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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구조조정]㊤지배구조 바뀐다

  • 2014.07.17(목) 14:59

日 오릭스에 현대로지스틱스 매각..순환출자구조 변화
현대엘리 옵션계약 해지..재무개선 속도

일본 오릭스가 현대그룹의 '백기사'로 등장했다. 국내 각종 M&A에 심심찮게 등장하던 오릭스가 이번에는 현대그룹에게 손을 내밀었다. 총 3조3400억원에 달하는 자구계획을 발표했던 현대그룹으로서는 오릭스의 제안이 반가웠다.

시장은 오릭스의 적극적인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이번에 오릭스의 손을 잡으면서 지배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아울러 현대그룹의 재무구조 개선도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 현대그룹, 오릭스 손 잡은 까닭

현대그룹이 종합물류업체인 현대로지스틱스를 일본 오릭스에 매각했다. 현대그룹이 보유하고 있던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88.8% 전량이다. 매각 대금은 6000억원 규모다. 3조3400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실행중인 현대그룹에겐 희소식이다.

현대그룹은 오릭스와 공동으로 SPC(특수목적법인)을 설립키로 했다. 이 SPC에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전량을 매각하는 구조다. 신설 SPC는 오릭스 측이 자본의 약 70%를 출자하고 나머지 30% 가량은 현대상선이 부담해 공동주주로 나선다.

▲ 현대그룹이 현대로지스틱스를 일본 오릭스에 매각키로 했다. 당초 IPO를 검토했으나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아 매각으로 선회했다. 여러 기업들이 현대로지스틱스 인수를 희망했지만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오릭스가 최종 승자가 됐다.

향후 SPC가 현대로지스틱스를 재매각할 경우, 현대그룹은 원금과 함께 투자차익을 오릭스와 나누기로 했다. 현대그룹으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는 딜이다. 롯데, GS 등도 현대로지스틱스 인수에 관심이 있었지만 현대그룹은 높은 가격을 제시한 오릭스의 손을 들어줬다.

당초 현대그룹은 현대로지스틱스의 IPO(기업공개)를 추진했었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았다. 또 현대로지스틱스의 신용등급도 그룹 리스크로 하향 조정된 상태였다. 시장을 통한 자금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결국 현대그룹은 매각으로 돌아섰다.

이때 나타난 것이 오릭스다. 오릭스는 마침 국내 시장에 투자처를 찾고 있었다. 오릭스에게 현대그룹은 좋은 투자처였다. 이번 딜은 돈이 필요했던 현대그룹과 국내 시장에서의 영역 확대를 노리는 오릭스간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인 셈이다.

◇ 현대그룹 지배구조 이렇게 변한다 

이번 현대로지스틱스 매각이 중요한 이유는 현대그룹의 지배구조에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은 현재 '현정은 회장→현대글로벌→현대로지스틱스→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현대글로벌'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가지고 있다.

현대그룹이 그동안 어려움을 겪었던 것도 이 순환출자 구조 탓이 컸다. 핵심인 현대상선의 실적이 해운업황 부진으로 악화되면서 그룹 전체가 흔들리게 됐다. 순환출자 구조는 한 곳이 흔들리면 전체가 위험해지는 약점이 있다. 

현대그룹은 이번 딜로 순환출자 구조를 한층 단순화할 수 있게 됐다. 현대그룹은 이번 매각 대금의 일부를 현대글로벌을 통해 현대로지스틱스가 보유하고 있는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19.95%를 인수하는데 사용할 예정이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이렇게 되면 현대그룹의 순환출자 고리에서 허리를 담당하던 현대로지스틱스는 제외된다. 현대그룹의 순환출자 구조는 '현정은 회장+현대글로벌→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현대글로벌'의 구조로 변화한다.

현대그룹은 아울러 이번 매각으로 유입되는 현금을 이용, 현대상선 주가를 기초로 맺어져 있는 현대엘리베이터의 파생상품 계약을 해지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현대글로벌로부터 시작하는 순환출자 구조도 정리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현대그룹의 발목을 잡아왔던 순환출자 구조를 단순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딜은 매력적"이라며 "현대그룹으로서는 IPO보다 더 많은 자금이 유입돼 운신의 폭이 훨씬 넓어진 점이 가장 눈에 띈다 "고 밝혔다.

◇ 현대엘리 옵션계약 끊는다..재무개선 '속도'

현대그룹은 현대로지스틱스 매각으로 약 6000억원 가량의 현금을 확보하게 됐다. 이를 통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번 매각 금액은 현대그룹이 지금껏 실행한 자구계획안 중 두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현대그룹은 이번에 유입되는 현금 중 상당 부분을 현대엘리베이터 파생상품 계약 해지에 사용키로 했다. 정확한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약 5000억원 가량을 이곳에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 현대그룹은 현정은 회장의 현대상선 지배력 강화가 필요했다. 이를 위해 현대엘리베이터는 여러 투자업체들과 현대상선 주가를 기초로 하는 옵션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해운업황 침체로 현대상선의 주가는 곤두박질쳤고 이는 결국 현대엘리베이터에게 대규모 손실로 돌아갔다. 순환출자구조로 묶여있는 현대그룹은 이 때문에 그룹 전체가 흔들리기도 했었다.

현대그룹은 그동안 현정은 회장의 현대상선 지배력 강화를 위해 해외 투자업체 등과 옵션계약을 맺었다. 옵션 계약의 주된 골자는 이들 투자업체들이 현 회장의 우호세력이 되는 대신 현대상선의 주가가 떨어질 경우 이를 모두 보전해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해운경기 침체로 현대상선의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이는 곧 현대엘리베이터의 손실로 이어졌고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불어난 손실은 그룹 전반을 뒤흔들었다. 이 때문에 현대그룹은 늘 살얼음판 행보를 이어가야만 했다.

현대그룹은 이번 기회에 이 고리를 끊겠다는 생각이다. 파생상품옵션 계약을 해지한다면 한결 숨통이 트인다. 재무구조 개선에도 속도를 낼 수 있다. 현대그룹은 이번 매각으로 자구안의 약 80%인 2조7000억원을 확보하게 됐다. 시장에서는 현대그룹이 자구안 현실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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