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하드캡슐 제조업체 서흥(瑞興·SUHEUNG)의 승계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젤텍이 다시 곳간을 열었다. 특히 작년에 계열사들로부터 절반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던 곳이다. 오너 3세가 다시 짭짤한 배당수익을 챙기며 손쉽게 승계 재원을 쌓아가는 모습이다.

젤텍, 계열 매출비중 2005년 이후 최고
21일 젤텍의 2024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작년에 매출 1230억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계열 매출이 47.7%로 50%에 육박했다. 이에 따라 내부거래 비중은 2020년(36.5%) 이후 4년 연속 상승 추세를 보이며 2005년(55.6%) 이래 최고치를 찍었다.
서흥그룹은 모태사인 ㈜서흥을 주력으로 한다. 국내 시장 독점적 1위(점유율 약 95%)이자 세계 3위(약 6~7%)의 하드캡슐 업체다. 의약품·건강기능식품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사업도 하고 있다.
계열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지주사격이다. 내츄럴엔도텍(이하 지분 28.81%), 젤텍(42.84%), 한국코스모(84.75%), 밸런스웨이(100%), 서흥헬스케어(100%) 등 국내 5개사와 미국·베트남·일본 등지의 해외 8개 생산·판매법인이 ㈜서흥 아래 포진하고 있다.
젤텍은 캡슐의 주원료 젤라틴 및 콜라겐을 주력으로 생산한다. 즉, 젤텍의 수익은 내부 매출이 큰 몫을 한다는 뜻이다. 작년만 보더라도 액수로는 서흥아메리카 384억원, ㈜서흥 134억원, 서흥베트남 46억원 등 계열사들로부터 총 58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를 통해 순이익으로 63억원을 벌어들였다. 2018~2022년 많게는 126억원, 적게는 69억원 흑자를 냈던 것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2023년(54억원)에 비해서는 17.7%(10억원) 증가했다.
이는 손쉬운 사업기반을 가진 젤텍이 서흥그룹 후계 승계의 ‘돈줄’로서 점점 알짜배기로 진화하고 있다는 의미도 갖는다. 오너 3세인 양준택(44) ㈜서흥 전무 등 3명이 현재 1대주주 ㈜서흥(42.8%) 외의 젤텍 지분 57.2%를 전량 보유하고 있어서다 양 전무는 고(故) 양창갑(1923~2016) 창업주에 이어 2대 오너인 양주환(73) 회장의 2남1녀 중 장남이다.


내부거래 기반 승계 재원 ‘차곡차곡’
원래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젤텍은 1998년 7월 초기 자본금 50억원으로 설립됐다. 당시 ㈜서흥이 25억원을 출자해 50% 1대주주로 있다가 2005년 이후 현 지분을 유지하고 있다. 이외 57.2%는 당초 양 회장 등 5명이 보유했지만 2016년에 양 전무 등 3명 소유로 바뀌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양 회장이 가업세습을 위해 준비한 카드라고 볼 수 있다. 양 회장은 또한 젤텍의 대표를 맡아 경영도 직접 챙기고 있다. 아울러 차남인 양준성(42) ㈜서흥 전무도 2019년 3월부터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젤텍이 배당을 재개했다. 작년에 중간배당으로 30억원(주당 3000원)을 풀었다. 2016~2021년 매년 30억~70억원씩 총 230억원을 지급한지 3년만이다. 6년간 131억원을 챙겼던 양 전무 등은 이번에 다시 17억원을 가져갔다. 이러고도 젤텍의 이익잉여금은 921억원 남아있다.
양 회장은 최근 주식 승계에 속도를 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오너십 유지를 위해 2004년 5월 이래 줄곧 소유해온 32.79% 중 7.78%(90만주), 액수로 117억원어치를 작년 말 처음으로 두 아들에게 절반씩 증여했다. 이에 따라 장남과 차남 지분은 각각 7.27%, 6.88%로 증가했다. 절텍의 쓰임새가 주목받는 시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