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삼탄으로 매각될 예정이었던 동부발전당진이 갑작스런 장애물을 만나면서 매각 무산 위기에 처했다. 이에 따라 동부발전당진 매각 대금으로 회사채 만기 상환 자금을 마련하려했던 동부그룹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동부발전당진 인수를 위해 계약금까지 지불했던 삼탄이 돌연 동부발전당진 인수를 포기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전망' 때문이다. 매각 대금으로 회사채를 갚으려했던 동부그룹은 당혹해하고 있다.
동부발전당진은 오는 2018년까지 1200㎿급 석탄화력발전소를 지을 수 있는 자격을 갖고 있다. 많은 업체들이 동부발전당진이 매물로 나왔을 당시 관심을 가졌던 이유다. 동부패키지 인수 포기를 선언했던 포스코도 동부발전당진 만큼은 매력적으로 생각했었다.
▲ 삼탄이 인수를 포기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동부발전당진이 다시 표류하게됐다. 삼탄은 동부발전당진 인수를 위해 이미 계약금까지 완납했지만 정부와 한전이 예비송전선로 문제에 혼선을 빚으면서 결국 인수를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
동부발전당진은 포스코의 동부 패키지 인수 포기 선언이후 삼탄이 인수하기로 결론이 났었다. 삼탄은 시장 예상보다 높은 2700억원을 써내면서까지 인수 의지를 밝혔다. 이미 계약금 270억원도 지불한 상태다.
동부그룹은 동부발전당진 매각을 통해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13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상환을 계획하고 있었다. 삼탄으로의 매각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예기치 않은 장애물을 만나며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됐다.
◇ 예비송전망 건설 두고 '혼선'
작년 2월 동부그룹은 한국전력과 당진발전소를 건설하면 한전이 관리하는 765㎸ 주송전망을 사용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송전망은 매우 중요하다. 발전으로 얻은 전기를 보내는 통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한전과 동부그룹의 기존 계약에 찬물을 끼얹었다. 산업부는 동부발전당진이 한전의 주송전로를 사용할 경우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345kV의 송전선로를 예비로 갖춰야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예비송전선로는 약 35㎞ 구간에 설치된다. 비용은 동부발전당진과 한전이 나눠 내야한다. 동부발전당진이 삼탄으로 매각이 완료되면 삼탄이 부담해야하는 몫이다. 삼탄이 이번 인수를 포기한 이유다.
예비송전선로가 설치되는 구간은 민가가 많은 지역이다. 그런만큼 설치 비용이 많이 든다. 업계에서는 설치 기간만 최대 5년, 비용은 수천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 삼탄으로서는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셈이다.
삼탄은 동부발전당진과 한전이 이 문제를 명확하게 해결해주기를 요구했다. 하지만 동부발전당진은 한전과의 계약을 근거로 한전이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전도 동부발전당진을 인수하는 삼탄이 향후 이 비용을 분담치 않으면 주송전로 사용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 업계 "정부·한전 탓에 동부만 피해"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해 정부와 한전의 안일한 행정처리로 기업들만 곤란하게됐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산업부가 내세운 근거는 지난 2012년 12월 마련한 ‘전력계통 신뢰도 및 전기품질 유지 기준 고시’다. 송전망에 과부하 우려가 있으니 예비 송전망을 운영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럼에도 한전은 동부발전당진과 계약당시 이런 점을 알리지 않았다.
한전도 할 말은 있다. 한전은 전기위원회가 예비 송전망 신규 설치에 대한 산업부의 고시를 최종 승인한 시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전기위원회가 산업부의 고시를 최종승인한 것은 한전과 동부발전당진이 계약을 맺은 이후인 작년 8월이다. 자신들도 피해자라는 이야기다.
▲ 업계에서는 정부와 한전의 안일한 일처리로 결국 동부그룹만 피해를 입게 됐다고 보고 있다. 동부그룹은 동부발전당진 매각 대금을 올해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 상환에 사용할 예정이었으나 매각 중단 위기에 봉착하면서 난처한 상황을 맞게 됐다. |
결국 이번 매각 좌초 위기로 난처하게된 것은 동부그룹이다. 업계와 시장에서는 만일 삼탄이 동부발전당진 인수를 최종적으로 포기한다면 다른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입찰 당시 삼탄에 이어 2위를 차지한 SK가스와 매각 재협상을 하거나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인수한 이후 재매각하는 방법 등이 거론된다. 아니면 정부가 예비송전선로 건설비용에 대해 동부발전당진의 손을 들어주거나 이런 요소를 반영해 매각가격을 깎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건은 정부와 한전의 미숙한 일처리로 기업들만 피해를 보게된 대표적인 사례"라며 "기업의 현실은 도외시한 채 자신들의 주장만 밀어붙이는 한심한 행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