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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금융 주총 체크포인트]④목소리 커진 '소액주주'

  • 2024.03.08(금) 07:30

소액주주 외면하던 금융지주…"개인보단 기관"
행동주의펀드 중심 소액주주 뭉쳐 목소리 낸다
주주환원정책 강화로 소액주주 민심 잡을까

올해 금융지주들의 주총을 기점으로 '소액주주' 들의 입김이 예년보다 더욱 강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부가 내놓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계획에 주주환원 강화 내용이 들어가면서 소액주주들이 이익 강화를 위해 목소리를 낼 명분이 갖춰졌다는 이유에서다. 

일단 올해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들이 의견을 한 데 모아 안건을 올리는 데에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는 평가지만 '흐름'은 감지됐다. 행동주의펀드들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지방 금융지주를 대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다. 이번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소액주주들의 의견을 한 데 모이는 계기가 연이어 마련될 것이란 관측이다. 

금융사도 소액주주도 서로 챙길 여력 없었다 

그간 국내 금융지주는 소액주주들에게 큰 관심을 두지 못했다. 금융지주들의 지분은 대부분 국내외 기관이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소액주주들이 주주로서 회사 경영에 제안을 하기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었다. 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권을 행사하려면 상당한 수준의 지분이 한데 모여야 한다. 소액주주의 특성 상 이러한 의견을 한 데 모으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나마 일부 금융지주 노조가 주주제안권 행사를 위한 지분 확보 후 사외이사를 추천 하는 등의 행보에 나서긴 했지만 나머지 주주들을 설득 시키기는 쉽지 않았다. 실제 KB금융지주 노조는 지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했지만 안건이 통과되지는 못했다. 

분위기 달라졌다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동학개미운동'을 기점으로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크게 늘어났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금융지주들의 소액 투자자 지분도 늘어났다. 

게다가 최근에는 행동주의펀드를 중심으로 주주들이 목소리를 모으기 시작했다. 여기에 더해 올해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하면서 주주환원 정책 강화를 유도하겠다고 밝히자 소액주주들 역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기 시작한 모습이다. 

대표적인 것이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의 행보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최근 4대 금융지주를 포함한 7개 금융지주에 지난해부터 약속하고 있는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충실한 이행을 요구하는 주주 서한을 송부했다. 금융지주들 역시 이에 주주환원책을 상세하게 설명해 이에 대한 답신을 보냈다. 

회사의 경영에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JB금융지주의 지분을 사들이면서 2대 주주까지 오른 얼라인파트너스는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및 비상임이사 선임 안건을 내걸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얼라인파트너스는 1주당 복수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집중투표제'를 요구했다.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이사진 선임 시 1주당 의결권 1개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선임되는 이사 '수' 만큼 의결권을 도입한다. 예를 들어 이번 JB금융지주의 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로 요구된 이사 선임의 건의 경우 총 7명의 후보자 중 총 5명을 뽑게 되어 있기 때문에 1개의 의결권이 갖는 투표권은 총 5개가 된다. 

주주들은 의결권을 각 후보자들에게 동일하게 행사할 수도 있지만, 한 명의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수도 있다. 기존 찬성·반대 표결 방식의 경우 한 개의 의결권으로 하나의 표를 행사할 수 있지만, 집중투표제의 경우 5개 혹은 6개의 표를 행사할 수 있어 동일한 의결권으로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지분이 적은 소액주주들의 '입김'이 쌔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주주들이 본인의 가치에 가장 도움이 되는 이사 후보에 표를 던질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6일부터 주주 접촉이 가능해지면서 투자자들과 소통하고 있고 집중투표제 방식인 만큼 투표율대로 이사들이 선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액 주주 입김 강화에 주주환원 '더' 늘릴까 

4대 금융지주들은 JB금융의 사례를 바탕으로 소액주주들의 입김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일단 현재까지 소액주주들의 의견이 한데 모아져 주주제안이 올라온 것은 없다"라면서도 "하지만 앞으로 소액주주들의 의견을 한 데 모아 더욱 적극적인 주주제안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주주 측의 입장을 대변했던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 역시 "당연히 소액주주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지주들 역시 소액주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이들이 가장 원하는 주주환원율 강화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다른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금융지주가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소액주주들은 부족하다는 입장"이라며 "일단 각 회사들은 주주가치제고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나설 예정이며, 당국 역시 기업 밸류업프로그램 도입 이후 이에 대해 마냥 나쁘게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한편 4대 금융지주의 주주환원율은 회계연도 기준 2022년에는 29.05%였으나 2023년에는 35.05%로 대폭 확대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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