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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상품은 가계대출 아닌가' 금융위·은행 동상이몽?

  • 2024.07.24(수) 14:57

금융위, 정책상품 제외시 5대 은행 목표 58% 수준
"대환 감안, 5대 은행 전 금융권 숫자와 괴리" 강조도
부동산 반등에 은행 경영목표치 넘어설수도

가계대출 증가 폭이 가팔라지면서 금융당국이 진화에 나섰다. 상반기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가계대출 잔액 증가분 절반 이상은 정책성 대출이라는 점을 짚으면서다. 이를 제외한 실제 은행 재원 가계대출 증가분은 연간 경영목표의 58% 수준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권에선 가계대출이 예상보다 빠르게 늘고 당국 정책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관리 정책 일관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이 빠르게 회복하면서 은행 자체 재원 가계대출도 목표치를 넘어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책금융 빼면 목표치 58%…속내는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5대 은행 가계대출은 작년 말 대비 16조2000억원 증가했다. 

금융위가 강조하는 부분은 이 가운데 정책성 대출을 제외한 은행 자체 대출 증가액은 6조5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2024년 상반기 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 증가 규모

5대 은행은 매월 초 전달 대출잔액을 집계한다. 여기에는 정책성 대출(디딤돌·버팀목·보금자리론 등)도 포함되는데, 이 숫자가 상반기 대출잔액 증가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금융위는 "5대 은행이 취급한 정책성 대출 증가규모는 9조7000억원으로 올해 공급목표와 예상 증가분 범위 내에서 관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 자체 대출 증가액 6조5000억원은 5대 은행이 연초 제시한 올해 경영목표(11조2000억원으로 추산)의 58% 수준이다. 

이를 두고 은행권과 금융위는 사뭇 다른 입장이다. 은행권에선 정책성 상품 역시 가계부채인 만큼 포함해 관리하고 있었는데 숫자가 크게 늘어나니 구분해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책상품을 구분해 발표한 것이 착시효과라는 지적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초에는 은행 경영계획 안에서 관리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최근에는 명목GDP 수준에서 관리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며 "또 정책성 상품을 구분해 집계하는 등 관리 기준에 일관성이 없다면 은행들도 대출 수요를 조절하는 게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반면 금융위는 당초 은행이 제시한 경영 목표는 정책성 상품을 제외하고 설정한 규모로 통일했기 때문에 정책성 상품을 포함한 16조2000억원이란 숫자 자체가 잘못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환대출 과정에서 5대 시중은행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만 봐서는 안 된다는 게 금융위 입장이다. 2금융권이나 다른 일반은행에서 5대 시중은행으로 갈아타는 차주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이유에서다. 전 금융권으로 보면 대출 잔액이 은행만 이동할 뿐 가계대출 양이 늘어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책성 상품은 은행이 판매 대행 역할만 하는 것으로 판매 수요를 조절할 수 없다"며 "은행이 판매를 조절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만 경영 목표치로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환대출은 전체 가계대출 규모를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5대 시중은행 대출 잔액 증가분으로만 반영된다"며 "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전 금융권 숫자를 대변하지는 못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금융위가 집계한 상반기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작년 말 대비 7조9000억원(0.5%) 증가했다.

가계대출 여유 있다지만…제동장치 효과 있을까

금융위는 금리 하락에 대한 기대감, 주택거래 회복세 등 향후 가계대출 증가세 확대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업권별·유형별 가계대출 추이 등을 모니터링하면서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을 명목GDP 성장률 이내에서 관리하겠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시중은행 가계대출 잔액 관리를 금융당국 기준인 명목GDP 수준에서 은행 자체 재원 대출로만 할 경우 여유가 생기는 것은 사실이다. 관건은 현재 부동산 시장 회복세가 확연해지고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될 경우 대출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지 여부다.

금융위는 오는 9월부터 '스트레스 DSR'(총부채상환비율) 2단계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DSR 내실화를 통한 가계부채 관리를 강조하고 있어 전세대출의 DSR 포함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관련기사: '가계부채 어떡하려고?'…7~8월 대출 수요 불붙을라(6월25일)김병환 "DSR 내실화로 가계부채 관리"(7월22일)

하지만 가계대출 제동장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준금리 인하로 대출금리가 떨어지면 스트레스 DSR 2단계 적용 효과가 희석될 수 있는 까닭이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스트레스 DSR은 스트레스 금리를 반영해 대출한도를 축소하는 게 목적인데 대출금리 자체가 떨어지면 도입 효과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정책 상품을 제외하더라도 이미 상반기에 목표치 절반을 넘어선 만큼 하반기에 목표치 안에서 관리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부동산 시장에선 스트레스 DSR 2단계가 시작되면 전세를 활용한 갭투자로 주택을 매입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며 "주택 매입과 대출 수요를 줄이는 효과가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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