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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ELS 사태 여진…은행 영업전략 수정할까

  • 2023.12.11(월) 15:53

금융투자상품 손실 나면 1년치 농사 '도루묵'
팔수도 안팔수도…일단은 금융소비자 보호 '더'

홍콩H지수(HSCEI)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원금손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은행들이 내년도 영업전략을 전면 수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이후 금융투자상품에서 원금손실이 발생한 경우 판매사인 은행들이 이를 일부 배상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금융상품 판매 전략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운영할 것으로 관측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이달 말 경영전략회의를 거쳐 내년에 현장 영업점에서 적용될 핵심성과지표(KPI)를 수정하는 등 현장 경영전략을 내놓을 예정이다. 

금융투자상품 손실 나면 1년 농사 도루묵

금융권은 매년 금융투자상품 판매로 몸살을 앓고 있다. DLF사태 이후 금융투자상품 판매 과정 중 불완전판매가 있었다면 배상하라고 금융감독원이 강력하게 권고하고 있어서다. 

홍콩 ELS와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직접 나서 강도 높은 검사 이후 판매사인 은행들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것을 공식화 한 상황이다. 

은행권에서는 불완전판매 '건' 수와 상관 없이 은행들이 대규모 배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은행들 입장에서는 조사 결과 불완전판매가 있었던 건에 대해서만 배상책임이 있지만, 금융소비자 보호와 신뢰 회복 등을 위해 배상 문턱을 낮춰 배상에 나서고 있어서다. 

은행 한 관계자는 "불완전판매 여부만 따져 배상하기에는 가입자들의 수 만큼 이해관계가 워낙 다양하다"라며 "소송 등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고 이 역시 은행들의 비용증가로 이어지기 배상 대상의 문턱을 낮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은행들 입장에서는 금융투자상품 배상이 뼈아프다. 은행입장에서는 '판매 수수료' 명목의 수익만 거둘 수 있지만 배상을 하게 되면 투자자의 원금까지 배상, 은행의 수익성이 급격하게 하락하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DLF, 라임, 옵티머스 등 과거 문제가 됐던 금융투자상품의 배상이 현재까지 진행중이기 때문에 정확한 규모를 알 수는 없다"면서도 "펀드 판매 규모 등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략 수백억원대의 배상에 나서게 될 텐데 이는 중소형 은행의 1년치 비이자이익을 고스란히 배상하는 꼴"이라고 설명했다. 

팔수도 안팔수도 없는 노릇

은행들은 사모펀드 사태 이후 영업점에 금융소비자보호를 최우선으로 해 불완전판매를 근절하도록 핵심성과지표(KPI)를 수정해 왔다. 금융투자상품 판매에서 발생하는 수수료가 은행의 비이자이익 중 핵심인 만큼 판매는 계속하되 문제가 될 여지를 최소화하자는 취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이 다시 한 번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지적하자 은행 영업 현장에서는 혼란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은행 한 영업점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도 일선 영업점에서 불완전판매 최소화에 초점을 맞춰 KPI를 수정했으나 금융당국이 제시하는 불완전판매의 기준과 은행 현장 직원들이 느끼는 불완전판매의 기준이 달라 매번 논란이 되는 것 같다"며 "홍콩 ELS 원금 손실 가능성이 제기된 이후 영업점에서도 혼란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에 금융투자상품 판매에 대한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에서는 아예 대면채널에서는 금융투자상품을 판매하지 말고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0에 가까운 비대면 채널에서만 판매하자는 자조섞인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홍콩 ELS 원금 손실 가능성에 따른 배상 가능성이 확대되면서 이제는 금융투자상품 판매 행위 자체에 대해 KPI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낮춰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이 역시도 쉽지 않다. 은행이 금융투자상품 판매에 소극적으로 나설 경우에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어서다. 

은행은 가장 많은 금융소비자들이 찾는 창구인만큼 은행이 제공하는 금융서비스를 다양하게 갖추는 것도 은행의 책임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금융소비자의 선택권을 줄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게다가 은행들은 '이자장사'를 한다는 비판 여론에 이자부문의 수익성을 상당 부분 포기하기로 했는데, 금융투자상품 판매를 보수적으로 가져가는 것은 자칫 비이자이익의 수익성도 포기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내년에도 좀 더 깐깐하게 금융소비자 보호 부문의 KPI 배점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라며 "은행의 핵심 과제가 비이자 수익원 다양화인 가운데 금융투자상품 판매 자체를 포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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