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 이사회가 올해 첫 회의에서 일부 안건을 부결해 눈길을 끈다. 경영협의회 규정을 일부 개정해 100억원 이하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손실보상을 신설하는 내용이 골자인 안건이다.
기업은행 이사회는 손실 보상은 은행 경영과 관련한 중요 사안이라 '경영협의회'가 아닌 이사회에서 결정하기 위해 부결했다는 설명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 이사회는 지난 2월29일 진행한 올해 첫 이사회 회의에서 '경영협의회규정' 일부 개정안을 부결했다.
금융권 이사회에서 안건 부결은 이례적이다. 해당 안건을 두고 간담회 등 사전 논의를 통해 의견을 조율한 후 이사회에서 통과시키는 게 보통인 까닭이다. 실제 기업은행 이사회는 지난해 열한번 회의에서 총 67개의 안건을 논의했는데 이 중 부결은 단 한 건이었다.
해당 안건은 장애인기업에게 1년간 디지털 서비스 이용료를 지원하는 것으로 기부금 형태로 40억원을 지원하는 내용(지원한도 70억, 3500개 기업)이다.
올해 첫 부결된 안건은 경영협의회 구성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 사업본부장을 그룹장급으로 명확화하고, 경영협의회 의결사항에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100억원 이하의 손실보상'을 신설하는 내용이다.
해당 안건이 관심을 끄는 것은 최근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불완전판매 관련 은행권이 '이사회' 의결을 거쳐 선제적 자율배상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은 홍콩 ELS 자율배상과는 관련이 없다. 다만 시중은행과 마찬가지로 일반 금융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펀드를 비롯한 금융투자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소규모 투자 손실에 대해 은행 자체적으로 '경영협의회'에서 보상을 결정한다는 내용을 이사회 안건에 올렸다는 점이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특히 해당 이사회 회의 시점은 금융감독원이 은행권을 향해 선제적 자율배상을 강조했던 때다. 이후 금감원은 홍콩 ELS 현장검사 결과와 배상기준안 등을 발표했고, 상품을 판매한 은행들은 이사회 의결을 거쳐 자율배상을 결정했다.
기업은행 한 사외이사는 "일정 금액 이하는 경영협의회에서 안건을 별도 심의하는 기구를 만들어 의결하려는 내용이었지만 부결하고 이사회가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며 "은행 입장에선 소비자 보호도 중요하지만 자율배상은 은행 경영에도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신속성 측면에선 (경영협의회가 의결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면서도 "기업은행은 펀드 판매가 많지 않아 하부 기구가 아닌 이사회에서 결정해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내 시중은행들은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전후로 '비예금 상품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위원회에선 금융투자상품 등에 대한 판매 여부를 포함해 운영 방안을 논의한다. 다만 손실에 대한 보상 등 사후수습을 결정하는 권한까지는 부여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라는 게 은행권 설명이다. 중대결정은 결국 이사회를 거친다는 의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위원회에서 상품 판매 등을 결정하지만 사후관리까지 담당할 권한까지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특히 배상 부분은 은행에 가장 민감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배상은 은행의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어서 상품위원회가 아닌 소비자보호 관리 부서를 포함해 담당 부서 범위가 커져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