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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워치]씨젠 오너 천종윤의 뿌리 깊은 진한 ‘핏줄 경영’

  • 2023.07.18(화) 07:10

[중견기업 진단] 씨젠②
올 초 5살 위 고종사촌 최진수 이사회 합류
사외 2명外 3명 모두 친족…도로 ‘혈족’ 강화  
작년 영입 사외도 동생 천종기 한양대 동기

작년 11월, 코로나19 ‘대박 신화’의 주인공 씨젠(Seegene)은 한국ESG기준원이 발표한 ‘2022년 ESG 평가’에서 통합 C등급을 받았다. 환경과 사회 부문은 각각 ‘B’와 ‘B+’였지만 지배구조는 ‘D’다. 2011년에 이어 2년 연속 최하위 등급이다. 

한데, 올해 3월을 기점으로 ‘핏줄 경영’이 되레 더 진해졌다. 이사진 5명 중 사내이사진 3명이 죄다 혈족이다. 앞서 작년 초 영입한 사외이사는 오너 동생의 대학 동기다. 씨젠이 벌이가 영 시원찮아진 와중에 지배구조 점수 또한 점점 깎아먹을 조짐이다.  

씨젠 창업자 천종윤 대표(가운데). 삼촌 천경준 회장(왼쪽). 동생 천종기 씨젠의료재단 이사장.

오너 천종윤, 상장 이후 지분 반토막

씨젠의 오너 천종윤(66) 대표는 2000년 9월 창업 이래 1대주주 지위를 내려놓은 적이 없다. 2002년 1월 직접 경영을 챙기기 시작한 뒤로는 대표 자리를 비운 적도 없다. 이사회 의장도 겸한다. 

변함없이 강력한 경영권을 쥐고 있는 듯 보이지만 개인지분을 놓고 보면 느낌이 달라진다. 2010년 9월 씨젠의 증시 입성 당시 32.69%에 달했지만 지금은 18.21%로 14.48%p 낮아졌다. 

무엇보다 2011~2014년 3차례 블록딜을 통해 890억원의 ‘캐시’를 쥐고 난 뒤의 일이니 당연한 결과다. 2015년 5월 부인 차금옥(64)씨, 두 딸 천솔지(35)·천솔비(30)씨 등 일가 6명에게 245억원어치(증여 당일 기준) 주식을 증여해 준 것도 한 몫 한다. 반면 주식을 산 적은 딱 1번, 여기에 들인 자금이라고 해야 5억원이 채 안된다. 

친인척을 합해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창업공신인 삼촌 천경준(76) 회장과 안정숙(73)씨 내외, 남동생 천종기(61) 씨젠의료재단 이사장 등 9명에서 지금은 30명으로 주주 명단에 이름을 올린 집안사람들만 많아졌지 합쳐봐야 61.05%→30.3% 반토막 났다.

즉, 증시 입성 이후 실적을 기반으로 씨젠의 주식가치가 한 단계 ‘레벨-업’ 된 데 이어  코로나19 ‘대박’까지 터지며 치솟는 사이 천 대표를 비롯한 창업 4인방은 물론 사돈의 팔촌까지 너도나도 주식을 바꿔 현금을 쥐는데 집중했다는 얘기다. 

게다가 후속편에서 자세히 얘기하겠지만, 2015년 이후 별 변화가 없는 천 대표와 직계가족, 남동생 소유의 21.98% 외에 다른 일가 지분은 향후에 언제든 축소될 여지가 많다. 천 회장 부부 중심의 무더기 주식 증여를 통해 주주로 등장했다가 차익실현으로 빠진 친족들 부지기수고, 올해 5월까지도 지속적으로 내다 파는 추세를 보여와서다. 

상대적으로 천 대표의 지배기반은 약해졌고, 더 심화될 개연성이 상존한다. 이런 와중에 ‘핏줄 경영’이 지배력 약화를 보강하는 데 위력을 발휘할 기세다. 예전처럼 말이다. 천 대표의 오너십을 오랫동안 지탱하던 꽤 뿌리가 깊은 경영체제다. 

상장 이후 현재까지 이사회 명단에 들어있던 전문경영인이 딱 2명이었으니 말 다했다. 녹십자MS 대표 출신의 마케팅 전문가 이학수 전 영업총괄 부사장(2007년 3월~2016년 3월)과 현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김정용 전무(2020년 3월~올해 3월)다. 

씨젠 최대주주 지분 변동

삼촌, 동생 고정멤버…오랜 친족경영

씨젠은 상장 이후 이사진이 많아봐야 6명이다. 사외 2명에 사내 3~4명이다. 씨젠은 비교적 근래인 2021년 3월까지도 줄곧 오너 일가가 이사회 의결 요건인 과반수 이상을 차지했다.  

천 대표 외에 붙박이 멤버가 창업 당시 후원자였던 삼촌 천 회장이다. 이사회에 합류한 때가 초창기인 2005년 5월이다. 2011년 3월 이후로는 비상무이사로서 예전보다는 영향력이 축소됐다고는 하지만 지금껏 한 자리는 천 회장 몫이다.  

최고재무책임자(CFO)로 활동했던 동생 천 이사장도 2013년 5월 재단 이사장 명함을 파고, 2015년 씨젠 고문으로 경영에서 한 발 비켜난 뒤로도 2020년 3월까지 꾸준히 이사회에 얼굴을 비췄다.  

비록 혈족이기는 해도 알아봐주는 이 별로 없었지만 한 명 더 있었다. 최진수(71) 현 사장이다. 천 대표 고모의 아들, 고종사촌이다. 반면 씨젠에 발을 들인 지는 한참 됐다. ㈜만도 이사, ㈜본테크 대표를 지낸 뒤 씨젠에 합류한 때가 2014년 11월이다. 부사장으로 경영지원, 전사총괄 업무를 담당했다. 2020년 말에는 사장으로 승진했다. 

뒤늦게 합류했지만 최 사장 또한 2016년 3월부터 이사회 한 자리를 꿰찼다. 전문경영인 이학수 전 부사장 후임이었다. 이렇다보니 당시에는 이사진 6명 중 사외이사 2명 말고는 죄다 오너 일가였다. 

2020년 3월 천 이사장에 이어 최 사장이 이듬해 2월 돌연 회사를 떠났다. 사내 등기임원 임기가 1년 남아있던 때였다. 친족이 이시진의 절반에 못미쳤던 때는 이 때부터다. 천 대표와 숙부 둘 뿐이었다. 

씨젠 상장후 이사회 구성

퇴사 6개월 만에 ‘콜’…동생 대신하는 고종사촌

심상찮았다. 천 대표가 재작년 8월 5살 위 고종사촌에게 다시 ‘콜’을 했다. 퇴사한지 불과 6개월 만이다. 경영부문총괄 사장을 맡겼다. 특히 올해 3월 정기주총 때는 사내이사 임기 3년이 끝난 김정용 현 CFO의 대신에 최 사장을 앉혔다. 

천 대표가 이사회 의장을 겸하는 마당에 사외 2명을 제외하고 사내이사진이 다시 죄다 혈족으로 채워졌다. 바꿔 말하면, 예전에는 고정 멤버였지만 지금은 씨젠의료재단에 적을 두고 있는 동생을 고종사촌이 사실상 대신하고 있는 셈이다. 

타이밍 공교롭다. 씨젠은 2020년 코로나19 이후 PCR(유전자증폭) 기반의 진단키트로 대박을 쳤지만 희비는 한 순간에 갈렸다. 작년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국면 진입으로 작년 1분기 정점을 찍은 뒤로는 급격히 추락했다. 

작년 1분기 4510억원이던 매출이 올 1분기 900억원으로 5분의 1 토막이 났다. 영업이익도 2000억원을 찍은 뒤로는 작년 3분기 322억원 영업손실을 낸 데 이어 올 1~3월에도 다시 138억원 적자를 봤다. 

씨젠이 고갯길로 접어들었지만 ‘핏줄 경영’은 되레 더 진해졌다. 천 대표는 든든해 졌지만 이사회의 독립성과 투명성과는 거리가 더 멀어졌다. 

씨젠 2021년 이후 분기별 재무실적

작년 3월 동생 대학 동기 사외이사 영입

말이 나온 김에, 사외이사진의 면면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씨젠의 사외이사는 이창세(61)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와 정현철(58) 한양대 부총장이다. 각각 2020년 3월과 작년 3월에 영입했다. 

이 중 정 부총장은 한양대 경영대학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 경영감사실장, 기획처장, 경영연구소장, 교학부총장 등을 지냈다. 올해 7월 한양대 서울캠퍼스 부총장 겸 대학원장으로 임명됐다.  

천 회장(전자공학 66학번)과는 한양대 동문이다. 이게 다가 아니다. 천 이사장과는 한양대 경영학과 83학번 동기다. 천 이사장은 2021년부터 한양대 경영대학 총동문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동생의 대학 동기 사외이사 영입에 이어 올해 고종사촌의 이사회 합류…. ‘[거버넌스워치] 씨젠 ①편’에서 엔데믹에 덜미를 잡힐 무렵 씨젠 지배구조에 부쩍 도드라져 보이는 변화는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 [거버넌스워치] 씨젠 ③편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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