하 청목회) 임원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청원경찰법 개정 로비를 위해 개인 명의로 국회의원 38명에게 쪼개기 후원금을 건넨것이 이른바 '청목회 사건'이다.

이 사건 이후 2011년 국회는 정치자금법 개정을 시도했다. 이른바 '청목회방지법'이었다. 그런데 정작 법안 내용을 따져보면 청목회 사건 재발방지가 아닌 '청목회허용법'이었다.

'누구든지 국내·외의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고 돼 있는 정치자금법 31조2항에서 '단체와 관련된 자금'을 '단체의 자금'으로 고치기로 한 것이다. 다시 말해 단체가 직접 마련한 자금이 아닌 단체와 `관련된` 자금은 허용해주자는 내용이다.

이 개정안은 여야가 합의해 처리키로 했다가 여론의 거센 역풍을 받아 포기했지만, 정치권의 인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 정치자금은 필요... 문제는 셀프개혁

정당이나 정치인은 기부단체와 마찬가지로 공익을 추구한다. 이 때문에 기업이나 개인과 달리 경제활동을 하지 않아 합법적인 정치자금이 필요하고, 지구상의 대부분 정상 국가는 합법적인 정치자금 조달통로를 열어놓고 있다. 인지도가 낮은 정치신인이라면 더욱 그렇다.

문제는 정치자금 모집·지출의 투명성이다.

[기부금워치]③-2에서 지적한 것처럼 정당과 정치인이 국민들로부터 기부 받은 후원금을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를 알 수 있는 정보도 뒤늦게 알려주고 알려주는 정보마저도 부족하다. 늑장공개와 부실정보의 종합판이다. 

허술한 법 규정을 고치면 되는데 정작 고치는 주체가 정치기부금을 받아서 쓰는 국회의원들이어서 고치지 않는다.

국회는 지속적으로 정치자금 투명성 개선 요구를 외면해왔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점만 고치고 불리한 점은 외면하는데 여야가 따로 없다.

비즈니스워치가 20대 국회에 발의된 정치자금법 개정안 29건(국회의안정보시스템 기준)을 모두 살펴본 결과 정치후원금·기탁금 모집·관리를 다룬 법 개정안은 총 7개(중복법안은 1건으로 통합)이다.

▲ 그래픽= 유상연 기자 prtsty201@



7개 법안의 내용을 종합하면 정치후원금을 더 걷을 수 있는 법안만 있고 투명성을 강화하는 법안은 후원회 회계책임자에 4촌내 친인척 선임을 금지하는 법안 하나뿐이다. 바꿔 말하면 지금은 친인척뿐만 아니라 가족까지도 후원금을 모집·전달하는 책임자로 앉힐 수 있다는 얘기인데 이 법안마저도 계류 중이다.

나머지 법안들은 모두 후원금이나 기탁금을 더 걷는 내용이다.

◇ 투명성 개선 요구는 쏙 빼고 정당후원회만 부활

정치자금법 개정안 가운데 20대 국회를 통과한 것은 정당후원회 제도를 부활하는 내용이다. 이는 2015년 헌법재판소가 정당후원회 금지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예견된 것이었다.

이 법안도 반전이 있다.

 

2015년 헌법재판소는 정당후원회 금지를 풀어주면서 투명한 자금 운영을 위해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외국의 경우와 같이 익명 기부를 금지하고, 모든 기부내역에 대해 기부자의 직업을 포함한 상세한 신원과 자금 출처를 완전하게 상시적으로 공개,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 등을 세심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국회는 투명성 개선 노력을 병행하라는 헌재의 권고사항은 쏙 빼고 정당후원회 부활 안건만 통과시켰다.

국회가 외면한 건 더 있다.

 

대표적인 것은 정치자금의 수입·지출내역을 실시간(정확히는 48시간 이내) 공개하는 방안이다. 중앙선관위가 정치자금 회계관리프로그램을 만들어 시스템을 마련해놨지만, 의무적으로 적용하려면 법을 고쳐야한다. 

 

선관위는 2013년과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정치자금 내역을 실시간 공개하도록 법을 고치자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국회의 외면을 받았다. 

 

외면의 주체에 여야가 따로 없다. 이 개정의견을 받아들여서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낸 의원이 없기 때문이다.

제도는 갖춰져 있는데 국회가 법을 바꾸지 않아 시스템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 그래픽= 유상연 기자 prtsty201@



◇ 국고보조금 지급방식 개선요구 '힘의 논리'로 묵살

후원금 외에 정당들의 가장 큰 수입원인 국고보조금 지급방식을 바꾸자는 의견도 번번이 묵살당하고 있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지난해 원내의석을 가진 7개 정당에 지급된 경상보조금은 총 421억원이다.(이와 별도로 19대 대선 참여정당·후보자에 선거비용으로 1388억원이 추가로 지급됐다.)

선관위는 국고보조금 지급기준에 정당의 당비 납부액을 넣자는 의견을 냈지만 국회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학계에서는 후원금 모금실적을 국고보조금 배분 기준에 넣자는 견해도 있다. 역시 국회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당비나 후원금을 국고보조금 지급 기준에 넣자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는 국민 세금으로 자금을 지원받으면서 최소한 정당 스스로도 당비나 후원금을 더 걷는 자구노력을 하라는 의미다.

현재 국고보조금은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에 총액의 50%를 우선 지급하고 5석이상 20석 미만 정당에 총액의 5%, 기타 일정요건을 충족하는 정당에 총액의 2%를 배분한다. 이후 잔여금액의 절반을 다시 의석수비율에 따라 지급하고 나머지 절반은 가장 최근 국회의원선거 득표비율로 배분한다.

중앙선관위는 교섭단체 정당에 국고보조금 총액의 50%를 우선 지급하는 규정을 삭제하자는 의견도 제시했고, 일부 소수정당에서도 이러한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이 역시 국회 내 힘의 논리로 바뀌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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