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는 최근 시중은행에서 받았던 주택담보대출을 인터넷전문은행으로 대환했다. 현재 적용받는 금리보다 낮은데다 서류 제출 등 영업점 방문없이 모바일로 대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도 놀랐다.
파격적인 수신 금리를 내세우며 이용자 확보에 나섰던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시장에서도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시중은행보다 주담대 금리가 낮을 뿐 아니라 모든 절차를 모바일 앱에서 가능하다는 인터넷은행만의 장점을 십분 살렸기 때문이다.
특히 이달 말 출시 예정인 대환대출 플랫폼이 자리를 잡으면 인터넷은행 주담대로 대환하려는 수요가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다만 은행권에선 인터넷은행들이 장기적으로도 금리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리 낮으니 대출 잔액 증가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3월 취급된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4.42%를 기록했다. 시장금리가 하향 안정화되면서 올들어 시중은행들의 주담대 금리 역시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지난해부터 주담대 취급을 본격화하기 시작한 인터넷은행들의 금리 수준이다. 같은 기간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주담대 평균 금리는 3.93%와 3.85%로 나타났다. 시중은행들에 비해 0.5%포인트 가량 낮은 수준이다.
금리 경쟁력을 기반으로 인터넷은행 여신 잔액도 증가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비대면 주담대 출시 1년 후인 올 1분기 잔액은 2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1분기 주담대 시장 점유율은 0.4%(잔액 470억원) 수준에 불과했지만 1년 만에 3.7%로 급증했다.
케이뱅크 1분기 여신 잔액도 11조9400억원으로 작년 같은기간과 비교해 52.9% 성장했다.
반면 시중은행은 주담대 잔액을 늘리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4월말 시중은행 주담대 잔액은 508조9827억원으로 전달보다 0.44% 감소했다.
시중은행들의 주담대 금리도 떨어지고 있고 주택매입 수요가 늘면서 은행들의 주담대 잔액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대출 잔액 규모에서도 인터넷은행과 시중은행의 격차는 매우 크다.
그럼에도 금리 경쟁력과 비대면 대출 신청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과거와 달리 금융 소비자들이 주담대를 받기 위해 시중은행으로만 쏠리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모바일 비대면 서비스 뿐 아니라 소비자들은 결국 낮은 금리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를 기반으로 기존 은행 주담대 대환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환대출 플랫폼 출시…메기효과 본격화?
인터넷은행 출범 이유는 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중저신용자들에게 대출 문을 좀 더 열어주고, 기존 시중은행과 달리 인터넷은행은 영업점 등이 없어 비용 효율화를 통한 금리 경쟁력 강화 등을 기대해서다.
특히 금융당국은 올 2월부터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TF를 운영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의 지나친 이자장사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 등의 비판이 이어지자 이를 개선하는 게 주된 목적이다.
금융당국은 제도개선 TF 초기 인터넷은행을 통한 금리 경쟁효과 유발 등 메기효과가 예상보다 크지 않다는 점도 시중은행들의 과점 체제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인터넷은행들의 금리 경쟁력을 앞세운 주담대 시장 공략은 금융당국의 정책 목표에 부합하기도 하는 셈이다.
여기에 이달말 출시 예정인 대환대출 플랫폼이 전환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이미 인터넷은행들은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비대면으로 담보대출을 하고 있는데 대환대출 플랫폼으로 이같은 현상이 확산될 수 있는 까닭이다.
금융당국은 대환대출 플랫폼 출시 초반에는 신용대출 중심으로, 이후 담보대출 인프라를 확충해 영역을 확장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금리 경쟁이 유발되고 머니무브 현상도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기사: 1천조 '머니무브' 시작되나…대환대출 인프라 5월 가동(3월11일)
권흥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대환대출 플랫폼을 통해 금리가 더 낮은 인터넷은행으로 대환이 이뤄지는 등 일부 메기효과는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시중은행들의 금리 수준이 급격히 낮아지는 등 '게임체인저' 역할까지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권에서도 인터넷은행들의 영향력이 급속히 확산될지 여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이 획기적으로 조달비용을 줄이는 등 시스템 개혁을 이뤘다면 긴장하겠지만 아직 그런 상황은 아니다"라며 "(인터넷은행이)주담대 금리를 낮추는 것은 시장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극도의 저마진 혹은 역마진을 감수하는 전략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