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조원대의 중견그룹 부방 오너 3세의 행보가 묘하다. 이동건(83) 회장의 맏아들이자 자타공인 부방의 후계자였던 이대희(50) 전 ㈜부방 부회장 얘기다.
불과 2년 전(前) 후계구도에서 배제될 당시 작심하고 본가(本家)와 절연(絶緣)하다시피 했지만 여전히 한 발 걸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고 있어서다. 흐릿하던 시야가 맑아지는 정도는 아니지만, 이래저래 향후 경영 복귀 가능성을 떠올리게 하는 이유다.
㈜부방 등 작심하고 지분 정리
이대희(50) 전 ㈜부방 부회장은 현재 ‘씽씽’ 브랜드로 잘 알려진 공유 킥보드사 스타트업 피유엠피의 최고구매책임자(CPO)로 활동 중이다. 작년 3월 영입됐다. 앞서 2020년 1월 쿠첸 대표에서 물러난 뒤 그 해 9월 부회장을 끝으로 부방을 떠난 지 6개월 만이다. 현재 부방 경영에는 일절 발을 들이지 않는 상태다.
이 부회장의 퇴진은 2000년대 초반부터 부친이 공들여온 장남은 주방·생활가전 중심의 ‘㈜부방’ 계열, 차남은 선박·수(水)처리 환경 분야 ‘테크로스’ 계열을 나눠 갖는 형제 분할 승계구도가 깨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생 이중희(48) ㈜부방 사장이 현재 부방의 단독 후계자로서의 존재감을 키워가는 이유다.
흥미로운 점은 당시 이 전 부회장의 행보다. 작정하고 부방에 등을 돌리는 듯 했다. 지주회사 ㈜부방은 물론 계열 지분을 죄다 팔아치워서다. 맨 먼저 2019년 12월, 에스씨케이가 전주곡이었다. 오롯이 혼자 소유해 온 부방 계열 빌딩관리 및 경비, 인력 아웃소싱 업체다. 62억원을 받고 ㈜부방에 넘겼다.
다음이 지주회사 ㈜부방이었다. 이듬해 1~2월 최대주주로서 보유했던 30.04%의 지분을 한 주도 남기지 않고 테크로스(현 테크로스홀딩스)에 넘겼다. 동생이 1대주주(37.59%)로 있는 곳으로 대가로 450억원을 받았다.
뿐만 아니다. 동생, 부친(18.43%)에 이어 3대주주로 있던 테크로스홀딩스 7.11% 또한 남김없이 처분했다. 개인 거래인 탓에 액수는 알 수 없지만, 누나 이희원(54), 이희정(52)씨에게 건넸다.
향후 경영 복귀 가능성 관심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당시 이 전 부회장의 행보는 부방 복귀를 전혀 염두에 두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부친의 용인 아래 이뤄졌겠지만, 손에 쥔 ‘512억원+α’의 자금을 기반으로 독자 사업에 나설 가능성도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데, 적잖은 자금이 본가로 흘러들어갔다. 게다가 현재 주방·생활가전(쿠첸) 및 유통(부방유통)을 아우르는 중간지주사 ㈜부방 및 선박·수처리 분야 테크로스 계열의 최상단에 자리 잡고 있는 최상위지주회사 테크로스홀딩스(작년 7월 전신 ‘테크로스’ 물적분할)가 타깃이다.
이 부회장은 2020년 2월 테크로스홀딩스에 단기자금 230억원을 빌려줬다. 연이자율은 2% 수준이다. 이어 원금을 되돌려 받은 뒤 작년 4월에 다시 250억원을 대여해준 것이다.
테크로스홀딩스가 2019년 이후 자금 수요가 부쩍 늘어난 데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먼저 이 전 부회장(30.04%) 등 현재까지 ㈜부방 지분 35.52% 확보에 들인 자금이 535억원이다.
앞서 2019년 8월 LG 수처리 2개 계열사를 인수한 2500억원의 ‘빅딜’을 주도한 것도 테크로스홀딩스다. 이를 위해 만든 SPC(특수목적회사)인 테크로스비전인베스트먼트대부에 지금껏 테크로스홀딩스가 출자한 자금이 1170억원(지분 50.4%)에 이른다.
2018년까지 무차입 기조를 유지했던 테크로스홀딩스가 작년 말에 가서는 차입금이 1095억원으로 불어난 이유다. 주로 은행 대출자금이지만 이 중 250억원이 이 전 부회장에게 빌린 자금이다. (▶ [거버넌스워치] 부방 ③-1편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