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상이 아동 발달지연과 관련된 '놀이치료'와 '미술치료'에 실손의료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그간 발달지연 치료는 병원과 연계한 상담센터 등에서 심리·미술치료만 받아도 실손보험금 청구가 가능했는데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지급심사를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파장이 확산되자 금융감독당국은 현대해상의 보험금 미지급이 적합한 지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다른 손해보험사들도 관련 보험금 지급 문턱을 높일 태세라 향후 동향이 주목되는 상황이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현대해상의 발달지연 관련 보험금 미지급 현황을 점검했다. 현대해상외 다른 보험사들은 아직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는 만큼 여파가 확산될까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대해상이 받은 법률자문 등 발달지연 보험금 미지급 여부에 대한 적정성과 회사 보험금 지급심사 프로세스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현대해상이 지급한 발달지연 관련 실손보험금은 697억원에 달했다. 2018년 98억원 수준이던 것이 4년새 7배 넘게 불어난 것이다. 코로나19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2019년 156억원이었던 발달지연 실손보험금이 2020년 221억원, 2021년 479억원으로 증가세가 가팔라졌다. 2021년 4분기에만 지급된 보험금이 2019년 전체 지급된 보험금보다 더 많았다.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하고 사회적 활동을 하지 못하며 발달지연 아동이 늘어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의료면허가 없는 치료사들이 아이들에게 놀이·미술·음악치료를 해주는 사례가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 치료 비용은 회당 7만~10만원 수준이다. 전체 보험사로 범위를 넓히면 작년 한 해에만 약 1100억원이 발달지연 치료보험금으로 나갔을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하지만 민간자격증을 가진 치료사나 임상심리사의 치료는 의료행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들이 의료기관 부설센터에서 근무하는 것도 불법이다. 의료행위가 아닌 만큼 실손보험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게 현대해상의 입장이다. 실손보험은 환자가 실제 부담한 '의료비'를 보장해주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현대해상이 총대를 멘 건 일부 병·의원에서 발달지연 아동을 위한 '아동 재활센터'를 열고 실손보험금을 편취하고 있다고 봐서다. 일부 사무장병원의 과잉진료와 브로커를 동반한 보험사기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올초 한 소아과가 사무장병원 및 무면허 진료행위 혐의로 수사를 받으며 문을 닫게 되자, 5~10회분 등 일시불로 치료금액을 지불했던 부모들이 피해를 본 게 발단이 됐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일부 의심 의료기관에서 1년새 보험금 청구가 크게 늘어나는 등 수상한 정황이 포착됐다"며 "보험금 미지급이나 감액 목적이 아닌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한 문제제기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의료계는 민간자격증을 지닌 치료사의 발달지연 아동 대상 놀이·미술·음악치료도 의료행위로 봐야한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의사 지휘 아래 이뤄지고 있어서다. 관련 센터에 근무하는 치료사들은 국가자격증이 개설돼 있지 않아 주로 민간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이 비중이 70%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치료사들의 치료행위가 실손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면 발달지연 아동이 치료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