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3330억원 vs 6480억원.
중견 부방그룹의 전기밥솥 쿠첸으로 대표되는 주방·생활가전 중심의 ‘㈜부방’ 계열과 선박·수(水)처리 환경 분야 ‘테크로스’ 계열의 작년 수치다. 쿠첸의 침체와 맞물려 부방의 성장동력이 ‘가전’에서 ‘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업재편 맥락에서 보더라도 오너 이동건(83) 회장의 후계구도에서 차남의 급부상은 자연스런 수순일 수 있다. 물 사업을 주도해 온 이가 이중희(48) 현 ㈜부방 사장이기 때문이다. 차남은 다시 돈이 될 만한 신사업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대부업이다.
부방 성장동력 ‘가전’→‘물’로 이동
부방 계열 중 현 테크로스홀딩스는 옛 테크로스를 전신(前身)으로 한 최상위지주회사다. 테크로스는 가전으로 성장가도를 달리던 부방이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2010년 3월 편입한 선박평형수 처리설비 업체다.
현재 홀딩스는 주방·생활가전(쿠첸) 및 유통(부방유통)을 아우르는 중간지주사 ㈜부방 및 선박·수처리 분야 테크로스 계열의 최상단에 자리잡고 있다. 작년 7월 사업부문을 물적분할을 통해 ‘테크로스’를 떼어내 지주회사로 전환, 간판에도 ‘홀딩스’를 덧붙였다.
최상위지주사의 1대주주가 이중희 사장이다. 지분은 37.59%다. 다른 오너 일가도 있지만 다 합해도 30.26%로 이 부사장에 못미친다. 부친(18.43%), 모친 정영자씨(0.70%), 누나 이희원(54)씨(5.58%), 이희정(52)씨(5.55%) 등이다. 계열주주사로는 KSF금융(3.26%)이 있다.
테스로스 인수 불과 3년만인 2013년 이후로 이 사장은 1대주주 지위를 내려놓은 적이 없다. 형 이대희(50) 전 ㈜부방 부회장이 부방을 떠난 점은 차치하고, 부방의 계열 지배구조만 놓고 보더라도 현재로서는 이 사장을 부방의 단독 후계자로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경영 활동무대 역시 테크로스다. 계열 편입 이래 부친과 함께 줄곧 이사회 멤버로 활동 중이라는 게 방증이다. 2020년 1월부터 기업분할 직전까지는 대표이사직을 갖기도 했다. 형은 2011년 3월~2012년 8월 이사진에 잠깐 이름을 올려놓았을 뿐이다.
SPC, 빚 다 갚고 난 뒤 행보 대부업
이제 흥미로운 점은 이 사장의 다음 행보다. 대부업 진출 채비를 하고 있어서다. 홀딩스의 자회사 테크로스비전인베스트먼트를 통해서다. 2019년 8월 LG의 수처리 2개 계열사 LG히타치워터솔루션(현 테크로스워터앤에너지)과 하이엔텍(현 테크로스환경서비스) 인수를 위해 만든 SPC(특수목적회사)다. 이 사장 주도로 이뤄진 ‘빅딜’이다. 인수액이 2500억원이다.
SPC가 작년 12월 정관 사업목적에 대부, 채권추심 등 대부 업무를 추가했다. 기존 사명에도 ‘대부’를 붙였다. 향후 SPC의 잉여현금 등을 재원으로 대부업에 진출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부방 관계자도 “사업 다각화 차원”이라며 “이를 위해 SPC 외에 업종을 추가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현재 SPC대부는 빅딜을 위해 외부에서 빌렸던 자금을 작년에 모두 갚은 상태다. 각 계열사들이 인수자금 외에도 자본으로 추가자금을 댄 데 따른 것이다. 홀딩스가 2019~2021년에 걸쳐 1170억원(50.4%)를 투입했다. 이외 ㈜부방 677억원(29.4%), 쿠첸 118억원(5.1%), 부방유통 98억원(4.3%) 등이다. 이동건 회장도 250억원(10.9%)을 댔다.
현재 부방의 금융 계열사로는 KSF금융이 있다. 다만 선박 취득, 대선, 관리, 매각, 자금차입 등을 위탁 운용하는 선박에 특화된 운용사다. 작년 영업수익 또한 35억원 수준으로 부방 내의 비중은 미미하다. 대부업 진출이 금융업 확장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 [거버넌스워치] 부방 ③편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