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이 금융권 최대 화두지만 쉽지만은 않은 게 현실이다. 특히 기업금융은 개인 뱅킹(소매금융)에 비해 디지털 전환 장벽이 높다. 상품구조가 복잡하고 고객 요구도 다양한 까닭이다.
특히 인적 영업채널(RM, 기업금융상담역) 의존도가 높아 상대적으로 디지털 전환을 위한 투자가 부족했다. 그 동안 국내 은행들도 ICT(정보통신기술)기업과 유통기업, 핀테크 등 금융서비스 부문의 새로운 경쟁자들에 대응하기 위해 개인 뱅킹 중심의 디지털 투자를 확대해 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기업금융 영역에서도 디지털 전환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은행 입장에선 대출 자산의 한 축을 기업금융이 맡고 있는 만큼 이 시장을 포기할 수 없다. 신한금융이 타 은행과는 다른,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기 위해 기업금융 디지털 전환에 집중하는 이유다.
'디지털 기업금융' 먼저 나선 이유
개인 뱅킹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금융권 디지털 전환은 최근 들어 기업금융 분야에서도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리테일 금융(개인 금융) 업무처리 시 디지털 서비스를 주로 활용하는 응답자의 95%가 기업금융 부문에서도 비슷한 수준의 디지털 서비스를 기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응답기업의 72%가 거래은행 선택 시 디지털 역량 수준을 중요한 요인으로 꼽았다.
은행 입장에서도 기업금융의 디지털 전환으로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정부 지원정책 강화로 중소기업 영업기반이 확대되면서 기업금융상담(RM) 영업효율화도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신한은행이 지난 2021년 기업디지털사업부를 신설하고 고객 중심 기업디지털 채널 기획과 총괄을 맡긴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기업디지털사업부를 이끌고 있는 고영찬 부장은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기업금융도 디지털 전환이 필요하다는 부분에 목소리를 높였다.
고 부장은 "빅테크와 핀테크, 플랫폼 사업자의 금융업 진출로 업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고 개인사업자 마이데이터 도입과 금융 공공데이터 개방 등 시장을 둘러싼 환경도 크게 변하고 있다"며 "기업금융 상품과 서비스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혁신성과 고객 편의성을 높이고 기업금융 플랫폼을 고도화해 금융 서비스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특화 플랫폼으로 차별화된 고객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기업 비대면 채널을 전면 개편했다"며 "기업 핵심업무에 대한 프로세스 재설계와 시스템 간 유기적 연계를 통해 금융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기업 고객들의 다양한 니즈를 해결하고 관리할 수 있는 모바일 기업고객 관리시스템을 개선해 RM의 영업 지원부터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금융도 '비대면 대세' 된다
기업금융은 개인 뱅킹과 비교해 복잡한 상품 구조와 업무로 복합적 요소를 고려한 제안이 필요하다. 이로 인해 여전히 대면 영업 방식을 선호한다는 게 두 분야의 가장 큰 차이다.
개인 뱅킹은 모바일 앱 등을 통해 비대면 서비스가 자리를 잡았지만 기업금융에선 비대면이 쉽지 않다는 의미다.
이에 신한은행은 기업 고객의 불편을 줄이고 사업 본질에 집중할 수 있도록 프로세스 비대면화 등 금융 거래 중심의 디지털 전환에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기업모바일뱅킹 '쏠비즈'(SOL Biz)다. 개인과 마찬가지로 기업고객도 모바일 사용이 증가하면서 쏠비즈도 바뀌어야 한다는 인식이 부서 내부에서도 커졌다. 이에 기업뱅킹 ID방식 로그인 기능을 추가하고 법인용 모바일OTP발급, 영역별 화면 UI/UX를 개선했다.
기업은 개인에 비해 의사결정 절차가 복잡하고 기업 내부 시스템을 통해 업무를 처리한다. 또 ERP(전사적자원관리) 시스템을 금융 거래를 이용하려는 수요도 많아 기업 CMS(기업자금관리시스템)와 연계된 디지털 전환도 중요하다.
신한은행은 CMS 경쟁력 강화를 위해 △웹 기반 통합자금관리 업무 서비스 △통합 공과금조회 및 뱅킹과 연계한 공과금의 빠른 납부 △전자세금계산서 발행 △기업고객 행동패턴을 고려한 자금일보 서비스 △계좌거래내역과 매입/매출 내역을 통해 자금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전자장부 서비스 등 CMS 경쟁력 강화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기에 기업고객을 위한 경영관리지원 플랫폼(신한 BizMate)을 신설해 신규 기업고객을 확보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고영찬 부장은 "기업금융 거래 업무는 이용자가 편리하고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되 경영자에게는 다양한 경영지원서비스와 연계해 고객별 맞춤형 정보와 기능을 제공하는 이원화된 접근도 중요하다"며 "고객 편의성과 함께 내부통제도 매우 중요한 이슈여서 둘이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디지털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효율성 높은 중기 시장 잡는다
신한은행은 기업금융 시장을 선도하는 종합플랫폼 도약을 목표로 기업인터넷뱅킹 전면 개편 등 이용자 편의성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웹어워드코리아 2022 Winner'에서 선정하는 은행부문 기업뱅킹 서비스 분야 대상을, 올해 4월에는 'iF 디자인 어워드 2023'에서 서비스 디자인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 그 동안 영업점에서만 가능하던 업무도 비대면으로 할 수 있도록 전환하는 과정도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소규모 사업자들이 지역신용보증재단 대출을 받을 때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도록 업무 처리가 가능하도록 비대면 프로세스를 구축한 것이다.
법인의 비대면 계좌 개설과 화상상담 서비스도 확대했다. 올해는 기업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인공지능(AI)기반 기업 이상거래 통지서비스도 출시했다.
고영찬 부장은 "올해는 기업 모바일 채널인 쏠비즈를 디지털 금융 핵심 채널로 발전시키기 위해 전면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며 "하반기 중 개인사업자의 성장 지원 'Daily' 서비스 플랫폼도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이 공을 들이는 기업금융의 디지털 전환은 중소기업과 소호(SOHO) 부문에서 영향력이 가장 클 것으로 예측된다. 향후 기업금융 부문 디지털 투자는 커버리지 모델 최적화와 비용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신한은행 역시 중소기업과 소호 부문 고객을 타깃으로 디지털 전환 전략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게 더존비즈온과의 합작사 설립이다.
양사는 지난해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했고 현재 금융당국 인허가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향후 지분을 공동소유하는 방식으로 공급자금융 중개와 기업데이터 사업 등에 공동 투자 및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양사가 손잡은 이유는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공개된 정보와 신뢰성 부족으로 시중은행들이 금융을 지원하는데 있어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매출채권 현금화 중개사업 등 중소기업의 자금운용을 원활하게 하는 금융서비스(매출채권 팩토링)를 통해 중소기업 경영활동 단계에서 자금수요를 미리 예측하고, 금융 니즈를 선제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중소기업 특화 공급망금융을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궁극적으로는 중소기업 고객 유치에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합작법인을 통해 중소기업에 신속한 자금 지원을 할 수 있는 특화금융 플랫폼을 준비해 향후 중소기업 시장에서 선제적으로 고객의 금융 니즈를 파악하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