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정책감독 기능을 4개 기관으로 쪼개는 금융당국 조직 개편안이 야당과 당국 실무자들의 강한 반발, 금융감독 독립성 훼손, 행정상 효율성 저하 논란에 직면하면서 102일 만에 없던 일이 됐다.
큰 고비를 넘긴 금융당국은 산적한 현안 처리와 함께 이재명 정부가 강조한 '생산적 금융 전환' '코스피 5000 달성' 등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정부·대통령실이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한 것은 경제 위기 대응에 금융의 역할이 부각되는 상황에서 금융 관련 조직을 6개월 이상 불안정하게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차라리 현재 상태를 유지하고 금융소비자보호 체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금융정책감독 체계 개편을 설계한 국정기획위원회 출범 102일 만에 결국 철회 결론에 이른 것이다.▷관련기사 : 금융당국 체계 개편 백지화…금융위·금감원 현행 유지(2025.09.25)
당초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에서 기획재정부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분리하고, 금융위를 금융감독위원회로 개편하는 방안 등을 포함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하고, 금감위 설치법 등 연계된 법안은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금융당국 구성원들의 거센 반발, 정무위원장이 야당인 국민의힘 소속이라는 현실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어왔다. 법안 처리까지 최장 6개월간 묵혀놔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 됐다.
결과적으로 기재부의 예산 기능을 떼어내 기획예산처로 분리되는 방안은 그대로 두되 금융당국 개편은 중지하고, 현재 금융위와 금감원 체제를 유지할 방침이다. 금감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분리하는 방안도 백지화하기로 했다.
다만 공공기관 지정의 경우 아직 변수로 남았다. 정부조직법 등에 근거하지 않고 기재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결정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조직 개편 리스크가 해소됐다는 데 안도하고 있다. 금융위는 존폐 위기에 몰리면서 젊은 사무관들을 중심으로 동요가 번지며 정책 집중력이 떨어졌고, 금감원은 금소원 분리와 공공기관 지정 논란까지 겹치며 내부 사기 저하가 심각한 상황이었다. 금감원은 지난 9일부터 검은 옷 시위를 이어갔으며 전날에는 국회 앞에서 야간 장외 집회를 벌였다.▷관련기사 : 비 내리는 국회 앞, 금감원 직원 1500명 모였다(2025.09.24)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제야 금융당국이 정책 추진에 집중할 수 있게 된 만큼 △생산적 금융 전환 △포용금융 확대 △가계부채 증가세 관리 △코스피 5000 달성 등 금융정책에 다시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본다.
당국은 장기 연체채권 채무조정 프로그램과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책 등 취약계층 금융지원에도 힘을 쏟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재부 예산실을 떼어내기 위해 추진됐던 조직 개편이 결국 원점으로 돌아간 건 잘된 일"이라며 "지금처럼 금융 현안이 많거나 위기가 닥쳤을 때는 시장 혼란을 감안해 금융위와 금감원을 존치시키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이자 이찬진 금감원장이 거듭 강조하는 금융소비자 보호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금소원 신설이 사실상 무산된 만큼, 현 체제에서 소비자 피해 구제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금융당국의 숙제가 됐다.
윤태완 비상대책위원장은 "금감원 모든 업무가 금융소비자 보호를 중심으로 집행·실행될 수 있도록 기본부터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