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모펀드(PEF)와 벤처캐피탈(VC) 등 재무적 투자자들이 보험 판매 전문회사인 법인보험대리점(GA)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굿리치와 에이플러스에셋 등 이미 대형 GA로 평가받는 업체들을 중심으로 시장의 관심이 쏠리는 모습이다.
이들 GA 역시 '몸집'을 더 키워야 한다는 니즈가 커지면서 외부 투자자 유치에 목 마른 상황이다.

중대형 GA 둘러싼 투자자 행보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PEF 운용사인 JC파트너스는 초대형 GA 굿리치 매각을 철회하고 VC 데일리파트너스와 컨티뉴에이션 펀드 조성을 기본으로 하는 공동 운용(Co-GP) 체제로 전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컨티뉴에이션펀드는 사모펀드가 기존 포트폴리오를 계속 보유하면서 추가로 키우기 위해 새로 만드는 후속 펀드다.
보통 사모펀드는 투자 기간이 끝나면 보유자산을 매각하는데, 성장성이 남아있거나 매각 시점이 적절하지 않을 때 신규 펀드로 옮겨서 장기 보유하는 방식을 선택하기도 한다. 포트폴리오 기업의 가치가 더 오를 것이라는 확신이 있을 때 활용된다.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는 GA 에이플러스에셋 지분 19.91% 확보를 목표로 공개매수에 착수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GA 시장 내 독과점적 지위를 가진 에이플러스에셋의 저평가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판매 지형 변화·안정적 수수료 구조
이들이 GA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우선 시장 성장성에 있다. 보험 판매 채널의 무게 중심이 보험사 전속 설계사 조직에서 GA로 빠르게 움직이며 GA의 영향력은 급격히 커졌다. 전속 채널 설계사는 해당 보험사의 상품만 팔 수 있지만, GA는 다양한 보험사의 상품을 비교해서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 선택권이 넓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 설계사는 18만4468명으로 전체 설계사의 13.5%에 그쳤지만, GA 등 보험대리점 설계사는 28만8446명으로 44.3%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이유는 안정적인 현금 흐름이다. GA의 수익은 보험계약 체결 및 유지에 대한 대가로 보험사로부터 지급받는 수수료다. 이 수수료는 크게 초년도 수수료(신계약)와 유지 수수료(잔여 수수료)로 나뉜다. 초년도 수수료는 고객이 보험에 가입한 첫 해에 지급되는 수수료며, 유지 수수료는 계약이 2년차 이후에도 지속 유지될 때마다 지급되는 수수료다.
GA의 규모가 커지고 누적 계약 건수가 증가할수록 신규 계약 없이도 들어오는 유지 수수료의 총액이 커진다. 보험이 대개 장기 상품이라 누적된 유지 수수료가 향후 수년에서 수십 년간 GA의 안정적인 미래 수익을 예측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셈이다. 계약 유지율만 안정적으로 관리된다면 GA는 매년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성장성 '기대…GA도 '규모의 경제' 위해 투자자 절실
이처럼 GA를 향한 투자자들의 움직임은 공통적으로 성장 잠재력에 대한 확신을 공유하고 있지만, 구체적 접근 방식은 서로 다르다.
JC파트너스–데일리파트너스는 굿리치를 장기적으로 보유하며 조직 효율화·디지털 역량 강화 등 사업 자체의 내재가치를 끌어올리는 전략에 무게를 둔다. 이는 향후 매각 등을 염두에 둔 행보로 풀이된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소수 지분을 기반으로 배당 확대, 지배구조 개선, 전략적 의사결정의 투명성 강화 등을 요구하는 행동주의 펀드다. 기업 내재가치 개선보다 시장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도록 만드는 '주가 부양'에 중심을 둔 접근이다.
GA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GA에 관심을 갖는 배경은 공통적으로 GA 산업의 성장성과 안정적인 수익 구조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GA 입장에서도 투자자 유치가 필요한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GA 시장은 이미 대형 업체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원수사와의 수수료 협상력에서 규모의 경제가 절대적 요소로 부상하면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대형 GA의 영향력이 충분히 크지만 향후 시장은 더욱 대형 중심으로 굳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GA가 몸집을 키우기 위해선 내부 현금흐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판매 수수료 기반의 현금흐름은 안정적이지만, 다른 GA를 인수합병(M&A)하는 등의 대형화를 위한 비용은 결코 적지 않다. 기업공개(IPO)나 전략적 투자 유치가 필요해지는 이유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GA 규모가 클수록 원수사와의 협상력도 커진다"며 "GA가 더욱 커지기 위해선 수수료 외에 다른 돈이 필요하니, 외부 투자자 유치나 IPO와 같은 필요성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