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이달 초 독일 베를린에서 벌어진 LG전자 임직원의 세탁기 훼손사건에 대해 강경 태도를 보인 것은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2015년 세계 1위'라는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는 만큼 이번 사건을 간과할 수 없다는 생각이 강하게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삼성이 수사대상으로 조성진 LG전자 HA사업본부 사장을 포함시킨 만큼 윤부근 사장과 조성진 사장의 정면승부가 불가피하게 됐다.
◇ 윤부근, 가전 총괄
삼성전자 소비자가전을 총괄하고 있는 윤부근 사장은 TV분야 전문가다. 삼성전자 입사후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에서 글로벌운영팀장과 개발팀장 등을 거쳤다.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과 함께 삼성 디지털TV 세계 1위의 역사를 연 인물이다.
윤 사장은 개발과 현장을 모두 경험한 인물로 보르도TV 등 성공을 통해 삼성전자가 일본 소니를 추월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같은 능력을 인정받아 2007년에는 부사장으로, 2년만인 2009년에는 사장으로 승진했다.
TV 분야를 석권한 그는 지난 2012년부터 삼성전자 가전사업까지 외연을 확대했다. 소비자가전을 총괄하며 권오현 부회장, 스마트폰 담당인 신종균 사장 등과 함께 삼성전자 등기이사로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올해도 삼성의 TV는 세계 1위 수성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새로운 영역인 초고화질(UHD) TV시장에서도 세계 1위를 차지했고, 지난 2분기 점유율은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등 9년 연속 1위를 위해 순항중이다. 윤 사장은 가전사업을 맡은 이후 2015년 글로벌 가전 1위라는 목표를 제시한 상태다.
윤 사장은 이번 사안은 삼성전자가 글로벌 가전 1위로 가는데 있어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중대 사안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자칫 자사 제품의 내구성 등에 대한 오해가 커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세탁기 박사' 조성진
윤부근 사장의 전공이 TV라면 조성진 LG전자 사장은 세탁기다. 조 사장은 지난 1976년 용산공고를 졸업하고 LG전자에 입사해 줄곧 세탁기 사업에 매진해 왔다. 글로벌 1위인 LG전자 세탁기 발전의 산증인인 셈이다.
조 사장의 별명 역시 '세탁기 박사'다. 그는 LG전자가 강조하고 있는 '다이렉트 드라이브(DD)' 모터 기술을 개발한 인물이다. LG의 '트롬' 세탁기가 세계시장에 자리잡은 것도 조 사장의 공로가 결정적이었다.
지난 2012년말 가전을 총괄하는 HA사업본부 사장으로 승진한 조 사장 역시 '2015년 글로벌 가전 1위'라는 목표를 제시해둔 상태다.
세탁기에 이어 올해 그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무선청소기 분야다. LG전자가 가진 모터 기술력과 LG화학이 가전 배터리를 결합해 무선 청소기 풀 라인업을 완성했다. 이번 IFA 전시회에서도 '코드제로'라는 브랜드를 소개하며 청소기 시장 공략에 나선 상태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수사의뢰로 조 사장이 그동안 쌓아온 경력에 결정적 흠집이 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특히 대상 제품이 조 사장의 전공인 세탁기라는 점에서 LG전자 역시 물러서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조 사장이 이번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 나갈 것인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