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은 창업공신이자 조력자였다. 체외진단 시약 및 장비업체 씨젠(Seegene) 창업 이래 살림을 맡아 창업자인 형의 뒤를 받쳤던 이다. 뭐니 뭐니 해도 ‘머니’던가. 씨젠의 성공 뒤에 섭섭지 않은 보상이 뒤따랐다.
2010년 9월 상장 당시 4대주주로서 갖고 있던 주식 5.8% 중 상당량을 2011~2014년 3차례 블록딜을 통해 형과 함께 팔아치웠다. 손에 쥔 ‘캐시’가 300억원이다. 현 2.22%의 가치도 244억원이나 된다.
씨젠의 오너 천종윤(66) 대표의 동생 천종기(61) 씨젠의료재단 이사장 얘기다. 이게 다가 아니다. ‘딴주머니’가 점점 두둑해지고 있다. 뭐, 비결이라고 할 것 까지는 없다. 자신이 경영하는 재단이 먹여 살리다시피 하고 있으니 말 다했다.
2016년 증자 계기 주인 형→동생
에스지메디칼은 2007년 3월 설립된 ‘이젠사이언스’가 전신(前身)이다. 2013년 3월 진단의학 검사 전문수탁기관 현 씨젠의료재단(당시 네오딘의학연구소)이 씨젠에 편입될 무렵에 함께 넘어왔다. 그 해 5월에 현 사명으로 간판을 갈아치웠다.
SG메디칼은 예나 지금이나 씨젠 계열사로 분류되지 않는다. 원래부터 천(千)씨 오너 집안 소유였다는 뜻이다. 천 대표가 지분 100%를 소유했다. 자본금 2억원가량의 1인 개인회사였다. 다만 오래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2016년 7월 주인이 바뀌었다. 이번엔 동생 천 이사장이 1대주주로 등장했다. 지분은 65.87%다. 이유는 이랬다. 15억원 유상증자가 계기였다. 즉, 주당 500원 액면(2016년 9월 5000원→500원 액면분할 반영)에 11억원을 출자했다. 이사회 명단에도 바로 이름을 올렸다.
반면 천 대표는 1.23%로 없다시피 했다. 천 대표를 배제한 사실상 동생 등을 대상으로 한 제3자배정 증자였고, 기존 주식도 상당량 정리했다. 동생과 달리 등기임원직을 맡은 적도 없다. 뒤집어 봤을 때, 천 대표가 동생에게 ‘딴살림’을 차려줬다고 볼 수 있다.
씨젠의료재단이 먹여 살리는 SG메디칼
SG메디칼은 원래는 체외진단 의료기기를 수입·유통하던 업체다. 2020년 코로나19 발생 이후 중화항체 진단 검사키트(2021년 4월), 항체진단시약(2021년 5월), 항원 자가진단키트(작년 11월)를 개발하기도 했다.
천 이사장은 지금껏 SG메디칼 1대주주 지위를 꿋꿋이 쥐고 있다. 비록 전문경영인 오세문(63) 현 대표가 경영을 총괄하고 있지만 지금도 오너 일가 중 유일하게 이사회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다만 주식수 변동 없이 소유지분은 낮아졌다. 37.12%다. 특수관계인을 포함하면 56.44%다. 2019년 12월과 2021년 3월 외부자금 유치를 위해 실시한 각각 38억원, 50억원 유상증자에서 비롯된다.
한데, SG메디칼의 2년여전 주식가치로만 어림잡아봐도 천 이사장의 개인지분이 180억원이나 된다. 투자원금에 비해 16배 뛰었다. 2021년 3월 증자 당시 발행가로 가늠해 본 수치다. 주당 8000원이다. 지금은 더 불어났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씨젠의료재단에 비밀이 숨겨져 있다.
천종기 개인재산 증식 ‘뻔할 뻔 자’
천 이사장이 씨젠의료재단에 취임한 때는 2013년 5월. 11년째 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현 이사진 8명 중 천 대표도 이사직을 가지고 있지만 비상임인 데다 무엇보다 재단의 대표권은 줄곧 천 이사장이 쥐고 있다. 천 이사장이 1대주주로 있는 SG메디칼에 떡하니 사업기반을 깔아주고 있는 데가 바로 재단이다.
시작부터 이랬다. 2013년 SG메디칼 매출 169억원 중 78%(132억원)가 재단으로부터 나왔다. 형제사 씨젠과의 거래도 적잖았다. 당시 매입액이 19억원이다. 전체 상품매입액(166억원)의 11%를 차지했다.
SG메디칼의 재단 매출은 거의 매년 예외 없이 불었다. 천 이사장이 주인이 된 뒤로는 더 뛰었다. 2017~2019년 300억원 안팎까지 갔다. 비중이 낮아봐야 52%로 절반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다. SG메디칼 매출이 안 뛸 리 없다. 500억원대로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흑자를 거른 적이 없고 많게는 17억원을 벌어들였다.
재단이 먹여 살리다시피 하는 사업구조다 보니, 2020년 이후로는 더 물이 올랐다. ‘[거버넌스워치] 씨젠 ③편’에서 자세히 얘기한 대로, 재단이 코로나19 발생 이후 검사 수요가 폭발하고 지속적으로 이어지며 민간검사수탁기관으로서 ‘떼돈’을 벌자 SG메디칼 또한 기존 기록들을 모조리 갈아치웠다.
놀라운 페이스다. 2020년 매출이 845억원으로 늘더니 2021~2022년에는 1700억원대를 찍었다. 짐작대로다. 재단 매출 역시 530억→1300억원대로 급증했다. 비중도 더 늘어 76%~79%나 됐다. 돈을 안 벌리는 게 이상하다. 2021년 영업이익으로 무려 190억원을 벌어들였다. 전년(17억원)의 11배에 해당한다.
SG메디칼은 2년 동안에만 총자산이 2020년 625억원→작년 990억원, 자기자본은 108억원→280억원으로 3배 가까이 불어났다. 천 이사장의 지분가치가 투자 5년 만에 16배로 불어나고 지금은 더 뛰었을 게 ‘뻔할 뻔 자’다. 개인재산을 불리는 데 내부거래를 참 깨알같이 활용하는 집안이다. (▶ [거버넌스워치] 씨젠 ⑤편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