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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 대수술]①은행 사외이사 70% 임기 만료…임기 손볼까

  • 2023.12.21(목) 07:10

사외이사 '2+1' 임기 제도 도마 위
1년마다 연임 구조 "경영진에 포획"
임기 늘릴까 신규 사외이사 물갈이할까?

금융감독원이 금융지주 회장의 선임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이사회의 역할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그간 '2+1' 형태로 운영돼 왔던 사외이사들의 임기 제도 또한 도마 위에 올랐다.

금융권은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사외이사가 약 70%에 달하는 만큼 임기구조나 구성 면에서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계열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농협) 및 지방금융지주(BNK·DGB·JB) 사외이사 57명 중 40명이 내년 3월 말 혹은 올해 12월 말 임기가 만료된다. 은행계열 금융지주 전체 사외이사 중 70%가 임기 만료를 맞는 셈이다.

이사회 '순환' 강조한 당국

사실 은행계열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의 임기 만료가 한꺼번에 돌아오는 것은 드문 일은 아니다. 통상 사외이사들의 임기는 초임 시 2년 임기를 받고, 연임하면서 1년씩 추가되는 '2+1' 구조로 돼 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제 6조에 따르면 금융회사 사외이사들의 최대 임기는 6년으로, KB금융만 이를 5년으로 정해 놓고 있다. 사외이사들은 초임 2년 이후 1년씩 임기를 3번 연장하면서 임기 6년을 채우는 경우가 많다. 매년 임기 만료가 돌아오는 사외이사들이 많은 이유다.

최근 당국은 '은행지주와 은행의 지배구조에 대한 모범관행'을 발표하면서 이와 같은 사외이사들의 임기 구조를 꼬집었다. 한 해에 사외이사 임기만료가 과도하게 집중될 경우 이사회 안정성도 떨어진다.

특히 매년 임기 연장 여부가 결정되는 체제에서는 이사회가 독립적이지 못하고 경영진 '눈치 보기'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당국은 "사외이사들이 경영진에 포획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당국은 지배구조 모범관행 '원칙24'에 이와 같은 내용을 담았다. 은행과 은행지주들은 이사회 내 '순환'을 위해 각 사별로 사외이사들의 임기를 조정해 운영할 필요성이 있다.

이를 위해 2+1 임기 정책을 정비하고, 이사회 의장의 경우 이사회 내에서의 중요성을 감안해 동일 CEO와 임기를 공유하는 것을 제한하는 방안 또한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12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단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jisoo@

신규 이사 확보 필요성↑…연임 vs 물갈이?

당국이 은행계열 금융지주들의 사외이사 체제를 겨냥하면서 은행계열 금융지주들의 이사회 구성도 크게 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계열 금융지주 8곳 중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들은 총 40명이다. 이 중 사외이사 최대 임기 6년(계열회사 사외이사 재직 기간 합산 시 9년)을 채우지 않아 연임이 가능한 사외이사 수는 총 35명으로 대다수를 차지한다.

일각에서는 임기가 만료된 사외이사들이 새로운 인사로 교체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번 모범관행 발표 이후 기존 사외이사들의 재선임이 한층 까다로워질 것이란 예상에서다. 당국이 이사회 내 '순환'과 정합성을 강조한 점도 상당 수 '교체'에 힘을 싣는다.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지배구조 모범관행에 사외이사들의 평가제도를 바꾼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어 임기 만료 이사들의 연임 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단기에 임기 만료 사외이사 상당수를 물갈이하는 것도 부담스러운 상황으로 임기를 '2+1년'에서 '2+2년' 식으로 늘려 일부는 연임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당국은 이번 지배구조 모범관행에서 국내 은행의 이사 수 평균(7~9명)이 글로벌 주요 은행(13~14명) 대비 적다고 지적했는데, 이를 감안하면 대부분의 금융지주들은 새로운 사외이사를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신규 사외이사에 이어 기존에 임기가 만료된 사외이사의 몫까지 새로운 인물을 구해야 할 경우 주총을 3개월여 남겨 둔 상황에서 금융지주들의 부담이 불어날 수밖에 없다. 

이사회 내 여성 비율 등 이사회 구성의 집합적 정합성도 고려해야 한다. 현재 금융지주 이사회 내 여성 비율이 당국이 제시한 가이드라인(평균 34%)에 비해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성 사외이사를 추가로 뽑아야 할 가능성도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대부분 금융지주들의 여성 이사 비율은 당국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기존 남성 사외이사를 여성으로 대체할지, 혹은 여성 사외이사를 새로 뽑을지는 소위원회에 참여하는 이사 수나 전체 이사 수 등을 고려해 금융지주별로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지주 7곳, 사외이사 절반 이상 임기 만료

금융지주 중에서는 신한금융이 전체 사외이사 9명 중 9명 전원의 임기가 내년 3월 만료돼 이사회 구성이 크게 바뀔 가능성이 높다. 다만 임기 만료 사외이사 전원이 연임이 가능하긴 하다.

하나금융지주는 8명 중 6명이 임기가 만료된다. 이 중 3명이 최대 임기인 6년을 채워 최소 3명 이상의 신임 사외이사를 선임해야 한다.

KB금융지주는 임기 5년을 채운 김경호 사외이사 외 7명 중 4명의 사외이사 임기가 만료된다. 우리금융지주는 6명 중 4명의 임기가 만료되는데, 전원 연임이 가능하다.

BNK금융은 6명 중 3명의 임기가 만료되고, DGB금융은 7명 중 3명의 임기가 만료돼 금융지주 중 임기 만료를 맞는 사외이사 비율이 가장 적었다. JB금융지주는 7명 중 6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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