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이 겹악재에도 선방했다.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손실 보상과 환율 상승에 따른 손실이 발생했지만 시장 기대치를 소폭 웃도는 성적표를 받았다.
작년 말 해외 부동산 투자 손실 등 여파로 그룹 실적 발목을 잡았던 하나증권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다만 기업금융 확대로 리딩뱅크 자리에 올랐던 하나은행은 올 들어 경쟁 심화 등의 여파로 1위 자리를 내준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수익구조 다변화로 악재 메웠다
하나금융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1분기 순이익은 1조340억원을 기록했다고 26일 공시했다. 전년 동기대비 6.2% 감소했지만 시장 전망치(약 9014억원)를 1000억원 가량 웃도는 숫자다.
하나금융도 홍콩 ELS 손실 보상 후폭풍을 피하지는 못했다. 하나금융은 홍콩 ELS 관련 충당 부채로 1799억원을 반영했다. 다만 규모는 KB금융(8620억원)과 신한지주(2740억원) 등에 비해선 크지 않았다.
환율 상승 여파도 있었다.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FX(외환) 환산손실 813억원이 발생했다.
이 같은 악재에도 이자이익과 수수료이익 등의 증가로 실적 부진을 최소화했다. 하나금융 1분기 이자이익은 2조2206억원, 수수료이익 5128억원 등 핵심이익은 2조733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보다 4.3% 늘어난 규모다. 순이자마진(NIM)은 1.77%로 전분기보다 소폭 나아졌다.
하나금융은 "수익 및 채널 다각화로 수수료 수익이 늘었다"며 "인수금융 등 우량 IB딜 유치로 IB 수수료가 증가했고 퇴직연금과 운용리스 등 축적형 수수료도 꾸준히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배당 기준이 되는 보통주자본비율(CET1비율)은 하락했다. 수익 다변화로 순이익 감소는 최소화했지만 원화 약세와 ELS 충당금 인식 등 운영리스크가 증가한 영향이다. 작년 말 기준 하나금융 CET1비율은 13.22%로 목표치를 달성했지만 1분기에는 0.34%포인트 하락한 12.88%에 머물렀다.
그럼에도 하나금융은 규제비율 대비 충분한 자본여력을 보유한 만큼 주주환원 정책은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1분기 배당은 주당배당금 600원을 유지하고 올 초 공개한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도 2분기 내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1등 내준 하나은행, 증권은 적자 탈출
주요 계열사별로는 하나은행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13.1% 감소한 8432억원을 기록했다. 홍콩 ELS 충당부채 등 대규모 일회성 비용이 발생한 탓이다.
특히 리딩뱅크 자리를 사수하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꼽힌다. 하나은행은 지난해부터 기업금융 분야에 공격적으로 나서며 지주 기준 실적은 3위였지만 하나은행 자체는 순이익 1위 자리를 차지했다.
하지만 1분기에는 신한은행(9286억원)에 밀린 2위를 차지했다.
반면 증권은 적자 탈출에 성공했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4분기 하나증권이 해외부동산 손실 등 대규모 충당금을 선제적으로 반영해 2782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발목을 잡힌 바 있다.
올 들어선 추가 손실 부담이 감소하며 흑자로 전환했다. 하나증권 1분기 순이익은 899억원이다. WM(자산관리) 부문 고객 수 확대와 세일즈앤트레이딩 확장 등 주요 사업부문이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는 설명이다.
김정기 하나증권 CFO는 "지난해 선제적 대규모 충당금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냈지만 현재는 추가손실 부담이 크게 감소하면서 1분기 실적이 개선되고 주요 지표도 정상화되고 있다"며 "시장 환경이 최악으로 나빠지지 않으면 실적 반등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