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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준의 "실패한 한 수"..동부발전당진 포기

  • 2014.07.14(월) 17:51

동양파워 인수후 재무부담에 '스톱'
'잇속만 차린다'는 여론도 부담

오랫동안 눈독을 들였던 것이어서 아쉬움은 더 컸다. 솔직히 마음만 굳게 먹었다면 가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에는 이래저래 부담스러운 게 많았다. 이제는 지켜봐야만 한다. 속이 더 쓰리다. 포스코의 동부발전당진 포기 이야기다.
 
◇ "인수 가능성 높았는데…"
 
포스코가 결국 동부발전당진 인수전 참여를 포기했다. 인수전에 참여했다면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였다. 산업은행의 패키지 딜 제안으로 이미 동부발전당진의 내부를 꼼꼼히 들여다 본 터다.
 
동부발전당진은 포스코가 오래 전부터 눈독을 들여왔던 매물이다. 산은의 동부패키지 딜 제안을 단번에 거절하지 못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민간발전사업 매물 중 마지막 매물이다. 여기에 필요한 인프라도 이미 다 갖췄다. 행정절차도 막바지다.
 

▲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동부발전당진 인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실무팀을 통해 인수 가능성을 타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무적 부담과 싸늘한 여론 때문에 결국 인수전 참여를 포기했다.


포스코는 동부패키지 딜을 거부한 이후 내부적으로 인수전 참여를 검토했다. 동양파워에 이어 동부발전당진까지 인수하면 명실상부한 국내 1위 민자발전업체로 우뚝 설 수 있기 때문이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도 동부발전당진에 미련을 뒀다. 포스코 내부에서도 동부발전당진 인수전에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실무팀에서는 가능성을 타진했다. 인수전 참여시 승산이 높다는 결론도 얻었다.
 
포스코 고위 관계자는 "인수의지가 강했다"며 "일부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동부패키지 포기 이후에도 동부발전은 가져와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 재무부담에 비판여론에 'Stop'

하지만 포스코는 결국 인수전 참여를 포기했다. 왜 일까? 포스코가 동부발전당진 인수를 포기한 데에는 말 못할 속사정이 있다. 우선 재무적인 부담이다. 포스코는 이미 동양파워 인수에 약 4300억원 가량을 썼다. 앞으로 동양파워에 오는 2021년까지 예상되는 추가 투입 비용만 약 4조원이다.

동부발전당진의 경우, 포스코가 동부패키지를 거부하면서 몸값이 올라가있다. 시장 예상가격은 4000억~5000억원 선이다. 포스코가 입지 조건 등 여러 면에서 동부발전당진보다 못한 동양파워에 4300억원을 투입한 만큼 최소한 동양파워 수준은 돼야 한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 동부발전당진 조감도. 현재 동부발전당진은 입지조건, 향후 전망 등에서 포스코가 인수한 동양파워에 비해 높은 점수를 받으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는 추세다. 시장의 예상치는 최소한 동양파워 수준인 약 4000억~5000억원 수준이다.

따라서 만일 포스코가 동부발전당진 인수전에 참여했다면 동양파워 인수금 수준의 자금을 써야 했다. 또 동부발전당진도 향후 추가 비용으로 약 2조원 정도가 투입돼야 한다. 이렇게 되면 포스코의 재무적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이런 사업의 경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실제로 포스코의 부담은 적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시장의 생각은 다르다. 이미 신용등급이 강등된 포스코가 아무리 PF를 통한다고 하더라도 재무 부담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 '동양파워 부메랑' 맞았다
 
또 하나는 업계의 여론이다. 포스코는 그동안 '페어 플레이(Fair Play)'를 가장 중요시 해왔다. 비록 예전보다 업계에서의 입지는 줄었지만 여전히 업계 '맏형'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 포스코에게 한번 걷어찼던 것을 다시 가져온다는 것은 부담일 수밖에 없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동부패키지 인수를 거부할 당시 '너무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했다.
 
실리를 위해서라면 이런 비난 정도는 감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겨야하는 포스코와 권 회장의 입장에서 생각보다 강력한 업계의 반발은 부담이었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가 업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고려한다면 포기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 동양파워 조감도. 업계에서는 포스코의 동양파워 인수가 동부패키지 딜에서는 유용한 카드가 됐을지는 몰라도 정작 자신들이 원했던 동부발전당진을 인수하는데에는 '독(毒)'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가 '동양파워 부메랑'을 맞은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포스코의 동양파워 인수에는 노림수가 있었다. 동양파워를 인수하면 동부패키지 딜 가격을 더 후려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우리가 원해서 인수하는 것이 아닌 만큼 가격을 더 낮춰달라"는 전략을 구사했던 것이다. 하지만 정작 원했던 동부발전당진은 동양파워 때문에 포기해야했다. 결론적으로 포스코는 '자충수'를 둔 셈이다.
 
동부발전당진 인수전에 참여한 다른 업체들로부터의 비난을 감수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었다. 이미 실사를 마친 포스코와 인수전에 뛰어든 업체들간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높았다. 포스코가 내세우는 '페어 플레이' 정신에 반하는 일이다.
 
철강업계 고위 관계자는 "포스코는 동부발전당진 인수 포기에 대해 전략적 판단이라고 하겠지만 명확히 말하면 전략의 실패로 볼 수 있다"며 "포스코는 동부발진당진 인수를 위한 길을 열어놓고 시나리오를 짰어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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