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기업대출 영업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이미 지난해 하나은행이 기업대출 영업에 힘을 주면서 실적 성장을 달성했고, 우리은행도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선언했다.
중소·중견기업 금융지원을 위한 정책금융 역할을 맡고 있는 IBK기업은행도 기업금융 분야의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지킨다는 전략이다.
기업대출 늘리는 은행권, 다방면 영업 강화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기업대출 잔액은 767조3139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9% 증가했다. 은행별로는 하나은행이 1년 새 14.5%(137조8962억원→157조9263억원) 성장해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우리은행 10.3%(129조2678억원→132조4596억원)로 뒤를 이었다.
KB국민은행(162조6091억원→167조2760억원)과 NH농협은행(127조1583억원→130조2628억원)은 각각 7.7%와 7%, 신한은행(146조7413억원→150조2051억원)은 6.1% 증가했다. 올해도 시중은행들의 기업대출 잔액 증가세는 이어지고 있다.
시중은행 가운데 기업대출 분야에 특히 집중하고 있는 곳은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다. 하나은행은 지난해부터 기업 영업에 주력했고, 이를 기반으로 은행 실적 1위를 달성했다. 지난해 하나은행 순이익은 3조4766억원으로 5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많았다.
우리은행도 지난해 9월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선언하면서 이 시장에 주력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상태다. ▷관련기사: '기업금융 명가 재건' 선언한 우리은행 "4년뒤 1위로"(23년 9월7일)
이들 은행은 올 들어서도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강화 등을 통해 기업들과의 접점을 늘리며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하나은행은 중소·중견기업 해외시장 수출 안정망 강화를 위해 한국무역보험공사와 '해외 미수채권 회수지원' 업무협약, 5000억원 규모의 '수출패키지 우대금융'도 진행하고 있다.
미수채권 회수지원은 무역보험공사가 제공하는 무역보험 미가입 수출기업의 해외 미수채권 회수 컨설팅과 추심대행 서비스의 기업 부담 수수료를 지원하는 방안, 수출패키지 우대금융은 수출신용보증 지원 요건을 충족하는 중소·중견기업에 보증·보험료 100% 지원과 대출금리 감면, 외국환 수수료 우대 등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우리은행은 기업금융 강화를 위해 신설한 중소기업 특화채널인 'BIZ프라임센터'를 늘리고 있다. 산업단지 소재 기업에 투자·융자를 통한 자금조달과 경영컨설팅, 자산관리 특화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곳이다. 작년 반월·시화 1호점을 시작으로 인천 남동·송도, 경남 창원·녹산에 이어 최근에는 대구·경북과 울산, 호남 등 3개 지억에 센터를 추가로 개설했다.
또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와의 업무협약을 통해 우리은행 디지털 공급망 금융 플랫폼인 원비즈플라자에서 메인비즈 인증 기업(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경영혁신형 중소기업 선정 기업)에 서비스를 무료로 지원한다. 신용분석 서비스와 B2B 마켓, 보증서대출 등 혜택도 주어진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일부 은행들이 기업대출 영업에 공격적으로 나오면서 현장에서 느끼는 경쟁 체감도가 급격히 올라갔다"며 "올해도 기업들과 다양한 접점을 통해 영업하려는 전략들이 본격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중기금융 1위, 기업은행도 공격적 행보
벤처기업 등 모험자본 공급을 포함한 중소기업 금융지원 역할을 맡는 기업은행도 시중은행들의 이 같은 행보에 적극 대응하는 모습이다. 중기대출 시장 점유율 1위('23년 말 기준 23.2%)를 기반으로 최근 실적 성장세를 이어왔던 만큼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특히 디지털 금융을 기업대출 분야에도 적용해 접근성을 강화하고 있다. 우선 중소기업의 기계·설비 매매 활성화를 위한 기계거래 플랫폼 '기계거래BOX'를 출시했다. 기계·설비 판매 혹은 구매를 원하는 기업이 수수료 없이 플랫폼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금융권 최초로 관세청 수출신고정보를 은행 업무에 활용하는 디지털 서비스인 '디지털 수출신고정보 서비스'는 내달 시작할 예정이다.
수출기업이 관세청 무역 마이데이터 정보 제공에 동의하면 기업은행 인터넷뱅킹에서 자사의 수출신고정보를 간편하게 조회·제출할 수 있게 된다. 은행은 별도의 증빙서류가 없어도 기업이 제출한 관세청 수출신고정보를 확인해 수출대금을 계좌로 입금한다. 수출실적은 무역금융 심사에 활용하는 구조다.
여기에 법인·개인사업자 누구나 비대면으로 대출신청을 하면 영업점에서 고객과 대출상담을 진행하는 내용이다. 이를 통해 은행 방문 등 번거로움을 줄이면서 중소기업의 대출신청 문턱을 낮췄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시장이 과열되지 않는 수준에서 경쟁력 있는 특화상품을 개발해 기존 우량기업을 관리할 것"이라며 "중소기업 위기극복을 위한 상품 라인업 강화 등 정책금융기관 역할에도 충실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