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금융지주들의 정기 주주총회 핵심은 '이사회'의 재편이다.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내놓은 영향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B금융지주는 이사회의 변화 폭이 매우 제한적이다. 추가 연임이 불가능한 김경호 사외이사의 자리를 대신할 인사를 내세운 것 외에는 변화를 찾기는 힘들다.
KB금융지주는 이미 지배구조 선진화를 통해 금융당국이 요구한 수준을 맞췄기 때문에 큰 변화는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1명의 사외이사가 지나치게 많은 소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은 개선할 부분이라는 지적이다.
변화 적은 KB, 자신감 반영?
KB금융지주는 오는 22일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이번 정기주주총회에서 관심을 끄는 안건은 최근 5년의 임기를 채운 김경호 사외이사 후임으로 이명활 신임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건이다. 이와 함께 오는 23일 임기가 만료되는 권선주, 오규택, 최재홍 사외이사 3명을 재추천했다.
이번 정기 주주총회 이후 KB금융은 이사회 내에 사외이사 수를 7명으로 그대로 유지하게 됐다. 일부 금융지주들이 이사회 내에 사외이사 수를 1명씩 확대하기로 한 것과 비교해 KB금융은 큰 변화를 주지 않은 모습이다.
다른 금융지주가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모범관행에 발맞춰 사외이사진을 개편한 것과 대비된다. 이와 관련 하나금융지주는 기존 8명이었던 사외이사 수를 9명으로 늘렸고, 우리금융은 사외이사 수를 기존 6명에서 7명으로 확대했다. 아울러 이들 금융지주는 금융당국이 요구했던 대로 여성 사외이사의 비중 역시 확대하기로 했다.
타 금융지주 대비 이사회 변화 폭이 적었던 건 KB금융이 타 금융지주보다 앞장서서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 왔기 때문이라는 게 KB금융의 설명이다.
지난해 당국이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제시하며 사외이사에 대한 지침을 내리는 등 부담이 컸던 상황에서 금융지주 중 가장 먼저 사외이사 후보 추천에 나설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란 게 업계 분석이다.
KB금융지주는 사외이사들의 전문 분야가 금융·경제·경영 부문으로 편중돼 있는 타 금융지주와 달리 일찍이 ESG·소비자보호, 디지털·IT, 법률·규제 부문 등으로 사외이사들의 전문성을 다양하게 확보했다.
이번 주주총회 이후 KB금융 사외이사들의 전문분야는 금융(권선주, 조화준)나 재무·리스크관리·경제(오규택, 이명활), ESG·소비자보호(여정성), 디지털·IT(최재홍), 법률·규제(김성용) 등으로 다양성을 갖췄다.
아울러 당국이 요구했던 여성 사외이사의 비중 역시 일찌감치 끌어올렸다. KB금융의 여성 사외이사 수는 이번 주주총회 전과 후에 동일하게 3명으로 절반 가량에 해당한다. 올해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여성 사외이사 수를 확대한 타 금융지주와 비교해도 가장 많다.
소위원회 겸직·학계 편중은 여전
이와 같은 KB금융의 '자신감'에도 몇몇 부분들은 여전히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당국은 지배구조 모범관행에서 1인의 사외이사가 최대 3개 위원회 위원을 겸할 수 있도록 적정 수의 이사를 확보해야 한다는 지침을 냈다.
최근 은행들의 전문분야가 다양화되면서 소위원회가 확대되는 추세인 점을 고려해 사외이사 숫자가 늘어나지 않으면 사외이사들이 너무 많은 위원회에 참석해야 해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KB금융 사외이사들은 1명당 4~5개의 소위원회에 참여하면서 당국의 지침 이상으로 많은 소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KB금융이 이번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수를 7명으로 유지, 소위원회가 줄어들지 않는한 이 역시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외이사 직군이 여전히 학계 출신으로 편중돼 있는 점도 개선해야 할 부분으로 보인다.
기존 KB금융 금융지주 사외이사 7명 중 5명은 전현직 교수로 71%를 차지했다. 이는 당국이 지배구조 모범관행에서 국내 은행 평균으로 제시한 37%를 훨씬 뛰어넘는 수치다.
이번 주주총회에서 KB금융은 5년 임기를 채운 김경호 사외이사의 후임으로 이명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을 추천했다.
교수로 치우쳐 있는 이사회 구조는 과거 대비 개선됐지만, 학계 출신의 비중은 71%로 타 금융지주 대비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권흥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사들은 사외이사 겸직이 제한되고 사외이사 요건도 강력하기 때문에 사외이사를 찾기가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라며 "(최근에 추천된 금융지주의)신임 사외이사들이 과거 대비 전문성을 갖추고 있지만 금융지주들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만 이사회 다양성이 제고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