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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 우려'에…은행주 주가, 홍콩 H ELS 잔액 따라 갈렸나

  • 2023.12.08(금) 15:31

'최다 판매' KB금융 내리고, 우리금융 오르고
당국, 불완전판매 강경대응...배상 가능성 솔솔
실적 불확실성에 비이자익 확대도 '암초'

홍콩H지수(HSCEI)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원금 손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금융당국이 주력 판매사였던 은행에 대한 불완전판매 배상안 검토에 나섰다.

은행주 투자자들도 이번 홍콩 H ELS 사태를 주목하고 있다. 만약 은행들의 불완전판매 정황이 발견돼 일부 배상 책임을 지게 되면 은행 손익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5대 은행이 판매한 홍콩 H ELS 중 내년 상반기 만기 도래하는 규모는 약 8조4100억원이다. 이 중 상당 부분이 손실 처리될 것이 유력한 가운데, 은행주 주가 또한 은행별 판매 잔액에 따라 오르내리는 모양새다. 

KB금융·우리금융 희비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의 주가는 지난 11월 7일부터 12월 7일까지 한 달 동안 1.72% 하락했다. 같은 기간 10개 은행주로 구성된 KRX은행 지수가 2.94% 상승한 것과는 다른 흐름이다.

반면 우리금융 주가는 같은 기간 3.14% 상승했다. 같은 기간 신한지주가 3.7%, 하나금융지주가 0.73%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은행주 중 KB금융만 유일하게 하락세를 나타냈다. 

각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홍콩 H ELS 판매 잔액에 따라 은행주별로 상이한 주가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통상 연말이 되면 은행주가 배당주로 강세를 보이지만, 올해는 상생금융과 ELS라는 변수가 겹치면서 각 종목별로 주가가 등락하고 있다.

KB금융의 은행 계열사 국민은행의 경우, 내년 상반기 만기 도래하는 홍콩 H ELS 판매 잔액은 4조7726억원으로 은행권 중에서 가장 많았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주가가 상승한 우리금융의 경우 우리은행 홍콩 H ELS 판매 잔액이 249억원으로 국민은행과 차이가 컸다.

ELS는 기초자산의 가격이 가입 시점보다 만기 시점에 35~55% 이상 하락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은행들이 판매한 ELS는 대부분 3년 만기의 상품으로, 2021년 상반기에 주로 판매돼 내년 상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상품이다. 홍콩 H지수가 지난 2021년 2월 12106.77까지 오른 뒤 지난 7일 5601.18로 53.73% 떨어진 점을 고려하면 조 단위 원금 손실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 보고서에서 "홍콩 H지수 ELS 판매 잔액이 압도적으로 많은 KB금융의 주가가 크게 하락하며 은행주 약세를 견인하고 있다"며 "반면 우리금융은 전주에 주가가 상대적으로 가장 선방했는데 타 시중은행 대비 홍콩 H지수 ELS 잔액이 매우 미미하다는 점이 투자심리를 개선시킨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강경 대응…배상 가능성 '수면 위'

은행주가 이처럼 홍콩 H ELS 잔액에 따라 등락하고 있는 건 판매사인 은행들이 홍콩 H ELS 원금 손실에 대한 배상에 나설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어서다.

당국은 최근 은행권 ELS의 불완전판매 가능성에 대해 강경한 언급을 이어가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9일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묻기도 전에 굳이 소비자 피해 예방 조치가 다 마련됐다는 등 운운하면서 말씀하시는데, 솔직히 저희에겐 자기 면피 조치를 했다는 식으로 들린다"며 "(상품) 설명 여부를 떠나서 권유 자체가 적정했는지에 대해 적합성 원칙상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최악의 경우 불완전판매로 손실에 대한 배상에 나선다면 은행들의 손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과거 DLF 투자손실에 대한 은행의 최종 배상비율을 손해액의 40~80%로 책정했다. 

적합성 원칙과 설명 의무 위반에 대한 기본배상비율을 30%로 정하고, 부당권유가 인정되는 경우 10%를 가산해 40%까지 배상비율을 산정했다. 여기에 은행 본점차원의 내부통제 부실책임이 있다고 인정될 경우 20%를 반영하고, 초고위험상품의 경우 5%를 반영해 총 25%를 가산했다. 

내년 상반기 만기도래하는 홍콩 H ELS 중 손실 구간에 진입한 물량은 4조7000억원 규모인 것으로 집계됐다. 

물론 아직까지 은행들의 홍콩 H ELS 불완전판매는 확정되지 않았다. 확정이 되더라도 ELS 가입자 상당수가 상품 가입 경험이 있는 재투자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투자자 자기 책임 원칙에 따라 실제 배상비율이 낮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당국이 은행의 책임을 강하게 묻고 있고, 최근 우리은행 홍콩 오피스빌딩 펀드 등 불완전판매가 확정되기 전에 판매사가 선제적으로 손실 일부를 보전하는 사례도 있었다. 홍콩 H ELS를 판매한 은행들이 사적화해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비이자수익 확대' 암초 

업계에서는 은행들이 원금손실에 대한 배상에 나설 경우 은행들의 실적 불확실성이 한층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1차적으로 배상에 따른 실적 불확실성 뿐만 아니라, 향후 은행들의 펀드 판매 등 비이자이익 확대 전략에 대한 불확실성이 한층 짙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상품에 대해 불완전판매 책임을 물으며 손실을 보상하라고 하면 은행들이 상품 판매를 줄이면서 비이자이익이 감소할 수 있다"며 "이자이익 비중이 확대될 경우 이자이익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당국의 지적이 나올 텐데, 은행들 비이자이익 확대 전략 갈피를 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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