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 역시 올해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진용에 변화를 줬다.
표면적으로는 금융당국이 요구했던 '지배구조 모범관행'에 초점이 맞춰졌다. 금융당국이 요구한 대로 사외이사 구성원 수를 늘리고 여성 사외이사를 중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신한지주는 2021년부터 줄어든 재일교포 추천 사외이사 비중(33%)을 유지, 우리금융은 올해 사외이사 수를 늘리면서 과점주주 추천 사외이사 비중이 줄어든 모습이다.
신한금융, 재일교포 비중 '더는 못늘려'
신한금융지주는 오는 26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진을 소폭 개편한다.
이번 주주 총회를 끝으로 신한금융과 신한카드에서 9년 동안 사외이사를 역임한 성재호 이사가 물러난다. 또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이윤재 이사 역시 퇴임할 예정이다.
신한금융은 이 둘을 대신할 후보로 최영권 우리자산운용 대표, 송성주 고려대 통계학과 교수를 추천했다. 아울러 이번 주총에서 임기가 종료되는 곽수근, 김조설, 배훈, 윤재원, 이용국, 진현덕, 최재붕 등 7명의 사외이사에 대해서는 1년 중임을 추천하기로 했다.
이같은 개편을 통해 신한금융지주는 사외이사진의 전문성과 성별 쏠림을 일부 해결해 금융당국이 주문했던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따르게 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신한금융지주 내 재일교포 주주들이 추천한 사외이사 수가 변동되지 않는 점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신한금융지주의 모태인 신한은행은 지난 1982년 이희건 명예회장이 340여명의 재일교포들로부터 받은 출자금을 기반으로 설립됐다. 신한금융지주로 체제를 바꾸고 수십년이 지났지만 재일교포들은 지분 15~18%가량을 보유한 주요 주주 집단이다. 신한금융 내 영향력도 막강하다.
신한금융의 재일교포 추천 사외이사 비중은 지난 2020년 40%였다. 사외이사 10명 중 4명을 차지했다. 지난 2021년에는 증자에 참여한 사모펀드 추천 인사들이 추가로 이사회에 합류하면서 사외이사 수가 10명에서 12명으로 늘어났고 이에 따라 재일교포 추천 사외이사 비중은 33%로 줄었다.
지난해 주총에선 사외이사 수를 9명으로 줄였고 재일교포 추천 사외이사도 4명에서 3명으로 함께 줄였다. 비중은 33%를 유지했지만 구성원 수는 줄었다. 신한금융이 지난해 진옥동 회장 취임이후 처음으로 '신한동해오픈'을 일본에서 열였던 점도 이같은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재일교포 주주들의 지분율은 점차 하락한 반면 대규모 외부 자금을 유치하면서 주요 주주들이 추천한 사외이사들이 이사회에 속속 진입, 재일교포 주주들의 위상 변화도 불가피한 상황이란 해석이다.
우리금융 과점주주 비중 축소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이번 주주총회 이후 과점주주 중심의 이사회 구성에 다소 변화가 생긴다.
우리금융 역시 22일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임기 만료가 도래하는 정찬형·윤인섭·신요환 후보자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하고,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와 이은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를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기존 송수영 사외이사가 임기 만료로 퇴임하면서 우리금융 이사회 사외이사 수는 총 6명에서 7명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아울러 여성 이사 수 또한 1명에서 2명으로 확대된다. 금융당국이 주문한 수순을 따르는 것으로 보인다.
핵심은 사외이사 수 확대로 인해 과점주주들의 영향력이 희석될 것이란 전망이다. 기존에는 우리금융 사외이사 6명 중 5명이 과점주주가 추천한 사외이사였지만, 우리금융 측에서 추가로 사외이사를 추천하면서 이번 주총 안건이 통과될 경우 7명 중 5명으로 비중이 줄어들게 된다.
앞서 우리금융 과점주주들이 추천한 사외이사는 각 과점주주들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인물들이 주를 이뤘다. 이는 금융당국도 용인한 부분이다. 금융당국은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했던 지분을 민간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지분을 사들이는 과점 주주들에게 사외이사 추천권을 허용하기로 한 바 있다. 경영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했다는 얘기다.
당장 비중이 줄어들긴 하지만 여전히 과반이상 차지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위치에 있지만 이같은 비중 감소가 과점주주들 입장에선 달가울리 없다. 과점 주주 추천 사외이사들이 그들의 이익을 우선 대변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